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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채팅 알바' 해보니…결국엔 "벗어라" "입금해라"



사건/사고

    [르포]'채팅 알바' 해보니…결국엔 "벗어라" "입금해라"

    편집자 주

    유명 걸그룹 AOA 출신 권민아씨도 당했다는 채팅 알바 사기. '고수익 알바'라고 속여 '몸캠'을 찍게 만든 뒤 이를 빌미로 협박하는 신종 범죄가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3부작 연속기획에서 피해사례와 범행수법을 분석하고 경찰 수사의 과제도 함께 짚어본다.

    [성착취 덫이 된 채팅 알바②]

    인스타그램·티티톡 웹사이트 캡처인스타그램·티티톡 웹사이트 캡처
    ▶ 글 싣는 순서
    ①"신고하면 유출해드릴게"…몸캠 돌변한 '채팅 알바'
    ②'채팅 알바' 해보니…결국엔 "벗어라" "입금해라"
    (계속)

    '기·승·전·입금'

    "수다만 떨어도 돈이 된다"고 유인했지만 결론은 항상 "돈을 보내라"는 요구였다. CBS노컷뉴스가 수일간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 확인한 결과 '채팅 알바'가 이뤄지는 전 과정은 사실상 입금을 끌어내기 위한 '빌드업'에 불과했다. 완전히 사기라는 얘기다.

    시발점은 인스타그램 소개글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던 인스타그램 계정을 이번엔 취재진이 직접 찾아 들어갔다. 개인 계정 행세를 하려는 듯 단란한 가족사진을 올려놨지만 이는 도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프로필엔 '여성 일자리'라는 이름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주소가 적혀 있었다.

    오픈채팅방에 입장하자 호스트가 나이와 성별을 물었다. 24세 여성이라 밝혔고, 그랬더니 바로 개인 카톡 계정 하나가 제시됐다. 이 카톡 계정, 즉 A씨는 1:1 대화에서 자신을 유명 알바 중개사이트의 협력업체 관계자라고 소개한 뒤 '채팅 알바'에 관한 설명을 내놨다.

    A씨는 "투잡으로, 그리고 폰으로 가능하다"면서 월 200~300만원의 수익을 보장했다. 또 모든 채팅이 익명으로 진행된다며 접속자를 안심시키려 했다. "고객님 편하신 대로 상대방 기분 좋게 대화하면 됩니다." "수다만 떨어줘도 코인을 획득해요." 코인은 이 사이트에서 쓰는 일종의 사이버머니다.

    안내받은 링크로 접속했더니 인터넷 웹사이트가 나왔다. 이름은 '티티톡.' 대다수 피해자가 당했다는 '시크릿톡'을 쏙 빼닮은 모습이었다. 스마트폰 앱처럼 꾸며놓은 화면 구성, 글씨체 등 사실상 판박이였다. 배경색만 검은색에서 주황색으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카톡에서 받은 추천인 코드를 이용해 회원가입까지 성공했다.

    그즈음 A씨로부터 공지가 날아왔다. "저희 업무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입니다. 주말은 쉽니다." 일반 개인이 아니라 업체에서 조직적으로 각 채팅방을 운영하고 있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보통 다른 채팅앱이나 사이트는 대부분 24시간 쉼 없이 돌아간다.

    입장하자마자 "노출 가능하냐"


    사흘 뒤 평일에 다시 접속했다. 상당히 조잡하고 조악한 수준의 사이트 내부 인터페이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 채팅방 수가 워낙 많아서 리스트가 끝없이 이어졌는데, 방 제목이 '배고파' '전시회' '출장중' 같이 일반적인 것부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선정적인 것까지 다양했다.

    그중 한 곳에 들어가 인기척을 보였다. 상대방은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나왔다. "19금 좋아해 ?" "선물 많이 줄게." 여기에 취재진은 "그냥 대화만 하면 안 되냐"라고 되물은 뒤 '밥 먹었냐' 따위의 일상적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다 얼마 되지 않아 방에서 쫓겨났다.

    두 번째로 입장한 방에서도 상황은 비슷하게 전개됐다. 그런데 여기서 만난 상대방은 바로 전에 만났던 채팅 상대와 문투가 비슷했다. 다짜고짜 "19금 가능 ?" "노출방 가능 ?"이라고 외치면서 어휘는 물론 물음표 앞에 한 칸 띄우는 버릇까지 동일한 모습을 보였다. 같은 사람이 여러 아이디로 접속한 흔적으로 보인다.

    취재진은 연신 노출 없이 말동무만으로 알바를 이어가고 싶다고 했지만, 상대가 또 가만히 두지 않았다. 대뜸 노출 사진을 찍어 보내라며 50만 코인, 120만 코인을 잇달아 보냈다. 그렇게 단숨에 178만 코인까지 쌓게 됐다. 하지만 사진 요구를 거절하자 채팅창은 금세 욕설로 가득 채워졌다.

    잠시 뒤 팝업창에는 '입장 불가'라는 공지가 떴다. 노출 사진을 보낼 의사가 없다는 걸 여러 차례 확인한 만큼 채팅에 더 붙잡아놓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강제 퇴장' 시킨 것으로 보인다. 다른 방에 들어가도 '종료됐다'는 식의 안내문만 나왔다. 이 과정을 몇 차례 반복했더니 아이디 자체가 차단당했다.

    경로는 다양하지만 그 끝은 '입금하라'

    김성기 기자김성기 기자
    불시에 이뤄진 차단을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입금' 뿐이었다. 처음 카톡에서 티티톡을 소개했던 A씨와 사이트 내 고객센터 모두 "코인을 현금으로 돌려받으려면 '등업'이 필요하다"고 안내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들이 제시한 특정 계좌번호에 80만원을 이체해야 한다고 했다. 등업을 하게 되면 입금한 돈 만큼 코인이 다시 지급될 예정이라, 결국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취재진이 직접 확인한 건 여기까지였다. 반면 피해자 상당수는 등업을 위해 실제로 돈을 보냈다고 한다. 각종 핑계에 속아 여러 차례 입금하면서 거액을 뜯긴 사례도 적잖았다. 이 과정에서 "알바비를 못 돌려받을까 봐 불안해서 빨리 입금했다"는 게 AOA 출신 권민아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공통적인 얘기다. 더구나 일부는 채팅 과정에서 노출 사진을 찍어 보냈고, 그게 다시 협박의 빌미가 됐다.

    취재 결과 이처럼 경로는 다양했지만 그 끝은 늘 돈을 보내라는 요구였고, 온라인에서 벌어들인 사이버머니 '코인'을 현금으로 환전한 사례는 한 건도 확인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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