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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신고하면 유출해드릴게"…몸캠 돌변한 '채팅 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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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단독]"신고하면 유출해드릴게"…몸캠 돌변한 '채팅 알바'

    편집자 주

    유명 걸 그룹 AOA 출신 권민아씨도 당했다는 채팅 알바 사기. '고수익 알바'라고 속여 '몸캠'을 찍게 만든 뒤 이를 빌미로 협박하는 신종 범죄가 일상을 파고 들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3부작 연속기획에서 피해사례와 범행수법을 분석하고 경찰 수사의 과제도 함께 짚어본다.

    [성착취 덫이 된 채팅 알바①]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대학생 지원(가명)씨. 황민아 PDCBS노컷뉴스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대학생 지원(가명)씨. 황민아 PD
    취재진이 만난 피해자들은 간편한 온라인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어느 틈에 '몸캠 피싱'까지 당했다. '당장 찍어 올리면 돈을 주겠다'는 재촉에 못 이겨 경황 없이 보냈던 사진 몇 장은, 이들을 다시 함정에 가두는 덫이 되었다.

    #1
    대구의 대학생 지원(가명·20대 초반)씨가 접속한 곳은 '시크릿톡'이라는 채팅 사이트였다. 낯선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소개한 '재택 알바'가 여기서 이뤄진다고 했다. 왠지 찜찜했지만, 채팅방에 직행했다. 말동무만 잘해주면 월 200만원을 벌 수 있다니. 거칠 것 없었다.

    그런데 웬걸, 첫 대화부터 수위가 셌다. 상대방은 다짜고짜 남성의 신체 사진을 띄우고서 "같이 놀자. 돈 많이 줄게"라고 했다. 그리고는 '코인'이라 불리는 사이버머니 10만원을 보내왔다. 몇 마디 대화로 기분을 맞춰줬더니 지원씨 코인은 금세 100만원까지 불어났다.

    부담스러운 제안도 뒤따랐다. 벗은 몸을 찍어 보내면 한 번에 100만원씩 쏴주겠다는 것. '이래도 되나…' 지원씨는 잠시 망설이다가 곧 그 말에 따랐다. 얼굴 나온 사진까지 넘기면서도, 혼자만 볼 거라는 말에 안심했다. 상대방은 '이런 곳'과 어울리지 않는 젠틀한 말투였지만 때론 매섭게 재촉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보낸 사진은 되려 협박의 빌미가 됐다. 사이버머니를 인출하려면 회원등급을 올려야 한다기에 고객센터로 200만원이나 보냈지만 한푼도 돌려받을 수 없었다. "신고하면 사진은 유출해드릴게"라는 엄포를 듣고서 한동안 구글 사진검색을 반복하며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시크릿톡 배경화면 캡처시크릿톡 배경화면 캡처

    30분 만에 200만원? 그림의 떡이었다

    #2 수도권 대학원생 주애(가명·24세)씨가 이달 초 찾아 들어간 채팅 사이트도 '시크릿톡'이었다. 그의 경우, 예전에 했던 '전화 상담' 알바에서도 문란한 얘기를 듣고 돈을 받은 적 있었기에 거리낌이 덜했다. 하지만 한 문장당 1원. 이렇게 벌어서는 끝이 없을 것 같았다.

    어김 없이 찾아온 사진 요구에 거절하지 않은 건 역시나 돈 때문이었다. 처음엔 신체 부위를 찍었고, 다음엔 손가락으로 특정한 모양을 만들어 '실시간'을 인증했다. 마지막엔 심지어 칫솔을 몸에 넣으라는 가학적 주문까지 이행했다. 접속한 지 30분 만에 사이버머니 200만원을 벌어들인 비결이다.

    수상한 낌새를 느낀 건 고객센터와의 대화에서였다. 사이버머니를 얼른 인출하기 위해 시크릿톡 고객센터 상담원에게 채팅으로 문의했더니 대뜸 '등업'이 필요하다는 답이 온 것. 현금 인출이 가능한 '다이아' 등급을 받으려면 안내된 계좌로 80만원을 보내라 했다. 황당한 일이었지만, 시키는 대로 했다. "그냥 빨리 입금해서, 내 돈 200만원 돌려받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물론 돈을 받는 건 애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후에도 고객센터 측은 "모니터링이 접수돼 인증 비용이 필요하다", "계좌 한도를 채워야 출금이 가능하다"라며 연신 추가 송금을 재촉했다. 그러다 "해킹 방지 시스템이 작동했다", "당신 때문에 탈세 혐의가 감지됐다" 등 복잡한 말로 주애씨를 궁지로 몰아 총 1500만원을 뜯어냈다.

    그즈음 주애씨는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한다. 고객센터와는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으니 앞서 시크릿톡 사이트 링크를 보내줬던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따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고객님이 음란사진을 유출했기 때문"이라며 탓을 돌렸다. '모두 알고 있구나' 주애씨는 이때부터 채팅 상대방과 고객센터, 카카오톡 계정이 모두 한통속이라고 의심하게 됐다.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인스타그램 계정 프로필 캡처피해자들에게 접근한 인스타그램 계정 프로필 캡처

    돈 없다 했더니 '대출 상품'까지 안내

    #3 경북 지역 자영업자 은혜(가명·26세)씨는 인스타그램 탐색 중 낯선 팔로워의 프로필에서 '스마트폰 재택 알바'라는 문구를 보고 멈칫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광고지만, 최근 급감하는 매출을 메울 부업이 필요했던 터라 쉽게 이끌렸다.

    공개된 링크를 타고 들어갔더니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 나왔다. 그리고 여기서 소개받은 개인 카톡 계정과의 1:1 대화를 거친 뒤에야 'X톡'이라는 채팅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었다. 이름과 배경색만 달랐지 시크릿톡과 똑같이 생긴 사실상 판박이 사이트였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은혜씨가 여기서 '손발 사진' 정도만, 얼굴 없이 보냈다는 점이었다. 혹 유포되더라도 누구 손발인지 알 수 없을 테니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다. 다만 그 이상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더니 상대방은 바로 방에서 나가기 일쑤였다. 물론 그렇게 해도 사이버머니는 금세 500만원이나 쌓였다.

    은혜씨 또한 '등업'을 위해 고객센터 상담원이 제시한 계좌로 80만원을 이체했다. 80만원을 더 보내라는 요구에 "수중에 그만한 돈이 없다"고 했더니 '대출 상품'까지 안내됐다. 이제는 두려워졌다. 환전을 요청하며 기입했던 전화번호와 계좌번호가 그들 손아귀에 넘어가 있고, 손발 사진이 어떻게 쓰일지도 걱정이 된다.


    그루밍 성착취 일종…AOA 권민아도 당했다


    경찰과 성폭력 피해자 지원 단체 등에 따르면 최근 이런 유형의 범죄가 온라인에 활개 치고 있다. AOA 출신 권민아씨가 당한 것으로 알려진 '알바 사기'가 바로 이 방식이다. 특히 '채팅 알바' '피팅 모델' 등 미끼는 다양하지만 심리적 지배(그루밍)를 통해 성착취나 협박으로 돌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중간에 끊기지 않으면 성매매 등 물리적인 성폭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과거 조건만남으로 유도하던 수법이 다양하게 진화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범행은 주로 돈이 급히 필요하거나(경제적 취약성) 주변의 조언을 받기 어려운(관계적 취약성) 20대 여성을 겨냥하고 있다. 취재진과 만난 피해자들도 실제로 대부분 이런 상황에 놓여 있었다. 지원씨는 기초생활수급자인 부모의 조력을 못 받은 지 오래됐고 주애씨는 부친의 폭언 이후 '이 악물고' 돈 벌기 시작했다. 은혜씨는 최근 불경기 속 매출 급감으로 대출금 상환에 애를 먹고 있었다.

    ▶ 글 싣는 순서
    ①[단독]"신고하면 유출해드릴게"…몸캠 돌변한 '채팅 알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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