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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중 성전환' 전차 조종수, 여군 복무 가능할까



사건/사고

    '휴가중 성전환' 전차 조종수, 여군 복무 가능할까

    현행법에 별도 규정 '無'
    군인 신분으로 해외 나가 수술, 가능한가? "사실 통보했기에 복무규정 위반 아냐"
    전문가 "직업 박탈은 무리, 군무원으로 복무 이어가는 것도 하나의 방안"

    (사진=연합뉴스)

     

    "성전환 수술 후에도 군복무를 이어가고 싶다."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20대 남성 A하사가 전역 심사를 앞두고 밝힌 바람이다. 국군 창설 이래 처음으로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 군인이 나왔다. 해당 군인은 여군으로 복무를 이어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육군은 A하사의 전역 여부를 심사할 예정이다. 전례도 없고 관련 규정도 부재한 터라 향후 내려질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16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트랜드젠더 부사관의 탄생을 환영한다"며 A하사의 심경과 함께 수술 이후 경과를 전했다.

    수년 전 기갑병과 전차승무특기로 임관한 A하사는 전차(탱크) 조종수로 복무해오던 중 지난해 국군수도병원에서 '성별불쾌감'(자신이 다른 성별로 잘못 태어났다고 느끼는 상태)으로 인한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받았고, 이후 성전환을 결심하게 됐다는 게 센터 측 설명이다.

    A하사는 소속 부대에 수술 의사를 밝혔고, 지난해 겨울 휴가를 내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마쳤다.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치고 회복 중인 A하사는 법적인 성별을 여성으로 정정하기 위해 관할 법원에 허가를 신청했다. 아울러 여군으로 복무를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반면 육군은 절차에 따라 의무조사를 마친 뒤 A하사를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전역심사위는 오는 22일 열린다.

    간부의 전역은 복무에 대한 의지와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는 것으로, 위원회에 회부된다 해서 반드시 전역하는 것은 아니다. A하사는 전역 결정이 내려지면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 군 인사법 및 군 인사 시행규칙은 군 병원의 의무조사에서 장애등급 판정을 받은 경우 전공상(戰公傷) 여부를 심의하고 전역심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육군은 이미 본인 스스로 장애를 유발한 점을 인정해 비전공상 판정을 내렸다. 나아가 본인의 여군 복무 의지와 관계없이 전역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령에는 남성으로 입대한 자의 성전환 후 계속 복무에 대한 규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트랜스젠더 군인은 '성주체성 장애'로 취급되며 병역 판정 신체검사를 할 때 '개인별로 칸막이를 제공한다' 정도의 조항만 있을 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6월 트랜스젠더를 국제질병분류 항목에서 삭제했다. 타고난 성별과 본인이 느끼는 성별이 다른 상태를 가진 사람일 뿐, 장애나 질병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 일부 국가에서도 '제3의 성'이라 일컫는 만큼, 소수자 인권 차원에서 이를 '장애'로 적시해 표현한 국방부령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인권센터는 고환성기 훼손이 발생한 상황에서 계속 복무가 가능한지 의학적으로만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김대희 가톨릭대 응급의학 전문의의 소견을 인용해 "고환절제 시행술을 받는 경우 불임이나 발기부전, 체중 증가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호르몬 대체요법과 식이요법, 운동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다"며 "수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부적합 판단을 한다며 의학적 근거는 매우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성인 몸일 때도 전차를 운전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성전환 수술을 통해 몸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라며 "기갑병과는 이미 여군이 진출해 있는 분야이기도 해서 여군 편제가 특혜를 주는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현재도 성전환 수술을 위해 정신과 상담과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고 있는 현역 간부와 병사가 여럿이다.

    그동안 대부분 전역하거나 면제받은 것과는 달리 복무를 계속하겠다는 사례가 최초로 보고된 상황에서 비슷한 처지의 다른 군인들도 전향적인 결과를 기대한다는 것이 센터 측의 설명이다.

    김현 전 대한변협 회장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여성이란 법적 지위를 확보하면 전역 판정이 나오더라도 소송으로 이를 뒤집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A하사 전역 여부가 트랜스젠더 군 입대 허가에 대한 새 판례 기준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트랜스젠더 군 복무 허용 여부를 두고 논쟁이 뜨겁다. 미국은 2017년 7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성 전환 군인은 군대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라는 트윗을 남긴 이후로 사실상 트랜스젠더 군인에 대한 퇴출령이 내려진 상태다.

    태국도 트랜스젠더는 군 복무에서 제외된다. 이란도 우리처럼 성 전환 수술을 '정신적 장애'로 취급해 소집 대상에서 제외한다.

    반면 일부 유럽 국가들은 성 전환 군인에 관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974년 네덜란드군이 트랜스젠더 군인을 허용한 이후 1999년 영국군도 성전환 군인을 위한 고용 정책을 수립했다. 이외에도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 스웨덴, 스페인 등도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전환자의 복무 여부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사안으로, 병사가 여군으로 근무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우려를 제기했다. 군무원이이라는 대안도 제시됐다.

    우석대 남궁승필 군사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랜스젠더 군인이 나온다면 국군 창설 이래 최초"라며 "A하사에게 현역 복무 부적합 판정이 나올 수 있는데, 관련 규정이나 제도, 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이도, 국방부도 모두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업 박탈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므로, 국방부도 대안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제도에 따라 군무원으로 복무를 이어가는 것도 하나의 방안"라고 제안했다.

    육군 관계자는 "성전환 수술을 결심한 것은 개인의 선택이기에 이를 왈가왈부 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A하사는 독립숙소를 사용하기에 생활적인 문제에서 큰 문제는 없겠지만, 기존 그의 성별을 알고 있었던 동료들이 받게 될 정신적인 충격과 선입견을 극복하는 것이 남겨진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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