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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수술을 영업사원이?'…여전히 활개치는 대리수술



사건/사고

    '내 수술을 영업사원이?'…여전히 활개치는 대리수술

    • 2019-11-10 05:20

    지난해 부산서 영업사원이 어깨 대리수술 하다가 환자 사망
    이후에도 여전히 '무면허 의료행위' 기승…4년간 40차례 한 병원도
    행정처분 받아도 대부분 수개월 '자격 정치' 그쳐…면허 취소율 4%에 불과
    환자단체 "수술실 CCTV설치와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 강화해야" 주장

    지난해 부산의 한 병원에서 영업사원이 의사 대신 어깨 수술을 했다가 환자를 사망하게 해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여전히 '영업사원 대리 수술'은 곳곳에서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를 적발하고 처벌해야 할 보건당국이 "인력 부족"과 "담당이 아니다"는 이유를 대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대리 수술'이 더욱 활개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영업사원 대리 수술' 4년간 한 병원서만 40차례…최근 5년간 300건 이상

    수술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6년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 관악구 A 정형외과에서 한 의료기기업체의 영업사원들이 병원장이 집도하는 수술실에서 총 40차례 무면허 수술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5월 부산의 한 정형외과에서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이 대리 수술을 하다 환자를 사망하게 해 '영업사원 대리 수술' 문제가 수면 위로 올랐지만, 이후에도 여전히 무면허 의료행위는 만연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실에서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무면허 의료행위로 인한 의료진(의사·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 자격정지·면허취소 현황'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9년 6월까지 약 5년간 총 369건의 행정처분이 있었다.

    2014년 55건, 2015년 99건, 2016년 56건, 2017년 55건, 2018년 82건, 2019년(6월까지) 22건이 행정처분 받는 등 매년 꾸준히 무면허 의료행위는 일어나고 있다. 드러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더 횡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 영업사원 대리 수술은 꾸준한데... 보건당국 "현실적으로 감시 불가능" 변명만

    하지만 '영업사원 대리수술'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음에도 이를 적발하고 처벌해야 할 보건당국의 감시망은 여전히 부재한 상황이다. 수사기관이 이를 적발해서 통보해주기 전까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병원 개·폐업, 행정지도·처분 등 관리·감독은 병원이 위치한 자치구 보건소 담당이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실질적으로 현장에 나가 영업사원 대리 수술을 적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항변한다.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의료기관에 대한 지도점검은 각 자치구에서 자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주기적으로 병원에 조사를 나간다거나 하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건소가) 병원에 조사를 나간다고 해도, 대리 수술 같은 경우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그런 행위가 이뤄질 때 현장에서 적발해야 되는데 현실적으로 수술실에 들어갈 수 없으므로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보건소가 병원의 행정지도·감독의 권한은 있지만 수사권은 없어서 해당 병원에서 발뺌하면 강제적으로 이를 조사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관악구 보건소 관계자는 "대리 수술은 수술실 안에서 이뤄지는 일이라 저희가 조사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보건소 관계자 또한 "사실상 현재 인력으로는 민원 처리하기에도 바쁘다"면서 "관할 의료기관만 수십 곳인데 일일이 현장 조사를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의료인 '면허'에 대한 행정처분은 복지부 담당이지만, 병원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은 지자체 영역이라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 관리·감독과 행정처분은 병원 허가를 내준 지자체 역할"이라고 말했다.

    ◇ 적발돼도 행정처분은 '단기간 자격정지'에 그쳐…"처벌 강화해야"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애초 적발이 어렵다면 행정처분이라도 강하게 해야 '무면허 의료행위'가 근절될 수 있지만, 이조차 미비해 실질적인 제재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기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무면허 의료행위로 행정처분을 받은 369건 중 '면허 취소'로 이어진 것은 총 15건에 불과했다. 모두 재판에서 의사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의료법에 따라 자동으로 면허 취소 처분을 받은 것이었다.

    이를 제외하곤 대부분 수일에서 수개월의 자격정지만 받았다. 3~6개월의 자격정지가 가장 많았고(152건), 6개월 이상은 2건에 불과했다. 심지어 자격정지 '7일'은 25건이나 됐다.

    의료인이 면허가 없는 사람에게 의료행위를 시키고 적발되더라도 고작 몇 개월의 자격정지 처분만 받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환자들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시킨 의사에 대한 행정 처분을 강화하고 이력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적발돼도 자격정지라고 해봤자 1년이 채 안 된다. 행정처분이 너무 짧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는 주로 의사들이 하는 건데, 의사뿐만 아니라 가담자들의 의료 면허도 취소하고 결격사유로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올해 안에 정기국회에서 '수술실 CCTV 설치', '무면허 의료행위 의사 면허 취소', '의사의 행정처분 이력 공개'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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