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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이재규 감독이 담아놓은 '지우학' 속 메시지들



영화

    [EN:터뷰]이재규 감독이 담아놓은 '지우학' 속 메시지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이재규 감독
    <하> 좀비물 안에 담아내고자 했던 메시지 그리고 논란에 관하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촬영 현장 속 이재규 감독.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촬영 현장 속 이재규 감독. 넷플릭스 제공※ 스포일러 주의
     
    학교 안팎이 좀비 바이러스 감염자들로 가득한 상황. 온조(박지후), 청산(윤찬영), 남라(조이현), 수혁(로몬)과 친구들은 가장 가까웠던 친구가 좀비가 되고, 서로를 공격하는 충격적인 상황을 목격한다. 가장 안전했지만 이젠 가장 위험한 곳이 되어버린 학교에서 살아남은 학생들은 휴대폰도, 식량도 없이 고립된다. 여기에 그들을 보호해줄 어른조차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기다려도 구조대가 오지 않자 살기 위해 교실 밖으로 나온 아이들은 간신히 구조대를 만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자신들을 겨누는 싸늘한 총구뿐이다. 결국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소중한 친구들과 다 함께 무사히 살아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힘을 합쳐 살아남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기로 한다.
     
    성인이 주요 등장인물로 나왔던 여타 좀비물과 달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은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이다.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 발생한 가운데 아이들은 어른들의 도움 없이 스스로 힘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이러한 극한의 상황에서 시리즈는 지금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지난 7일 화상으로 만난 이재규 감독은 죽음과 폭력이 난무하는 학교와 아이들을 통해 희망의 씨앗을 발견하고 인간에 대한 믿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일어나선 안 되는 일, 책임지지 않는 시스템 그리고 아이들

     
    ▷ '킹덤' '오징어 게임' '지옥'에 이어 '지금 우리 학교는'까지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그린 시리즈가 연달아 나오고 또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연출자 입장에서 보기에 이러한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재규 감독(이하 이재규) : 
    좀비물 자체가 아수라장이 되고 다 죽어 나가는 상황을 그리는데, 이게 절망의 시간이냐 새로운 희망의 씨앗이냐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우리도 어떤 비극을 통해서 우리가 행하고 있는 폭력을 이야기하고, 폭력을 바라보면서 시청자들이 폭력의 비극성을 느꼈으면 했다.
     
    그리고 우리는 끊임없이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다. 시리즈를 보며 희망적인 것들을 생각하고, 어른이 되면서 뜨거운 가슴을 잃어가는 것은 아닌지 질문을 던져보고, 우리가 어리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우리보다 정말 못한 건가 의문을 가져봤으면 했다. 그런 것들이 시스템이나 사회가 나아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학교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만큼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몇몇 장면에서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기도 하는데, 의도한 바인지 궁금하다.
     
    이재규 : 
    세월호도 그렇고 삼풍도, 성수대교도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 많이 일어났다. 한국 사회뿐 아니라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사건 사고가 '지금 우리 학교는'에 녹아 있다고 보면 된다. 특정 사건 하나를 모티프로 해서 구성하려 했던 건 아니고, 일어나선 안 되는 일들이 우리 사회에 일어나고 있고 왜 일어날까에 대해 조금 더 극에 담겼으면 했다. 모두 인재(人災)이기 때문이다.
     
    ▷ 원작처럼 학교와 학생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시리즈는 가족애와 인류애를 보다 강조하고 있다. 시리즈 연출을 맡게 되면서 가족애와 인류애가 왜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길 바랐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이재규 : 
    우리 어릴 때 보면 여름에 청소년들이 물에 빠지는 사고가 많이 일어났다. 친구가 물에 빠지면 같은 반 학생이나 친구들이 같이 뛰어들어서 많이 죽는다. 그런데 어른들은 그러한 일을 당하게 되면 아무래도 더 안전한 방법을 택하기 때문에 같이 뛰어드는 숫자가 적다. 이런 걸 보며 어떤 것이 옳은 것인가,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인가 벽에 부딪히게 된다. 아이들이 아무 곳에도 기댈 수 없는, 희망을 잃은 상태로 노출돼 있다.
     
    국가든 누구든 아이들에 대해 책임져야 하는데, 끝까지 책임지려 하는 사람은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 아버지, 어머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책임지려 한다.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게 되면 그런 책임으로부터 멀어진다는 관점에서 국가가 하지 못하는 것을 엄마 아빠는 하려 한다는 걸 대비해 보여주면 어떨까 생각한 지점이 있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폭력과 절망을 헤쳐나가는 힘 또한 '인간'에게 있다

     
    ▷ '지금 우리 학교는'을 보면 피해자였던 학생이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상황도 보인다.
     
    이재규 :
     사람을 두 가지로 딱 나눌 수 있는 것 같지 않다. 상황에 따라 사람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철수도 학교폭력의 피해자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어떤 한 사람이 가해자 위치에 있다고 해서 죽을 때까지 그의 모든 삶이 가해자 입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피해자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사람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어떤 것이 옳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 학교폭력이 가진 문제점을 보여주기 위해 이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을 취했는데, 일각에서는 굳이 잔혹하고 선정적인 방식으로 표현해야 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규 : 
    단순히 시청자들을 자극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이려 의도한 건 전혀 아니다. 뒤에 은지를 보면 알겠지만 자신의 목숨보다 성 착취물이 노출되는 걸 더 두려워한다. 자신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없애려는 걸 보면서 은지에게 한 행동이 얼마나 잔인한지 느낄 수 있으면 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능적인 설정값이 있어야 가능했기에, 어느 정도는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희수 역시 현실에서 기사화된 이야기이고, 원치 않는 임신으로 미혼모가 된 청소년들이 많다. 그게 우리에게 일어나는 현실이다. 희수는 자신이 낳은 아이를 버렸지만, 아이를 지키고자 아이를 안고 달린다. 극의 전체적인 주제와 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누군가를 지키는 데 성공하고, 누군가는 희수처럼 실패한다. 이게 우리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조각조각 퍼즐이 맞춰져 '이럴 수 있겠구나' 생각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장치라고 봤다. 원치 않게 과하게 전달됐거나, 불편한 분이 계신다면 연출자로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지금 우리 학교는'을 보면 사람에 대한 믿음과 불신에 관한 대사가 오간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면서 사람에 대한 믿음을 생각해 보게 된다. 이에 관해 연출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이재규 :
     나는 사람을 믿고 싶다. 기본적으로 내가 만든 작품을 보면 그래도 희망을 찾으려 하는 쪽인 것 같다. '지금 우리 학교는'도 처음에는 '좀비보다 무서운 건 사실은 인간'이라는 문장으로 드러나는 이야기다. 그러나 희망도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좀비보다 무서운 게 인간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이를 이겨내거나 헤쳐나갈 수 있는 희망도 인간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 만약 시즌2를 연출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지 궁금하다.
     
    이재규 : 
    어떻게 될지는 상황을 봐야겠지만, 많은 분이 시즌1을 사랑하고 좋아해 주시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이야기 자체가 시즌2를 염두에 두고 설정해 둔 게 있다. 시즌1이 인간의 생존기였다면, 시즌2는 좀비들의 생존기가 될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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