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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차지연 "'서편제'와 헤어질 시간…아픔 쏟아냈죠"



공연/전시

    [EN:터뷰]차지연 "'서편제'와 헤어질 시간…아픔 쏟아냈죠"

    핵심요약

    12년간 다섯 시즌 동안 뮤지컬 '서편제'서 '송화' 역 열연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서 10월 23일까지

    배우 차지연. PAGE1 제공 배우 차지연. PAGE1 제공 "죽을 힘을 다해 공연하고 있어요. 관객이 더 많이 환호해주고, 객석을 꽉꽉 채워주는 게 너무 벅차서 '서편제'와 감사한 마음으로 헤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5일 서울 강남의 한 까페에서 만난 배우 차지연(40)은 호탕하게 웃는 가운데 자주 울컥했다. 12년간 함께 해온 뮤지컬 '서편제'를 떠나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서편제) 초연에 참여했을 때 28살이었는데 어느덧 40살이 됐네요."

    원작소설의 저작권 사용기간이 만료되면서 '서편제'는 올해를 마지막 시즌으로 막을 내린다. 이자람과 함께 '송화' 역으로 다섯 시즌을 개근한 차지연은 "2010년 두산아트센터에서 30명이 채 안 되는 관객 앞에서 공연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커튼콜 때마다 '울지 말자' 다짐하는데 잘 안 된다"고 했다.

    '송화'는 소리에 집착하는 아버지 '유봉'으로 인해 두 눈이 멀지만 초연하게 소리꾼의 길을 걷는다. 똑같은 역할이지만 매 시즌 스스로 느끼는 '송화'에 대한 감정과 태도는 다르다. "무대에는 배우의 삶이 투영될 수밖에 없어요. 초연 때는 '송화'를 통해 개인적인 아픔을 무대 위에 쏟아냈죠. 반면 이번 시즌의 '송화'는 훨씬 단단하고 담백해졌어요. '잘 해야 된다'고 생각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작품 자체에만 집중하죠."

    '서편제'와 헤어질 시간이다. 차지연은 "보내줘야 할 때를 아는 것도 배우의 덕목 중 하나다. '이제 송화를 보내줘야겠구나' 직감했는데 '서편제'가 마지막 시즌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와 마음이 통했구나' 싶었다"며 "매 회 공연을 마칠 때마다 수명이 1년씩 줄어드는 느낌이 들만큼 어려운 작품이지만, 관객의 환호와 응원 덕분에 감사한 마음으로 헤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매 회차 긴장한다는 건 나태해지거나 자만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니까 오히려 감사해요."

    배우 차지연. PAGE1 제공 배우 차지연. PAGE1 제공 2006년 '라이온킹' 앙상블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차지연은 뮤지컬 디바로 우뚝 섰다.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과 압도적인 가창력으로 무대에서 존재감을 뽐낸다. '서편제' '잃어버린 얼굴 1895'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마타하리' '레드북' '아마데우스' '더데빌' '레베카' 등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이중에서도 '서편제'는 판소리 뮤지컬이라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터. 차지연은 "고수(鼓手·북 치는 사람) 집안의 손녀였고 아기 때부터 북을 쳤지만 (북에 관해서는) 행복한 기억이 없다. 돌고돌아 12년간 뮤지컬 '서편제'를 하다보니 운명이었나 싶다. 국악으로 인해 아팠던 시간들을 무대에서 다 날려버렸다"고 했다.

    그의 할아버지는 판소리 고법 명인(대전무형문화재 17호) 고(故) 송원 박오용이다. 차지연이 꼽는 베스트 넘버 역시 마지막 장면에서 '송화'가 구슬프게 부르는 '심청가'다. "'서편제'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내공이 엄청난 작품이에요. 먹먹함과 여운이 오래 남는 작품으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송화' 역은 차지연과 이자람, 유리아, 홍자, 양지은, 홍지윤이 맡는다. 남동생 '동호' 역은 김동완, 송원근, 김준수(국립창극단), 재윤(SF9)이, 아버지 '유봉' 역은 남경주, 서범석, 김태한이 출연한다. 특히 서범석은 차지연과 다섯 시즌을 함께 하고 있다.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12년간 혼신의 힘을 다해온 '유봉 장인' 서범석 배우가 시상식에서 수상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차지연은 배역의 비중보다 '텍스트가 힘이 있는가', '주제가 나와 부합하는가'가 중요하다"고 했다. 2021년 연극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리 역을 맡는 등 '젠더프리 캐스팅'을 대표하는 배우로 꼽히는 그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서 지킬, '하데스타운'의 헤르메스 역이 욕심난다"고 눈빛을 빛냈다. "연륜이 더 쌓이면 '헤드윅'에서 헤드윅 역도 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그는 남편이자 배우인 윤은채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남편은 제 인생의 선물이에요. 제가 무너지고 넘어질 때마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따뜻하고 선한 마음으로 저를 이끌어줬어요. 내년에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요. 제가 배우로서 비상할 수 있도록 헌신해온 남편과 보조를 맞춰 함께 배우 생활을 해나갈 생각이에요."

    배우 차지연. PAGE1 제공 배우 차지연. PAGE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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