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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는 더 재밌는 '기생충'을 일부러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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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봉준호는 더 재밌는 '기생충'을 일부러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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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준호 감독이 직접 해설하는 '기생충' ①]
    빈자의 눈으로 본 부자…"기택네 따라 침투"
    "공포·스릴러로 불안 강조할 수 있었지만…"
    "소음마저 빈부격차…서러운 현실 녹여냈다"

    이 인터뷰 기사에는 영화 '기생충'에 관한 스포일러가 담겼습니다. '기생충'을 이미 봤거나 재관람을 염두에 둔 독자들의 이해에 보탬이 될 만한, 봉준호 감독이 직접 전하는 자세한 해설을 3회에 걸쳐 전합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봉준호는 더 재밌는 '기생충'을 일부러 거부했다
    <계속>


    영화 '기생충' 포스터(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이 이상한 영화로 비쳐지기를 바랐다고 했다. 장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기존 범주 안에서 규정되기를 거부한 것이다.

    "'기생충'의 메시지는 오히려 선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르적으로도 그렇고 두세 가지 감정들이 동시에 엉키는, 규정하기 어려운 장면 장면을 의도했다. 그것이 보다 사실적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살면서 그럴 때가 많잖나. 병원에 입원한 친구를 보러 슬픈 마음으로 갔는데, 누워 있는 모습이 너무나 우스꽝스럽다거나 말이다."

    봉 감독은 "현실의 우리는 하루하루 살면서 복잡한 감정을 잘 정리하지 못한 채 잠자리에 들고 이튿날을 맞이한다. 이 영화도 비슷한 것 같다"며 "명쾌하게 하나의 장르·정서로 정리돼 있었다면 오히려 현실과의 접점이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기생충'을 두고 "굳이 거칠게 압축하자면 기택(송강호)네 가족의 관점에서 부잣집 박사장(이선균)네를 본다는 느낌으로 찍었다"며 "이야기 역시 관객들이 기택네 가족을 따라서 박사장네로 침두해 들어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봉 감독은 "사실 (이러한 '기생충'의 이야기 구조는) 반대가 될 수도 있었다"며 말을 이었다.

    "지금과 달리 박사장네 이야기로 영화를 시작하는 거다. 처음 과외 선생을 고용했고 그의 소개로 두 번째 과외 선생이 들어온다. 그런데 안 보는 사이에 둘이 속닥속닥하고 있는 거다. 이러한 불안한 시점을 강조하면서 공포·스릴러 장르로 풀어갈 수도 있었을 테다. 하지만 저는 그 반대쪽을 택했다."

    이러한 관점은 봉 감독 자신의 경험이 투영된 결과물이기도 하다.

    "대학 시절 과외 아르바이트로 중학생을 가르친 적이 있다. 아는 사람 소개로 갔는데 큰 자동 철문이 열리고 사모님과 면접하는 식으로, 극중 기택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박사장네를 처음 방문했을 때 느낌과 비슷했다."

    그는 "당시 그 가족에게 느낀 생경했던 감정, 저는 그들을 타자화시켜서 봤던 것 같다"며 "물론 영화 속 박사장네도 재밌게 묘사하고 싶었지만, 기택네보다는 거리감을 가졌던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봉 감독은 "그러한 부자 동네는 직접 가보면 또 되게 조용하다. 소음마저 빈부격차가 있다는 점이 서럽게 다가오기도 한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극중 기택네 반지하 집이 있는 동네는 와글와글하잖나. 기본적으로 깔린 생활 소음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음을 영화 '기생충'에도 깔아놨다. 이 영화를 돌비 애트모스(첨단 서라운드 사운드 기술)가 설치된 극장에서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는 전쟁영화만 돌비 애트모스로 봤을 때 좋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로 확인했다. '기생충' 역시 '로마'를 참고해 기택네 동네 장면에서 소음을 깔았다."

    ◇ "물도 사람도 부촌에서 빈촌으로 하강…또 하강"

    봉준호 감독(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기생충'은 기존 봉 감독 작품과 달리 대부분 세트 촬영으로 채워졌다. 야외 촬영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로 작정한 듯, 봉 감독은 극중 기택네 가족이 폭우를 뚫고 하강에 하강을 거듭하는 인상적인 시퀀스에 특별한 공을 들인 모습이다.

    마치 주인공들이 우리 사회 밑바닥에 자리한 '헬조선'으로 향하는 여정을 담아낸 듯한 이 장면을 두고 봉 감독은 "일시적인 로드무비"라고 했다.

    "그야말로 계속되는 하강이다. 주인공들이 하강하고, 자연의 이치에 따라 당연히 물도 하강한다. 물 또한 부자 동네에서 가난한 동네로 흐르는 셈이다. 밑으로 밑으로 흐르는 물이 가난한 동네에 구정물로 고이게 된다. 그것이 참 서글픈 광경이다."

    봉 감독은 "저와 (전작 '설국열차' '마더'를 함께한) 홍경표 촬영감독은 야외촬영에 대한 애정이 강한 사람들인데, 기택네·박사장네 두 집 세트에서 거의 90%를 촬영하면서 쌓였던 갈증이 폭발했다"고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두 사람은 '마더'를 찍으면서 광란의 로케이션을 했다. 당시 야외 촬영 일정표를 보고 김지운 감독이 '전국 농협지점을 표시한 거냐'고 했을 정도니까. (웃음) 그런 사람들이 '기생충'을 하면서 거의 세트에서만 찍었으니, (이 시퀀스로) 로케이션 분풀이를 한 것이다."

    이 장면에는 여섯 동네를 거칠 만큼 품이 많이 들었다. 봉 감독 표현을 오롯이 빌리자면 "정말 엄선해서 고른 장소들인데 거의 숏(shot) 단위로 동네가 쪼개진다".

    "기택네 가족이 박사장네 집을 나와서 처음 돌아 내려가는 곳은 성북동이다. 이어 자하문터널을 거쳐 후암동, 창신동, 북아현동, 끝으로 세트장에 도착하면 침수된 동네다. 침수 장면은 풀장에 세트를 지은 뒤 저와 촬영감독이 잠수복을 입고 들어가서 찍었다."

    봉 감독은 이 과정에서 배우 송강호의 압도적인 연기를 길어 올릴 수 있었다.

    "물이 턱밑까지 찬 집에서 기택이 상자 같은 것을 들고 나오는 장면에서 (송)강호 선배 표정은 정말 압권이다. 영화를 찍다 보면 현장에서 한두 번은 뭔가 확 닥쳐올 때가 있다. '기생충'을 하면서는 강호 선배의 그 표정이었다. 그 장면을 찍으면서 저와 촬영감독 모두 울컥했다."

    그는 "온 세상의 물이 인물들과 함께 하강해 턱 밑까지 차오르는 장면은 그렇게 나왔다. 아브라함 폴론스키 감독의 '악의 힘'(Force Of Evil·1948)이라는 고전 누아르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그 영화를 보면 주인공 남성이 계단을 내려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거기서 ('기생충' 하강 장면의) 영감을 얻은 면이 있다."

    ◇ 절대다수 '을'의 현실…'냄새'로 보편적 공감대 확장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에게 연출 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위에서 언급한 '하강' 시퀀스에 대해 봉 감독은 "기택네 가족이 자기네 본래 위치로 돌아오는 여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네 절대다수가 속한, 경제·사회적 '을'의 위치를 절감하게 되는 결정타라는 이야기다.

    "그 시작은 (주인이 자리를 비운) 박사장네 집 거실에서 기택네 가족이 위스키를 마시면서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창 밖 폭우를 보면서 '운치가 있다'고도 말하며 즐기잖나. 그러다가 그 비에 턱 밑까지 몸을 담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그는 "박사장 집에서 멋지게 거품 목욕을 했던 기정(박소담)은 결국 오물이 분출하는 변기 위에 앉게 된다"며 "어찌 보면 정말 쓰라린 장면"이라고 부연했다.

    뚜렷한 계급을 구분짓는 직관적인 요소로서 '냄새'를 차용한 점은 이 영화의 보편적인 공감대를 확장시킨다. 봉 감독은 "영어 자막 작업할 때 프랑스 사람이 비슷한 이야기를 해줬다"며 말을 이었다.

    "프랑스 현지에서도 최근 그러한 이슈가 있었다더라. 인터넷에서 '무슨 무슨 냄새'라고 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비하하는 도구로 쓰였다는 것이다. '왜 그런 표현을 쓰냐'는 쪽과 '솔직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대립했다고 한다. 스파이크 리 감독의 초창기 영화를 보면 '냄새가 난다'는 식으로 미국 내 인종 갈등을 그린다. 그만큼 불편하리만치 예민하고 직설적인 요소가 냄새인데, 그러한 느낌을 이선균 씨가 과하지 않게 표현해 줬다."

    봉 감독은 "냄새는 우리 모두 알고는 있지만, 누구도 차마 대놓고 이야기하지 않는 요소"라며 "개인간이든, 집단간이든 그것은 되게 무례한 행동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한 냄새에 대해 굉장히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는 박사장을, 우리는 카메라를 통해 무척 가까이에서 보고야 만다. 기택의 냄새로 시작한 박사장의 무례함은 지하철을 언급하면서 계층 전체에 대한 비하로 확산된다. 박사장 부부는 그 말을 공적인 장소에서 갑질하듯이 말한 것이 아니다. 그냥 부부가 집에서 자기들끼리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이다. 그것을 악한 행동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극중 주어진 상황이 너무 기묘해서 그 이야기를 기택네가 다 듣게 되잖나."

    그는 "이러한 이야기는 보통 격리된 상태에서 끼리끼리 하게 되는 법"이라며 "그러나 영화 '기생충'은 그 이야기를 불편하리만치 가까이에서 펼쳐 놓는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서로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려 애쓴다. 하지만 '기생충'은 영화적 상황 설정을 통해 그 경계를 허문다. 촬영감독에게도 '타인의 사생활을 코앞에서 목도하는 느낌으로 찍자'고 강조했다. 이를 집약한 요소가 바로 냄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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