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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블랙 위도우'가 열어젖힌 마블의 새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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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리뷰]'블랙 위도우'가 열어젖힌 마블의 새 시대

    외화 '블랙 위도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외화 '블랙 위도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지난 2010년 '아이언맨 2'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코드네임 블랙 위도우(Black Widow)라는 러시아 스파이 나타샤 로마노프가 2021년 드디어 솔로 무비로 돌아왔다. 영화 '블랙 위도우'는 늦은 만큼 우리가 보지 못했던, 알 수 없었던 나타샤의 모든 것은 물론이고 여성 해방과 대안 가족 주제까지 멋지게 아우르며 새로운 세대에게 배턴을 넘겨준다.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는 시빌 워 이후 해체된 어벤져스를 떠나 은신처로 몸을 숨긴다. 그곳에서 옐레나 벨로바(플로렌스 퓨)를 만나게 된 나타샤는 자신의 비밀스러운 과거와 연결된 레드룸의 숨겨진 음모와 실체를 깨닫는다.
     
    레드룸이 컨트롤하는 빌런 태스크마스터와 새로운 위도우들에 맞서기 위해 나타샤는 자신의 어두운 과거뿐만 아니라 어벤져스가 되기 전 함께했던 동료들을 마주하고 목숨을 건 반격을 시작한다.
     
    이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사이에 존재하는 나타샤를 조명하면서 10년간 마블 히어로로 활약한 블랙 위도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와 그의 깊숙한 내면을 들여다본다.
     
    외화 '블랙 위도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외화 '블랙 위도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블랙 위도우는 '아이언맨 2'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후 '어벤져스: 엔드게임'까지 7편의 마블 페이즈 1~3을 관통하며 다양한 모습을 선보였다. '블랙 위도우'는 이처럼 오랜 시간 활약한 코드명 블랙 위도우 뒤에 존재하는 나타샤 로마노프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처음이자 마지막 영화이자,10년간 꿋꿋하게 MCU를 지켜온 블랙 위도우에 대한 헌사와 같은 작품이다.
     
    어벤져스 멤버들의 솔로 무비가 나오는 동안 블랙 위도우는 그의 활약도나 인기에 비해 단 한 번도 솔로 무비로 소개되지 못했다. 긴 기다림 끝에 처음으로 나타샤를 조명한 것은 아쉽지만, 10년 전이라면 지금과 같은 내용의 솔로 무비가 나올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간 블랙 위도우는 팜므파탈 스파이 이미지를 강하게 어필하며 여타 여성 스파이 캐릭터가 그렇듯이 성적 대상화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2021년에 모습을 드러낸 '블랙 위도우'는 초인적인 힘을 가진 히어로가 아닌, 한 인간이 갖는 고뇌와 아픔은 물론이고 여성 해방과 연대, 그리고 대안 가족의 모습을 선명하게 그려낸다. 어찌 보면 10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스칼렛 요한슨의 노력이 결실을 본 영화라 할 수 있다.
     
    외화 '블랙 위도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외화 '블랙 위도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는 레드룸의 리더 드레이코프(레이 윈스턴)를 통해 여성을 정신적·신체적으로 억압하고 도구화하는 현실의 남성문화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이러한 비판 과정에서 영화는 피해자라 할 수 있는 나타샤, 옐레나, 멜리나 보스토코프(레이첼 와이즈)를 비롯한 위도우들을 단순히 '불쌍한 피해자'라는 프레임 안에 가두지 않는다. 감독은 그들을 생존자로 명명하고, 생존자들이 다른 피해자들을 생존자로 끌어올리는 과정에 집중한다. 바로 '연대'다.
     
    또한 드레이코프에 세뇌 당해 악행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위도우를 악으로 치부하거나 비난하거나 모든 죄를 그들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모든 것은 드레이코프의 죄악에서 비롯된 비극임을 보다 명확히 한다. 드레이코프는 30년간 성추행을 일삼아 온 할리우드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으로 대변되는 남성문화 시대의 종말을 고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레드룸이라는 여성 억압의 역사에 저항하고 타파하는 과정에서 위도우들의 연대만큼이나 빛나는 것이 있다. 바로 가짜이긴 하지만 한때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였던 주요 캐릭터들의 연대다. 이른바 핏줄로 이어진 전통적 형태의 가족을 넘어선 새로운 가족 형태인 대안 가족 형태를 보여주는 것 또한 '블랙 위도우'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 중 하나다.
     
    외화 '블랙 위도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외화 '블랙 위도우'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마블의 새로운 시대를 열며 새로운 블랙 위도우에게 배턴을 넘기며 새로운 장으로 넘어가겠다는 영화의 의지는 사회적 변화와 새로운 시대상, 이에 걸맞은 여성의 변화를 꾹꾹 눌러 담아 그려낸다. 헤비메탈과 하드 록 주류의 음악 생태계를 바꾼 너바나의 '스멜즈 라이크 틴 스피릿'(Smells like teen spirit)으로 오프닝을 연 것 역시 이와 맞닿아 있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이야기와 의지를 그려내는 와중에도 영화는 마블 팬들에게 그동안 시리즈에서 간간이 언급된 '부다페스트 사건' '드레이코프의 딸' 등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어벤져스: 인피티니 워'에서 나타샤가 내내 입었던 조끼의 정체도 밝혀지며 팬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나타샤와 옐레나 등이 보여주는 액션 역시 '007' 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보여 왔던 화려하면서도 타격감과 생동감 넘치는 맨몸 액션과 카체이싱 등으로 블랙 위도우의 진가를 확인시켜준다.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를 연기한 스칼렛 요한슨의 매력은 익히 알려졌다. '블랙 위도우'를 보면서 다시금 스칼렛 요한슨의 매력을 확인하는 동시에 옐레나 벨로바를 연기한 플로렌스 퓨에 빠져들게 됨을 느낄 수 있다.
     
    134분 상영, 7월 7일 개봉, 쿠키 있음, 12세 관람가.
    외화 '블랙 위도우'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외화 '블랙 위도우'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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