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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로 던져진 청소년들이 말했다…"빚이 있다"



대전

    사회로 던져진 청소년들이 말했다…"빚이 있다"

    [어린 채무자들-왜 그들은 빚을 지게 됐나③] 자립 상황 청소년 200명에게 물었습니다
    4명 중 1명 "빚 있다"…생활비 고민하다 '가(假)개통·소액결제' 등 손대
    75.4%가 학대·방임경험…90.6% 18세 이전 집 나온 적 있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어린 나이에 자립을 '해야만' 했던 이들의 이후는 결코 평탄하지 않다. 준비되지 않은 자립은 적지 않은 빚으로, 또 그 빚을 갚기 위한 불법행위와 범죄로 이어지곤 했다. 살얼음을 걷는 듯한 이들의 일상은 사회에서 부각되지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와 맞물려 위험수위에 이르렀고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전CBS는 위기에 놓인 '어린 채무자'들의 현재부터 구조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내밀히 살펴보고 대책을 찾아보고자 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코로나 1년, 집이 사라졌다…쉼터에 머무는 청소년들
    ②20살 주아의 80만 원 빚은 어떻게 1000만 원이 됐나
    ③사회로 던져진 청소년들이 말했다 "빚이 있다"고
    (계속)


    밀린 월세로 시작된 80만 원의 빚이 1000만 원 넘게 늘어나게 됐다는 20살 주아(가명).

    보육원을 퇴소한 지 1년 만에 신용불량 상태로 노숙을 하다 발견된 20살 민우(가명).

    몇몇 청소년만의 문제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주아와 민우처럼 집을 떠나 홀로서기 상황에 놓인, 청소년기본법상 청소년에 해당하는 24세 이하의 남녀 203명에게 물었다.

    대전지역 청소년쉼터를 비롯한 청소년 지원시설의 협조를 받았으며, 동시에 조사대상자의 절반은 시설을 찾지 않고 홀로 생활 중인 청소년들로 채웠다. 발굴하기 어려운 집단이라는 특성상 비확률적 표집방법인 편의표집(convenience sampling) 방식으로 6개월 이상 수집된 내용임을 밝힌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응답자의 성별은 남성 93명(45.8%), 여성 110명(54.2%)이었으며 평균 17.9세였다.

    조사 시점에 빚이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54명(26.6%)으로 4명 중 1명꼴로 빚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가진 빚의 액수는 500만 원 이상이 36.5%였고 100만 원 미만 34.6%, 100만 원 이상~500만 원 미만이 28.9%였다. 11명은 1000만 원 이상의 빚이 있다고 응답했고 가장 많은 금액은 1800만 원이었다.

    이들의 나이가 10대에서 20대 초반인데다 대부분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소년으로서 청년 채무에서 큰 비중으로 다뤄지는 학자금 대출이 없는 상태임에도, 적지 않은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빚을 지게 된 경로(중복응답)로는 '가개통 및 휴대폰 소액결제 등(57.4%)'이 가장 많았고 '대출 및 지인에게 빌렸다(53.7%)'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가개통'은 휴대폰을 개통한 뒤 기기를 팔아 현금을 마련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가개통과 소액결제, 대출빚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일부는 '도박빚(11.1%)'도 있었다.

    빚은 대부분 생활비로 쓰였다. 빚이 떠받든 자립이었고, 제대로 된 홀로서기로 보기 어려웠다. 그밖에 부모의 빚을 떠안았다는 응답이 3명, 신용카드 연체 3명, 사기피해로 인한 빚 3명 등이 있었고 이모의 병원비를 위해 빚을 내거나 매점 외상을 갚지 못했다는 응답도 있었다.

     

    이들은 왜 어린 나이에 자립하게 됐을까. 집에서 학대나 방임을 경험했다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통해 가늠해볼 수 있었다. 집을 나오기 전 학대나 방임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청소년은 203명 가운데 무려 153명(75.4%)에 달했다. 또 145명(71.4%)은 부모와 갈등을 겪었거나, 그 정도가 매우 컸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정에서 제대로 된 돌봄이나 보호를 받지 못했고, 준비 없이 사회로 던져진 이들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때문에, 이들은 계속 정착하지 못했고 한 곳에 머물지 못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집을 나온 뒤 평균 2.8곳을 옮겨 다녔으며 8곳을 옮겨 다녔다고 응답한 청소년도 있었다. 집을 나오고 처음에는 아는 사람 집을 찾아간 경우가 많았고, 이후에는 여관과 모텔, 찜질방 등을 전전하다 노숙을 하거나 일부는 청소년쉼터를 찾게 됐다.

    조사대상자의 90.6%는 만 18세 이전에 집을 나온 경험이 있었다. 고등학생 나이 또는 그 이전부터 집밖에서 생활한 적이 있는 것이다.

    여성인권티움에서 청소년들의 자립을 도운 김유미 전 팀장은 "단순히 가정 밖에서 겪는 빈곤뿐만 아니라 사실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원의 빈곤과 정보의 빈곤을 갖고 있었고 그 문제를 해결하거나 지원받지 못한 가운데 나오게 되면서 심화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빚 문제를 포함한 청소년 빈곤 문제는 사회적 고려나 시스템 마련이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우울도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본인들에게 오는 불이익을 알고 있지만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불법적인 방법을 택하는 경우가 많고,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무언가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면 절대 그것(불법적인 방법)을 하지 않겠다는 것 또한 공통적으로 내는 목소리"라며 이들을 위한 관심과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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