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지난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 이후 영연방((英聯邦) 국가인 호주에서 '공화국 전환' 논쟁이 일고 있는 가운데, 호주 출신 영화배우 휴 잭맨이 "호주가 공화국으로 전환하는 것은 국가 발전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휴 잭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출연해 "과거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찰스 왕세자를 여러번 만났고, 그분들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진정한 열망을 갖고 있음을 느꼈다"면서도 "영국 왕을 국가원수로 하는 군주제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호즈 시드니에서 태어난 휴 잭맨은 할리우드 영화 '엑스맨' 시리즈에서 '울버린' 역을 맡아 세계적인 유명세를 탔다.
연합뉴스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 이후 영연방 국가들 사이에서 식민 지배의 유산과 작별을 고하려는 흐름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호주도 이같은 '영연방 탈퇴' 분위기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호주는 지난 190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지만 영국 국왕이 임명한 총독이 의회 해산권과 의회에서 통과된 법안의 승인 및 거부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호주 총독은 호주의 국가원수인 영국 국왕을 대리하는 직위이다.
1975년에는 존 커 당시 총독이 고프 휘틀럼 당시 총리를 해임하면서 호주 국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급기야 1991년에는 호주 공화국 추진운동(ARM)이라는 시민단체가 출범했으며, 8년 뒤인 1999년에는 역사적인 '공화국 전환 국민투표'가 실시됐으나 찬성이 45%에 그쳐 무위에 무위에 그쳤다.
사진공동취재단하지만 공화국 전환에 찬성하는 호주 노동당의 집권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가 맞물리면서 호주에서는 군주제와 작별하려는 움직임이 다시 불붙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지난해 9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 직후 호주 연방의회의 제3당인 녹색당의 애덤 밴트 대표는 SNS에 "여왕의 가족과 여왕을 사랑한 모든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면서도 "호주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원주민들과의 조약이 필요하며 공화국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출신의 메흐렌 파루치 녹색당 의원은 더 나아가 "약탈당한 생명과 땅, 식민지 사람들의 재산 위에 세워진 인종차별 제국의 지도자를 애도할 수 없다"며 "영국의 식민 지배에 대한 배상"을 강조하기도 했다.
폴 키팅 전 총리는 지난해 10월 시드니 대학의 연설에서 "영국의 새 국왕 찰스 3세가 호주에 대한 주권을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론도 '공화국 전환'쪽이 늘어나고 있다. 시드니모닝헤럴드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후 호주 유권자 중에서 공화국 전환 찬성은 36%에서 39%로 늘었고, 반대는 37%에서 31%로 줄었다.
한편, '영연방 탈퇴' 움직임은 비단 호주만의 것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가 공화국으로의 전환을 선포했으며, 이후 이같은 변화의 불씨는 자메이카, 바하마, 벨리즈 등 이웃 국가들로도 옮겨붙고 있다.
영연방은 영국을 중심으로 옛 영국 식민지 출신 국가들 위주로 결성된 국제기구다. 현재 영연방에 속한 54개국 가운데 영국 군주를 국가원수로 삼고 있는 나라는 호주·캐나다·뉴질랜드·자메이카 등 15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