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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타는 기업에 '검은 유혹'…"거마비 주면 기사 내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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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속 타는 기업에 '검은 유혹'…"거마비 주면 기사 내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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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국 PD 사칭해 분쟁 중인 기업·단체에 접근
    '가짜 명함' 제시하며 "도와주겠다"
    1억8천만원 갈취 혐의로 경찰 수사 중
    해당 남성 "피해본 게 있냐"며 되려 따져

    AI 생성 이미지AI 생성 이미지
    최근 가맹점주들과 송사를 겪고 있는 프랜차이즈 기업 A사는 얼마 전 한 남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해당 남성 B씨는 자신을 방송국 'JTBC'의 PD라고 소개했다. B씨는 방송국 로고가 선명하게 박힌 명함도 건넸다.

    B씨는 곧 A사를 직접 찾아왔고, 가맹점주들과의 소송과 관련해 보도된 온라인 기사들을 언급하며 "안 좋게 난 기사들을 다 내려주겠다"고 큰소리쳤다. 이어 "기사를 내려기 위해선 후배 기자들에게 식사 등을 사줘야 하니 거마비를 달라"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한다.

    B씨가 요구한 건 수백만원가량. A사 측은 B씨의 요구가 이상하다고 느껴 B씨 명함에 있는 유선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JTBC 본사로 연결됐다. 그러나 B씨의 이름을 대자 수화기 너머에선 "그런 직원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 남성이 최근 방송국 PD를 사칭해 송사를 겪고 있는 기업이나 단체에 접근해 문제 해결을 댓가로 금전을 요구하는 등 사기 행각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A사 측과 그 가맹점주 등에 따르면, B씨는 최근 A사뿐 아니라 A사와 소송을 벌이고 있는 가맹점주 단체의 대표 C씨에게도 비슷한 시기 연락을 취했다. B씨는 C씨에게도 역시 같은 명함을 건네며 "피해 사례에 대한 언론보도를 봤다. 문제를 좀 더 공론화시켜주겠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B씨는 "마이너(언론)보다는 메이저(언론)가 낫지 않느냐. 터트려 주겠다"고 지속적으로 이슈화를 약속하며 송사 관련 자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B씨의 말투가 다른 기자들과 다소 다르다고 느낀 C씨는 "자료를 주기 어렵다"고 했고, 더이상 B씨는 연락하지 않았다.

    B씨가 실제 소송 중인 프랜차이즈 본사 A사 측과 가맹점주 단체 대표 C씨에게 건넨 명함. C씨 제공B씨가 실제 소송 중인 프랜차이즈 본사 A사 측과 가맹점주 단체 대표 C씨에게 건넨 명함. C씨 제공
    A사와 C씨가 공통적으로 겪은 B씨의 공통점은 양측 송사와 관련된 사정을 꽤나 자세히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양측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B씨는 대담하게 분쟁 중인 양 측 모두에게 전화해 정보를 캐내며 상대를 설득할 때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B씨는 C씨에게 보도를 약속하며 "나한테 부탁했다 이런 말을 하지 말라"며 입단속을 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엉성한 면도 많았다. B씨가 건넨 명함엔 소속이 '뉴스국'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일반적인 방송사나 언론사에 그런 이름의 부서는 없다. 또 명함엔 일반적으로 적혀 있는 개인 휴대전화 번호나 메일주소도 없었다.

    아울러 양측은 모두 B씨의 말투나 태도에서 PD라고 보기엔 어딘가 부족한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B씨를 직접 만났던 A사 측 관계자는 "머리가 상당히 장발이었고, 복장도 추레해 일반적인 PD로 보이진 않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B씨는 "JTBC 직원이 아니지 않느냐"는 A사 측 추궁에 "무슨 말이냐. 회사 쪽으로 와보라"며 되려 당당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A사와 가맹점 단체 측은 속지 않았지만, B씨는 현재 다른 단체들에게도 여러 번 접근해 실제 한 단체로부터는 2억원 가까운 돈을 갈취한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앞서 JTBC '사건반장' 보도에 따르면 B씨는 한 단체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불리한 여론을 뒤집기 위해 기자회견을 함께 하자' '후속 보도를 해주겠다'며 1억 8천만원을 요구해 받아갔다. B씨가 해당 단체 외에도 몇 곳에 더 접촉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피해 단체들과 JTBC 등은 지난 23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B씨를 상습 공갈 혐의, 사기 혐의 등으로 고소·고발했다. A사와 C씨 측도 B씨에 대한 고소를 검토 중이다.

    B씨가 다른 대상을 상대로 유사한 사기 행각을 벌였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경찰 관계자는 거론된 사안들 외에 추가 신고 접수 여부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경찰은 현재 고소·고발된 사건의 당사자가 B씨가 맞는지 여부를 확인 중에 있다.

    B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사기 행각을 부인했다. B씨는 "나는 사기친 게 없다"며 "A사 등이 나한테 피해본 게 있느냐"고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또 '돈을 요구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엔 "그쪽에서 준다고 했던 거고 10원도 받지 않았는데 뭐가 문제냐"며 "JTBC에 보도된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JTBC PD가 아닌데 왜 명함을 만들어 건넸냐'는 질문엔 흥분하며 "경찰 수사 받고 소명할 거다. 왜 함부로 글(기사)을 쓰려고 그러냐. 취재에 응할 생각 없으니 전화하지 말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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