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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영화톡]'블랙 위도우'가 품은 여성, 피해자 아닌 '생존자'



영화

    [노컷 영화톡]'블랙 위도우'가 품은 여성, 피해자 아닌 '생존자'

    핵심요약

    첫 솔로 무비로 돌아온 블랙 위도우가 말한 여성 해방과 연대 그리고 대안 가족
    클리셰 벗어난 장면들로 쌓아 올린 서사가 가져온 새로움
    영화가 나타샤 로마노프의 죄책감을 풀어가는 과정도 '나타샤'다운 모습으로 그려져

    MCU 나타샤 로마노프 첫 솔로 무비 '블랙 위도우(감독 케이트 쇼트랜드)' <하>

    외화 '블랙 위도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외화 '블랙 위도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지난 2010년 '아이언맨 2' 이후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지켜온 코드네임 블랙 위도우의 러시아 스파이 나타샤 로마노프. 그가 첫 솔로 무비이자 마블 페이즈 4의 포문을 연 '블랙 위도우'에서 보여준 것은 단지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자신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여성 해방과 연대를 통해 새로운 세대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줬다. 이에 '블랙 위도우'에 담긴 나타샤 로마노프의 10년 여정 발자취와 그가 배턴을 넘겨준 새 히어로 옐레나 벨로바에 관해 조금 더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 스포일러 주의
     
    ◇ 여성 해방과 여성 연대 그리고 대안 가족
     
    최영주 기자(이하 최) :
    억압받는 전 세계 모든 여성을 은유하는 레드룸 위도우들에 대한 해방을 연대를 통해 그려갈 거라는 점은 오프닝에서부터 명확하게 보여준 것 같다. 옐레나(플로렌스 퓨)가 멜리나(레이첼 바이스) 세대 위도우를 죽이기 위해 갔던 곳에서 빨간색 약물로 인해 해방된 후, 진짜 적을 무찌르고 적에 의해 억압당한 여성을 풀어주는 것도 여성이라는 점이 계속 나온다. 여성의 해방이 여성연대를 통해 이뤄질 거라는 걸 끊임없이 보여준 것이다. 여성들의 억압과 착취에서 파생된 공포와 연결된 게 다리 위 액션신이기도 하다.
     
    또 나타샤(스칼렛 요한슨)가 유리 출입문으로 된 감옥 안에 가둬놓았던 태스크마스터(올가 쿠릴렌코)를 풀어주고 지상에 떨어진 후 싸움 끝에 결국 태스크마스터의 정신적 세뇌마저 풀어준다. 드레이코프(레이 윈스턴)에게 이용되는 존재인 태스크마스터가 아니라 본연의 존재인 안토니아라는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진정한 자신을 되찾도록 해준다. 이런 것들이 모두 영화의 주제와 연결되는 장면들이라 인상 깊었다.
     
    유원정 기자(이하 유) : 액션신은 아닌데, 옐레나가 알렉세이(데이빗 하버)에게 자궁을 들어냈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가슴 아픈 일인데, 선택하는 것과 박탈당한 것은 다르다.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조차, 그러니까 몸에 대한 것조차 자신의 선택대로 할 수 없었던 위도우들에 대한 억압과 핍박을 상징하는 대사인데 이걸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 알렉세이라는 가부장적 마인드를 가진, 자신이 중심이 되고 싶은 남성에게 쏘아붙이듯이 유머러스하게 대응한 게 인상적이었다.
     
    외화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 옐레나 벨로바, 멜리나 보스토코프, 알렉세이 쇼스타코프 캐릭터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외화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 옐레나 벨로바, 멜리나 보스토코프, 알렉세이 쇼스타코프 캐릭터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최 :
    초반에 나타샤나 옐레나, 멜리나는 비록 일을 위해 모인 가짜 가족이긴 해도 가부장 사회의 중심인 아빠 역의 알렉세이에 끌려가고, 어쩔 수 없이 희생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오하이오 임무를 완수한 후 쿠바로 간 나타샤와 옐레나가 약물에 의해 짐처럼 실려 가는 모습도 그러한 것을 상징한다고 본다.
     
    영화 후반에 레드룸으로 쳐들어가기 위해 쓰러진 척했을 때 영화 초반 쿠바에서와 같은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이때 모습은 나타샤와 멜리나가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계획 하에 그렇게 된 모습이다. 사건의 해결, 어떤 결정권의 중심이 가부장에서 여성으로 넘어갔음을 보여준다. 이 역시 영화의 주제 의식과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만약에 알렉세이가 가부장적이기만 한 아빠였다면 대안 가족의 회복은 없었을 텐데, 어쩐지 모자라지만 착한 아빠의 모습으로 그려졌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유 : 알렉세이에 대해서도 밉지 않게 그린 게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 삶의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중년 남성이다. 여성들에 대해서 크게 관심이 있진 않지만 자기 딸이라 생각하고 아끼는 인물이다. 일정 부분 인간적인 점이 있다. 물론 한심한 부분도 있고 과거를 잊지 못하고 '라떼는 말이야'를 반복하기도 한다. 그러나 너무 지질하거나 한심스럽게 그려내지 않고, 나름 그 안에서 본인의 역할을 다 했다. 멜리나가 작업을 할 동안 나름 합공해서 태스크마스터를 막기도 하고 말이다. 가짜 가족이지만, 착한 아빠다.
     
    최 : 옐레나가 속상해서 자기 혼자 있고 싶다고 할 때, 초반에 허튼소리를 하긴 했지만 옐레나가 좋아했던 노래를 기억하고 불러주며 위로한다. 멜리나 역시 어린 나타샤가 급히 오하이오를 떠나야 할 때 가짜 가족 사진첩을 챙기려고 했는데 놔두고 가라고 한다. 그런데 그걸 챙긴 것으로 나온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일을 위해서 모인 임시 가족이지만 그들에게는 가족으로서의 정이 존재했던 것 같다.
     
    외화 '블랙 위도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외화 '블랙 위도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유 :
    그런데 흔한 클리셰를 조금씩 하나씩 비틀면서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생각하는 게, 반전의 반전을 통해 영화를 더 쫄깃하고 재밌게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옐레나가 아직 레드룸 소속이라든지, 알렉세이를 구출했는데 알고 보니 계속 레드룸과 내통한다든지, 아니면 멜리나도 반전일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고 서로 만나자마자 넷이 마음이 맞아서 연대해 위기를 헤쳐나갔다는 게 다른 점이었다. 사람들은 재미없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 억지로 꼬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속고 속이는 스파이물의 클리셰가 아닌 방향으로 흘렀다.
     
    오랜만에 네 명이 식탁에 앉아서 말다툼하는 장면 역시 액션으로 전환되는 신이 아닐까 상상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서로 각자 맺혔던 것을 가족끼리 싸우듯이 이야기하는 거로 끝났는데, 그게 너무 좋았다. 이런 식으로 계속 주인공에게 넘어설 수 없는 위기를 주고 상처를 주기 위한 시도를 안 했다는 게 '블랙 위도우'에서 마음에 드는 지점이다.
     
    최 : 물론 부다페스트에서 자매의 싸움은 격했지만, 사실 액션을 제외한다면 다들 그렇게 투닥투닥하며 안 좋았던 감정을 풀어나간다. 그리고 보통의 가족들이 그러하듯이 식탁에 앉아 밥 먹으면서 이야기하고 화해해가는 게 보기 좋았다.
     
    외화 '블랙 위도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외화 '블랙 위도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 영화가 나타샤 로마노프의 죄책감을 풀어가는 과정

     
    유 : 영화의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는 보통 후반부 레드룸 전투가 액션신으로서는 절정의 신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절정인 신은 나타샤가 세뇌에서 벗어나 드레이코프에게 시원하게 한 방 날리는 신이라 생각한다. 나타샤가 위도우들이 공격할 때 죽여야 제거되는 건데 그러지 않는다. 액션에서 누군가를 시원하게 죽이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나, 그러지 않으면 답답할 수 있지만 그런 신도 괜찮았다고 본다. 의도에서 과하게 벗어나지 않고 나타샤의 영웅적 측면이나 능력치를 부각하거나 액션만을 위해 다가가는 신이 적어서 만족스러웠다.
     
    최 : 동의하는 게 사람들은 '블랙 위도우' 속 최강 빌런 캐릭터인 태스크마스터가 나타샤를 그렇게 죽이려고 했는데 너무 쉽게 용서해주는 것은 작위적이라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보통 히어로물이나 액션물에서 빌런은 강력하고 두려운 존재로 설정된다. 그러나 '블랙 위도우' 속 태스크마스터는 알고 보니 드레이코프의 딸이었고, 딸이었음에도 드레이코프에 의해 철저하게 살인 병기로 이용당한 피해자다. 태스크마스터, 위도우들 모두 피해자일 뿐이었고 진짜 빌런은 드레이코프였다. 그렇기에 나타샤는 위도우들이나 태스크마스터에게 더 이상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방식으로 싸웠다. 이거야말로 나타샤다웠고, '블랙 위도우'다웠다고 본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좋았던 점은 위도우나 태스크마스터는 오랜 시간 세뇌당하고 억압과 착취를 당하며 살아온 엄청난 피해자들이다. 그러나 이들을 '불쌍한 피해자' 프레임 안에 가두지 않고 생존자로 명명했다. 이는 나타샤 역시 마찬가지다. 먼저 생존자가 된 나타샤가 위도우와 태스크마스터를 피해자에서 생존자로 끌어 올리는 구원자가 됐다. 이처럼 나타샤를 진정한 의미의 구원자로 그려내는 액션 장면 하나하나가 오히려 좋았다. 그렇기에 답답하다기보다는 나타샤다웠고, 진정한 연대라고 생각한다.
     
    유 : 이 영화의 유일한 반전이라면 가장 강력한 빌런인 태스크마스터의 정체였다. 그가 기계일 수도 있었고, 외향은 남성 같았던 슈트였기에 남성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혹은 위도우라는 여성일 수도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이런 식으로 세 가지 경우를 생각했는데, 설마 태스크마스터가 드레이코프의 딸이었다는 부분은 생각도 안 했다. 사실 딸이 죽었다고 생각했기에 나타샤의 죄책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그 딸이 다시 나타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나타샤라면 차라리 그때 죽는 게 나았지 자아를 잃고 고통스럽게 병기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게 더 힘들고 괴로웠을 것이다. 드레이코프가 살아 있고 레드룸 역시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에는 인정하지 못한다. 자기가 해방했다고 생각했는데 레드룸의 경계가 더 삼엄해지고, 위도우들은 더 고통스러워졌다고 하니 그게 나타샤의 가장 큰 압박이었다.
     
    사실 히어로들에게는 마음에 갖고 있는 어떤 대의, 죽음을 불사하고 나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데 나타샤는 여태껏 존재했던 어떤 어벤져스 히어로보다 약자 중심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 대의가 마음에 들었다. 미국이나 전 세계를 구한다는 게 아니라 약자에 포커스를 둔 죄책감과 트라우마가 결국 완성되지 않았고, 다시 그곳으로 뛰어드는 게 나탸사다웠다.
     
    외화 '블랙 위도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외화 '블랙 위도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최 : 나타샤가 레드룸에서 했던 일들에 대한 죄책감, 드레이코프 딸에 대한 죄책감은 그동안 나타샤가 출연했던 마블 시리즈를 통해 계속 언급되던 바다. 그만큼 나타샤가 자신이 저질렀던 일들에 대한 죄책감이 상당했다는 뜻이다. 드레이코프 딸에 대한 것이 트라우마임을 안 로키가 나타샤의 마음을 흔드는 데 사용하려 했다. 당시에는 어떤 사연인지 자세히 나오지 않았지만, 나타샤의 표정만으로도 그것이 큰 충격이었던 것은 분명함을 암시한 바 있다.
     
    유 : 만약 자의적으로 자신을 이렇게 만든 나타샤에게 복수하겠다는 마음으로 태스크마스터가 됐다면 나타샤를 용서하지 않았을 텐데, 그도 그냥 조종당한 것이었다. 드레이코프가 생물학적 아버지지만 정말 아버지 역할을 했냐고 묻는다면 아니다. 알렉세이는 가짜 아버지일지라도 나타샤 자매를 살리려 노력하고 조력했다. 그러나 드레이코프는 태스크마스터를 비인간적인 병기로 키웠다. 의도치 않았던 자신의 실수를 충분히 뉘우친 나타샤와 아버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그렇게 만든 드레이코프 중 후자가 더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전사를 추론하니 세뇌에서 해방된 태스크마스터가 나타샤를 용서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최 : 오랜 세월 나타샤의 죄책감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연대와 용서의 의미 잘 보여준 것 같다. 세뇌에서 풀려난 태스크마스터 드레이코프가 죽었냐고 물어보지 나타샤를 원망하지 않는다. 그리고 말한 것처럼 핏줄로 얽힌 드레이코프와 안토니아, 임무로 묶인 가짜 가족 알렉세이와 나타샤 자매가 대비되는 것 또한 이 영화의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구도였다.
     
    외화 '블랙 위도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외화 '블랙 위도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 한 줄 평

     
    유 : 내가 몰랐던 나타샤 로마노프 그리고 마블 새 시대를 연 여성 히어로들.
     
    최 : 나타샤 로마노프 10년에 대한 헌사이자 새 시대로 배턴을 쿨하게 넘긴 영화.
     
    ◇ 번외 한 줄 평
     
    유 :
    나타샤 로마노프를 알자마자 이별.
     
    최 : 루소들('인피니티 워' '엔드게임' 안소니 루소, 조 루소 감독) 반성해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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