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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치료제, '퀵'으로 배달…"쓴맛 나지만 몸은 나아진 기분"



보건/의료

    먹는 치료제, '퀵'으로 배달…"쓴맛 나지만 몸은 나아진 기분"

    지난 19일 성남시의료원 재택치료 상황실…"환자 7명 처방後 투약"
    고지혈증藥 복용환자도…"응급약 아니라 중단, 팍스로비드 복용지도"
    "아직 새벽에 긴급처방한 사례는 없어" "눈 오면 보건소 직접배달"
    "타이레놀 걱정돼서 같이 안 먹어…치료제 복용 후 근육통 진해져"

    지난 14일 서울 구로구 한 약국에서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입고돼 있다. 이한형 기자지난 14일 서울 구로구 한 약국에서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입고돼 있다. 이한형 기자"각 권역 보건소에서 (배송)협약이 된 약국들이 있어요. 그 약국에서 퀵(서비스)으로 바로 환자 집으로 보내줘요. 관련 비용은 관할 보건소에서 처리합니다. 퀵비도 보건소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환자 개인이 지불할) 다른 비용은 없을 거예요."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으로 운영 중인 경기도 성남시의료원의 채윤태 감염내과 전문의는 지난 19일 재택치료 상황실을 찾은 취재진에게 경구용 치료제가 환자에게 배달되는 과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코로나19 중증환자 감소에 유의미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화이자 사(社)의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국내 전격 도입된 지 약 1주일이 지났다. 지난 13일 초도물량으로 2만 1천 명분이 공급된 팍스로비드는 이튿날부터 처방에 들어가 전국의 재택치료자, 생활치료센터 입소자에게 투약되고 있다. 이달 말까지 1만 명분이 추가로 더 들어올 예정이다.
     
    대상자는 중증으로 악화될 위험이 높은 경증 또는 중등증 환자 중 65세 이상이거나 면역저하자인 이들이다. 투약시점은 증상이 나타난 지 '닷새 이내'가 원칙이다.
    양천구 코로나19 재택치료 전담팀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 서울 양천구 해누리타운에서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이 포함된 재택치료 환자용 건강관리세트를 포장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양천구 코로나19 재택치료 전담팀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 서울 양천구 해누리타운에서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이 포함된 재택치료 환자용 건강관리세트를 포장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복용환자 다수 "쓴맛 난다"…65세 이상이어도 '무증상자'는 제외

    성남시의료원 8층에 위치한 재택치료 상황실은 청록색 파티션을 따라 두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컴퓨터가 각각 6개씩 마련된 가운데 자리를 빈틈없이 채운 간호사들은 '비대면' 문진에 여념이 없었다.
     
    헤드셋을 낀 이들은 '현재 상태는 어떤지', '산소포화도와 체온은 얼마가 나왔는지', '식사는 했는지' 등을 음성 통화로 하나하나 체크했다. 상황실 한 켠에는 커다란 모니터에 성남시의료원이 관리하는 재택치료 환자의 현황이 띄워져 있었다. 신규 환자와 퇴소 환자부터 집중관리군, 병원이송 및 외래접수 건 등의 횟수가 빼곡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 상황실에서 재택치료관리팀 직원이 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서울 영등포구의 한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 상황실에서 재택치료관리팀 직원이 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성남시의료원에서 이날까지 팍스로비드를 처방한 재택환자는 모두 7명이다. 5명은 65세 이상 고령자, 2명(40대 1명·70대 1명)은 면역저하자다. 하루 전날(18일) 처방과 배송이 이뤄졌고, 투약은 이날 아침부터 진행됐다.
     
    채 전문의는 "오늘 화상통화를 연결하는 분도 7명 중 한 분"이라며 "원래 개인병원에서 상기도 감염 때문에 약을 받은 게 있어서 그 때문에 (팍스로비드를) 같이 먹기 부담스럽다고 하셨다. 오늘부터 스스로 복용 중이시고, 나머지 6명도 큰 부작용 없이 양호한 상태로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에서 쓴맛이 난다는 부작용은 대부분 호소하시고, 그 외 '속이 조금 거북하다' 정도의 얘기도 하신다. 중대한 이상반응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팍스로비드는 임상증상이 발현된 '유증상자'에게 투약되기 때문에, 65세 이상이라 해도 무증상인 경우엔 처방대상에서 제외된다.

    "고지혈증약은 잠시 복용 중단" "모니터링 잘 하면 걸러낼 수 있어"

    지난 14일 서울 구로구 한 약국에서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입고돼 있다. 이한형 기자지난 14일 서울 구로구 한 약국에서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입고돼 있다. 이한형 기자기저질환자가 많은 투약대상의 특성상 병용금기 약물을 사전에 꼼꼼히 점검하는 것도 의료진의 중요한 업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정한 팍스로비드의 병용금기약은 28개로 이 중 국내에서 유통 중인 약물 성분만 23개에 이른다.

    특히 항불안제 '세인트존스워트', 항간질제 '카르바마제핀'·'페노바르비탈'·'페니토인', 항결핵제 '리팜피신', 항암제 '아팔루타마이드' 등 6가지는 복용을 중단했다 해도 팍스로비드 투약이 불가하다.
     
    "(투약자) 7명 중에 고지혈증약을 복용하는 분이 계셨어요. 고지혈증약의 경우엔, 응급으로 복용해야 하는 약은 아니라서 가급적 복용을 중단하고 팍스로비드를 복용하시도록 지도했죠.
     
    복약지도는 3단계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져요. 첫째로 비대면 진료 시 병용금지 약물을 복용 중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둘째로 약국에서 환자와 유선통화하며 복약지도할 때 한 번 더 확인을 하죠. 마지막으로 모니터링팀에서 계속해서 확인을 하고요. 병용금지 약물을 함께 먹는 경우는 모니터링만 잘 하면 걸러낼 수 있다고 봐요."(채윤태 전문의)

     
    성남시의료원은 현재 250명 가량의 재택치료 환자를 전담 관리하고 있다. 재택치료를 담당하는 의사 7명이 요일별로 돌아가고, 주말은 당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의사 진료여부를 판별하는 모니터링 간호사는 15명인데, 병원 측에선 재택환자 '350명' 정도는 감당할 수 있는 인력으로 보고 있다.
     
    눈이 많이 내리는 궂은 날에는 어떻게 약을 전달할까. 채 전문의는 "급한 배송들은 보건소에서 직접 수행하는 걸로 얘기가 됐다. 보건소 직원이 약국에 들러서 필요한 약을 수령해 환자 집에 직접 배달한다"며 "보시면 아시겠지만, 성남 구시가지는 산악 지형이라 눈이 오면 퀵 배달부들이 일을 할 수 없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야간에 응급처방을 해야 하는 긴급상황은 없었단다. 채 전문의는 "만약 야간에 급한 약이 필요하거나 할 때는 병원 진료가 필요한 경우일 수도 있다. 그런 경우가 많지는 않다"며 "그렇게 되면 24시간 운영하는 당직약국으로 보건소를 통해 연결, 해결한다"고 말했다.

    "두통약 혹시 몰라 같이 안 먹어"…설사外 특별한 부작용 호소 없어

    팍스로비드를 복용한 재택환자 권모(66)씨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으로 접종을 마친 접종완료자다. 지난 15일 증상이 처음 나타났고, 17일 확진판정을 받은 뒤 다음날부터 재택치료를 시작했다.
     
    재택 이틀째인 이날 팍스로비드를 투약한 그는 "원래 있던 근육통이 팍스로비드를 복용하고 더 진해졌다"고 간호사에게 호소했다. 체온이 36.8~37도에 이르는 등 열감도 있다고 했다.
     
    몸이 힘들면 타이레놀을 함께 복용해도 된다는 최보미 간호사의 말에 권씨는 "혹시 몰라서, 겁나고 걱정돼서 같이 안 먹었다"고 말했다. 또 "약 먹고 얼마 동안 쓴맛이 올라왔는데, 한 서너시간 지나니까 없어지더라"며 "물을 열심히 마시고 있다"고 했다.

    최 간호사는 "오늘 아침부터 (약을) 드셨으니 닷새 후 저녁까지 드실 거다. (투약자) 7명 중 1명만 설사증상을 호소하셔서 환자 분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그는 취재진에게 "7명이 애초에 증상이 굉장히 경미한 환자들이었다. (처음에는) 증상 자체가 약해서 눈에 띄는 호전은 없지만, 다들 몸이 조금 나아졌다고 일관되게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채 전문의는 "(팍스로비드) 처방 건수가 많아지면 좀 더 (재택환자 분류나 약 배송에) 부하가 걸릴 수는 있을 것"이라며 "만약 과부하가 생길 경우, 약국을 추가지정한다든지 여러 현실적으로 필요한 방안들이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방역당국은 팍스로비드의 처방이 까다롭다는 지적에 따라 처방 대상 확대 등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당국은 하루 1천 명 넘게 처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 수십 건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정부가 확보한 경구용 치료제는 팍스로비드 76만 2천 명분, 머크앤컴퍼니(MSD)의 '몰누피라비르' 24만 2천 명분 등 총 100만 4천 명분이다.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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