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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들기]'숙성할 시간' 원했던 BTS의 고백…"BTS다운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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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

    [파고들기]'숙성할 시간' 원했던 BTS의 고백…"BTS다운 선택"

    편집자주

    '파고들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 깊숙한 곳까지 취재한 결과물을 펼치는 코너입니다. 간단명료한 코너명에는 기교나 구실 없이 바르고 곧게 파고들 의지와 용기를 담았습니다. 독자들 가슴속 깊이 스며드는 통찰을 길어 올리겠습니다.

    데뷔 초부터 음악 작업 참여해 자기 이야기 들려준 BTS
    더 이상 팀으로 할 말이 없어졌고, 가사도 써지지 않는다고 털어놔
    "지친 게 있었고 이제서야 조금씩 풀어나가려고 노력"
    아이돌이 직접 K팝 시스템 내 노동 문제 언급하기 쉽지 않아
    직접 힘듦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 만든 것 의미 있어

    그룹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공식 페이스북그룹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공식 페이스북"문제는 어쨌든 K팝이라는 것도 그렇고 아이돌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는 것 같아요. (…) 내가 성장할 시간이 없어요. 단순히 실력적인 게 아니라 내가 인간으로서 10년 전이랑 많이 달라졌는데 내가 생각을 많이 하고 뒤에서 어떤 혼자만의 시간을 늘 보낸 다음에 그것들이 숙성돼서 내 것으로 나와야 하는데, 옛날에는 이런 것들을 병행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10년을 이렇게 방탄소년단을 하다 보니까 이거를 같이 물리적인 스케줄을 하면서 내가 숙성이 안 되는 거죠." (RM)

    국내에서뿐 아니라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으며 무수한 최초, 최고, 최장 기록을 만들어낸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4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직접 '휴식'을 선언했다. 2013년 데뷔해 올해까지 9년 동안 치열하게 달려온 방탄소년단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RM)고 "기계가 되어버린 느낌"(진)이 들기도 했으며 이제는 "지금은 진짜 할 말이 없어"져 버렸다는, 솔직한 속내를 꺼냈다.

    지쳤음을 인정했고, 더 오랫동안 방탄소년단이라는 그룹을 하기 위해 '개인의 성장과 성숙'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며 개인 활동을 본격화하겠다고 알렸다. '원 팀'이라는 기조 아래 단체 활동에 최선을 다했던 게 '1막'이라면, 이제 멤버 개개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탐구한 끝에 자신을 보여주겠다는 게 '2막'의 핵심이다. 제이홉은 "그래야지 BTS라는 팀이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것 같다"면서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 안 하고 굉장히 건강한 플랜이라는 걸 인식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인 '빌보드 200'(앨범)과 '핫 100'(음원)에서 1위를 하고,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s) '빌보드 뮤직 어워드'(BBMA) 등 국외 시상식에서도 많은 상을 타고, 보수적이라고 여겨지는 '그래미 어워드'에도 노미네이트되며, 첫날 판매량만 200만 장 팔아치우는, 유례없는 긴 전성기 속에 있는 그룹.

    데뷔 이래 줄곧 음악 작업에 적극 참여해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방탄소년단은, 9년을 맞은 지금 '정체성'을 찾아가려는 여정을 다시금 시작하려 한다고 알렸다. 그리고 이 사실을 영상 콘텐츠를 통해 본인들 입으로 직접 밝혔다.

    지난 14일 공개된 '찐 방탄회식' 영상 캡처지난 14일 공개된 '찐 방탄회식' 영상 캡처박희아 대중문화 저널리스트는 "방탄소년단은 자기가 하는 음악에 관한 확신이 있던 팀이라 (이번 발표도) 그것의 확장 같은 느낌이었다"라며 "엄청난 걸 내놓으려고 애쓴다기보다 예전에 자신들이 어떻게 시작했는지 그 과정으로 돌아가, 자기 안에서 (자기 얘기를) 꺼내는 작업을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라며 "영향력이 있는 위치에서 이처럼 솔직히 얘기하는 게 참 방탄소년단다운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멤버들이 휴식, 정신적인 휴식을 취한다고 발언한 게 인상적이다. BTS라는 팀이 가져가는 무게가 너무 무겁다 보니… 팀 이름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못해도 그 부담을 1/7로 나누면 훨씬 줄어들게 되지 않나. 여러 가지가 누적돼 부정적인 방향의 변화가 일어나기 전에 스스로 '휴식'을 선언하고 제동을 건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발매된 신작 '프루프'(Proof)는 방탄소년단의 '처음'부터 '현재'를 돌아보는 앤솔러지 앨범이었다. 타이틀곡 '옛 투 컴'(Yet To Come)(The Most Beautiful Moment) 가사에도 "다들 언제부턴가/말하네 우릴 최고라고/온통 알 수 없는 names/이젠 무겁기만 해" "언젠가부터 붙은 불편한 수식어/최고란 말은 아직까지 낯간지러워/난 난 말야 걍 음악이 좋은 걸/여전히 그때와 다른 게 별로 없는 걸" "아직도 배울 게 많고/나의 인생 채울 게 많아"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한 리더 RM은 어제 공개된 '찐 방탄회식' 영상에서 '온'(2020) '다이너마이트'(2020)까지는 우리 팀이 자기 손에 있었지만 '버터'(2021) '퍼미션 투 댄스'(2021) 하면서는 BTS가 어떤 팀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9년을 돌아보는 앤솔러지 앨범 '프루프'를 지난 10일 발매했다. 방탄소년단 공식 페이스북방탄소년단은 지난 9년을 돌아보는 앤솔러지 앨범 '프루프'를 지난 10일 발매했다. 방탄소년단 공식 페이스북박희아 저널리스트는 이 부분을 언급하며 "'버터'나 '퍼미션 투 댄스' 모두 타인을 위로한다고 쓴 곡이다. 정작 본인들은 혼란스러운 시간을 겪었다는 게 놀라운 일"이라며 "소진됐다는 얘기를 아이돌이 입 밖으로 낸다는 건 쉽지 않은데, (이번 언급을 통해) 다른 아이돌에게 '그래도 쉬어가도 된다' '기계가 아니다' 하고 말해주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들도 방탄소년단의 이번 발표가 스스로의 부담감을 직접 털어놓은 점에서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가요 관계자 A씨는 "물론 군 문제로 인해 솔로 활동을 하는 것이 가장 크겠지만 굉장히 거대한 그룹으로 성장한 만큼 심적 부담도 크고 팀의 위기도 많았을 텐데, 어떻게 보면 본인(의지)보다는 (상황에 따라) 끌려온 느낌도 있지 않나. 게다가 10년 넘게 멤버들이 함께했으니 그 과정에 우리가 모르는 어려움도 있을 거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와 방탄소년단이 상의해서, 이제는 단체 활동보다는 솔로 활동에 집중하겠다는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말할 편한 자리를 만든 게 아닐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방탄소년단 신곡 '옛 투 컴' 뮤직비디오 촬영 비하인드 사진. 방탄소년단 공식 페이스북방탄소년단 신곡 '옛 투 컴' 뮤직비디오 촬영 비하인드 사진. 방탄소년단 공식 페이스북
    또 다른 가요 관계자 B씨는 "소속사 입장에서는 대중 반응, 주가 하락 등 다양한 후폭풍을 예상했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탄소년단이 직접 본인들 얘기를 전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했다는 부분에서 아티스트에 대한 예의, 팬들에 대한 예의를 지켰다고 생각한다"라며 "방탄소년단을 오래 지켜보고 싶어 하는 이들이라면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것이라고 본다"라고 전했다.

    9주년 다음 날 그동안의 어려움을 가감없이 토로하고, '더 오랫동안 방탄소년단을 하기 위해'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는 방탄소년단의 이야기에 팬덤 아미는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팬들은 '#방탄의_수고는_아미가_알아'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격려의 메시지를 쏟아내는 중이다.

    방탄소년단은 당분간 솔로 활동에 집중한다. 제이홉이 가장 먼저 솔로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제이홉은 오는 7월 미국 음악 페스티벌 '롤라팔루자' 무대에 솔로로 오른다. RM·진·슈가·지민·뷔·정국 역시 앨범과 곡을 준비 중이며,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협업이 예고됐다. 큰 인기를 끈 자체 제작 콘텐츠 '달려라 방탄'을 통해 단체 활동을 이어간다. '프루프' 발매를 기념해 16일, 17일, 19일에는 국내 음악방송을 돈다.

    소속사 빅히트 뮤직은 "멤버 각자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성장하는 시간이 될 것이고, 향후 방탄소년단이 롱런하는 팀이 되기 위한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 레이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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