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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김제동이 될 수 있다"…강연료 논란 너머



문화 일반

    "누구나 김제동이 될 수 있다"…강연료 논란 너머

    개인 활용한 정치공세 프레임 위험수위 지적
    "이명박·박근혜 정권 블랙리스트 패턴과 동일"
    "시스템 아닌 개인에 초점…인권문제와 직결"
    "사람 병들게 하는 프레임…누구라도 피해자"

    방송인 김제동(사진=KBS 제공)

     

    고액 강연료 논란에 휘말린 방송인 김제동을 향한 일부 언론·정치권의 비난이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지적이 인다. 이번 논란이 정치 공세 성격을 띠는 만큼, 그 대상은 김제동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스템 아닌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비난이 인권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점 역시 경각심을 낳고 있다.

    책 '우리는 누구도 처벌하지 않았다'(위즈덤하우스)로 지난 정권에서 벌어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분석했던 역사학자 심용환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이번 고액 강연료 논란이 전 정권에서 벌인 블랙리스트 사업 패턴과 궤를 같이 한다고 진단했다.

    심 교수는 20일 "김제동 씨에 이어 최근에는 방송인 김미화 씨에 대해서도 '정권이 바뀌면서 강연료가 3배 이상 올랐다'는 식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박근혜 정권이 만든 블랙리스트는 실체가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에 대해서는 조사를 못했기 때문에 블랙리스트 유무를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의식 있는 발언을 하는 특정 연예인들을 강성 또는 온건으로 분류하고, 해당 연예인들이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도록 방송사에 압력을 넣거나, 댓글 부대를 동원해 수백 개 댓글을 달아 끌어내리는 과정을 밟았다."

    그는 "결국 이명박 정권 아래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부터 이미 찍혔던 유명인들이 지금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려지고 있는 양상"이라며 "권력을 넘겨주고 블랙리스트 형태로 직접적인 배제를 못하는 현실에서 이제는 문재인 정권과의 연관성을 부각시키면서 물고 늘어지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력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는 전 정권의 블랙리스트 사태와 다르지만, 적어도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비판했던 연예인들이 다시 도마 위에 올라서 (정치 공세에) 활용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명박 정권 초기 '좌파 진영의 문화 지형도를 부숴야 한다'는 명목으로 나왔던 '문화균형화 전략' 문건 흐름과도 굉장히 유사하다. 결국 문재인 정부 비판을 위한 도구로 '개인'이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심 교수는 "김제동 씨와 같은 유명인들이 받는 강연료 액수를 들으면 직장인들 입장에서 자괴감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것은 도덕적·개인적 판단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과 정치권의 반복된 부채질을 통해 마치 법적·사회적 판단인 것처럼 프레임이 바뀌고 있다. 여기서 이러한 논란이 정치 공세라는 점은 보다 명확해진다. 또 다른 언론·정치인이 가세하면 더욱 강력한 프레임이 될 것이다."

    ◇ "결국 남는 건 개인이 견디고 버티거나 물러나기"

    그는 "정권을 넘겨준 야당 입장에서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할 때 국민들로부터 '너희들은 그래서 잘했냐'는 반문에 직면해 왔다"며 "이로 인해 한동안 막말을 공세에 활용했지만, 이마저도 커다란 역풍에 휘말렸다. 하지만 김제동 씨 고액 강연료 논란으로 대표되는 이번 사건은 결이 다르다"고 봤다.

    "혹할 수밖에 없다. 강연시장 시스템 등 앞뒤 다 잘라내고 '김제동이 한 번 강연하고 1000만 원 이상을 받는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고 강연료가 몇 배 올랐더라'는 식의 프레임이 먹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댐에 구멍을 내서 그 댐을 무너뜨리는 방식을 학습하는 것이다. 그러면 전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사람들이 다시 줄줄이 끌려올 수밖에 없다. 그들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심 교수는 "결국 남는 것은 개인이 견디고 버티거나, 아니면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 밖에는 없는데, 이러한 정치 공세 속에서는 사람이 계속 다쳐 나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 크게 염려된다"며 "개인을 병들게 만드는 이러한 프레임 안에서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정치 공세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진보진영에서조차 '일부 타당하다'는 논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범진보, 범여권 안에서 밑도 끝도 없는 상처내기가 벌어질 수 여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실제 강연 시장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시스템 교정이 아니라 내부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인권을 보호하고 지지층을 확대하려면, 국민들로 하여금 '청와대와 여당이 뭔가를 계속 하고 있구나'라는 관심을 갖도록 화두를 제공해야 한다"며 "국민들을 심심하게 만들고, 반대 진영의 정치 공세에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 이어지면 내년 총선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실제 국민들 삶에 보탬을 주는 생산적인 민생 이슈를 부각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는 '김제동 고액 강연료 논란'을 위시한 개인을 향한 정치 공세가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인권 문제라는 점을 확실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고액 강연료가 문제라면 그 시스템이나 제도를 교정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옳다. 인권의 시대에 걸맞은, 사람을 살리면서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옮기려는 노력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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