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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지옥 같은 전쟁의 끔찍한 민낯 '아웃포스트'



영화

    [노컷 리뷰]지옥 같은 전쟁의 끔찍한 민낯 '아웃포스트'

    외화 '아웃포스트'(감독 로드 루리)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전쟁이 지닌 민낯은 겪어보지 못한 이들이 아무리 상상을 최대한으로 펼친다 해도 제대로 그려낼 수 없는 것이다. 영화 '아웃포스트'는 전쟁의 참상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전장에 놓인 군인들의 얼굴과 전투의 생생함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한다.

    '아웃포스트'(감독 로드 루리)는 방어 불가능한 전초기지 사수라는 단 하나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끊임없이 몰려드는 적들과 맞서는 병사들의 처절한 사투를 그린 영화다.

    영화의 원작은 CNN 앵커이자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제이크 태퍼가 집필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파이터'의 각본가 폴 타마시와 에릭 존슨이 장장 3년에 걸쳐 각본 작업에 힘을 쏟았다.

    이 영화가 가지는 가장 큰 힘은 '실화'라는 데 있다. 2009년 10월 3일 미국과 아프간 탈레반과의 가장 격렬한 전투이자, 한 전투에서 생존한 군인 2명이 명예훈장을 받은 브라보 36-1 기병대의 캄데쉬 전투, 일명 '키팅 전초기지 전투'를 다루고 있다.

    '아웃포스트' 배경은 사방이 힌두쿠시 산맥의 산으로 둘러싸여 매복은 물론 포위당하기 좋은 아프카니스탄 캄데쉬에 위치한 최악의 전초기지다. 적의 공격에 무방비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고, 아군의 지원은 물론 제대로 된 보급조차 기대하기 힘든 지역이다. 이에 군 조사단조차 '명백히 방어 불가능'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캄데쉬 전초기지 속 군인들에게 일상은 말 그대로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조마조마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탈레반의 공격이 쏟아진다.

    밥을 먹다가도, 샤워하다가도 총을 들고 뛰어나가 공격을 방어해야 한다.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하던 내 옆의 동료가 어느 순간 죽어 나가는 곳이 캄데쉬 전초기지다. 침상에 붙은 '나아지질 않는다'는 문구처럼 지옥 같은 하루가 반복된다. 지구 반대편에서 또래 청년들이 현실 속 생존을 고민할 때, 캄데쉬 전초기지의 청년들은 단어 그대로의 '생존'을 붙잡아야 한다.

    탈레반의 공격도 공격이지만 협조하는 대신 돈과 자원을 요구하는 주민들, 11월 중간 선거라는 민감한 행사를 앞둔 정권으로 인해 위험지역 철수조차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전투나 사고 등으로 지휘관이 바뀌면서 다른 스타일의 지휘 체계에 병사들은 혼란스럽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와 혼란, 기약 없는 철수 일정 등 모든 것이 군인들을 괴롭힌다.

    영화는 전장의 생생함에 현실적인 전투 장면뿐 아니라 이러한 군인들의 심리 또한 생생하게 조명하고 있다. 각자의 위치와 지위에 따른 책임과 공포, 생존에 대한 갈망,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등이 뒤섞인 곳이 전쟁터임을 보여준다.

    죽음만큼 강렬하게 느껴지는 감정은 '고립감'이다. 사방에서 지리적·물리적·심리적으로도 병사들을 조여 오고, 고립된 이들의 불안과 공포는 스크린을 뚫고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때로는 그들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이 더 힘들 정도다. 그렇게 병사들의 얼굴을 보다 보면 무엇이 그들을 전쟁으로 내몰며 희생시키는지 질문하게 된다.

    조금씩 조금씩 압박하며 화력을 키우던 탈레반은 드디어 철수를 앞둔 전초기지에 모든 화력을 퍼붓는다. 이때부터 관객도 전쟁의 한가운데에 놓이게 된다.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로드 루리 감독은 전장의 생생함을 스크린으로 가져오기 위해 롱테이크 촬영과 보통 다큐멘터리에서 사용하는 오너스(무편집) 기법을 활용했다. 몇몇 제작진은 해당 기법을 사용하는 걸 반대했다지만, 감독은 효과적으로 활용해 전장의 현실감을 제대로 구현해냈다.

    총탄과 포탄이 빗발치고, 끊임없이 작전 지시가 이뤄지는 속에서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동료를 살리기 위해 나선다. 쉴 새 없는 공격과 방어가 이뤄지는 전장을 누비는 병사와 이를 뒤쫓는 카메라를 통해 몰입감이 더해진다. 정신없이 흔들리는 화면에 보는 이의 호흡도 가빠진다.

    생생하게 구현된 전쟁터와 그곳에 존재한 병사들의 모습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전쟁의 참상을 목격하고 간다. 그리고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끔찍하고 삶과 죽음이 뒤엉켜 있음을 알게 된다.

    '블랙 호크 다운' 이후 오랜만에 전쟁 영화로 돌아온 배우 올랜도 블룸, 거장 감독이자 명배우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아들이자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스콧 이스트우드, '아메리칸 메이드' '겟 아웃'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케일럽 랜드리 존스의 열연도 돋보인다. 특히 타이 카터 상병 역의 케일럽 랜드리 존스의 연기는 깊은 인상을 남긴다.

    아프가니스탄 최전방이자 최악의 격전지로 불린 코렌갈 계곡에 배치된 미군 병사들의 심리상태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레스트레포'(감독 팀 헤더링턴, 세바스챤 융거)를 같이 볼 수 있다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듯싶다.

    123분 상영, 9월 23일 개봉, 15세 관람가.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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