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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을 앞둔 부모들의 걱정거리 중 하나는 바로 아기 이름 짓기. 아기 이름도 패션과 마찬가지로 시대마다 유행을 탔다.
2000년대에 1950년대에 유행했던 이름을 갖고 있는 아이라면 ''촌스럽다''는 이유만으로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기 일쑤다.
대법원은 25일 지난 60년간 유행했던 아이 이름 순위를 공개했다. 과거 유행했던 이름과 현재 유행하는 이름을 내 아이 이름 짓기에 참고해 볼 만 하다.
그렇다면 60년 전 유행했던 이름은 무엇일까?
1940년대 남아 이름은 과거 교과서에 흔히 등장했던 ''영수''가 단연 1위를 차지했다. 영호, 영식, 영철 등 ''영''자 돌림이 그 뒤를 이었고 정수, 정식, 정호 등 ''정''자 돌림도 10위 안에 들었다.[BestNocut_R]
여아 이름으로는 ''자, 순, 숙''자 돌림이 단연 압도적이다. ''순자''가 1위, 영자, 정순, 정숙, 영숙, 영순 등이 그 뒤를 이었다.
50년대에는 40년대 유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60년대 남아 이름에는 ''호''자 돌림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성호, 영호, 정호, 진호, 재호가 10위 안에 들었으며, 여아 이름에는 미경, 미숙, 미영, 영미 등 ''미''자 돌림이 10위 안에 들었다.
70년대 유행은 ''훈''과 ''영''이다. 정훈, 성훈, 상훈, 지훈이 남아 이름 상위 5위 안에 들었으며, 여아는 지영, 미영, 은영, 선영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80~90년대에는 ''지''와 ''현''자 돌림이 남녀를 불문하고 대세다. 자식들이 지혜롭고 현명하게 살길 바라는 부모의 바람때문일까. 지훈, 지혜, 지은, 혜진, 은지, 지현, 지연, 현우, 동현, 상현 등의 이름이 눈에 띈다.
특히 90년대 들면서 아이들의 이름은 보다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에 등장하지 않던 ''예, 빈, 서''같은 글자가 이름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예진, 예지, 예준, 예은, 수빈, 준서, 민서, 윤서, 은서 등의 이름은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유행하는 이름을 내 아이 이름 짓기에 응용한다면 촌스러움에 대한 비난은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반에 똑같은 이름을 가진 친구가 두서너명씩 된다면 그것도 썩 유쾌한 일만은 아니다.
1978년생의 1위 이름인 ''정훈''이란 이름을 갖고 있는 김정훈씨는 "학교 다닐 때 반에서 꼭 한 두 명씩은 같은 이름을 가진 친구들이 있어 구분이 잘 안됐고 다른 사람에게 나를 각인시키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흔한 이름을 가지면 불편한 점이 더 많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내 아이를 낳으면 흔하지 않은 이름으로 짓고 싶다"고 말했다.
한 사람의 삶과 동고동락하는 이름. 1년, 10년도 아닌 수십년, 길게는 100년까지 살아가는 우리의 이름이지만 한 시대를 가로지르는 한시적 유행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