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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섹스 로봇의 등장…파트너 대체할 수 있을까



IT/과학

    AI 섹스 로봇의 등장…파트너 대체할 수 있을까

    '섹스 토이'에서 AI 탑재 '섹스 로봇'으로 진화
    전 세계 섹스토이 시장규모 2020년 32조원 돌파
    복잡한 이성관계 대신 로봇 대체 선택 고려 높아져
    찬성 "부부관계·가사 스트레스↓ 이혼율 낮출 것"
    반대 "섹스 로봇이 더 건강하다는 근거 없어"
    또다른 성착취·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올해 초 CES 2018에서 공개해 화제를 모은 어비스 크리에이션(Abyss Creations)이 인공지능(AI) 섹스 로봇 '엑스 모드(X-Mode)'를 9월 출시한다고 씨넷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어비스 크리에이션 창립자이자 수석 디자이너인 매트 맥멀렌은 최근 유튜버 '브릭 돌뱅거(Brick Dollbanger)'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처음 공개했던 프로토타입 하모니(Harmony)를 완전하게 개선한 새로운 모델을 개발했다"며 "변화의 과정이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말했다.

    출시 가격은 대략 1만7000달러(약 1890만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 단순 '섹스 토이'에서 실제 사람같은 'AI 섹스 로봇' 개발 붐

    지난해 자회사 리얼보틱스(Realbotix) 연구소가 처음 공개한 섹스 로봇 프로토타입 하모니는 평범한 인형 모양의 리얼 돌(Real Doll)과 달리 인공지능 머신이 탑재된 지능과 표정과 감정을 표현하는 목소리, 안면 움직임 기능 등이 적용된 모델이다. 여기에 연간 구독료 20달러의 '하모니 AI(Harmony AI)' 앱을 이용하면 다양한 캐릭터 생성, 반응 및 학습 데이터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개선된 버전 X-모드의 인공지능이나 로봇 기술 수준이 어느정도인지는 구체적이지 않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에서 인간의 외형을 본따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과 생김새는 비슷하다. 몸체는 리얼 돌처럼 움직임이 없어 한국에도 방문한 바 있는 홍콩 핸슨 로보틱스의 두뇌형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Sophia)와 더 비슷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섹스 로봇은 육체적 교감이 중요한만큼 해부학적 신체 구조나 촉감과 유사한 형태로 디자인되어 사용자의 만족감을 높이기 위한 기술 진화도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Statista)는 2015년 전 세계 섹스 토이(sex Toy) 시장이 약 210억달러(약 23조 4천억원)에 달했다며, 2020년에는 290억달러(약 32조 3천억원)를 넘어 설 것으로 전망했다.

    인공지능 기술과 로보틱스 기술이 뛰어난 미국과 일본에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섹스 로봇들은 소비자 단가를 맞추기 위해 중국에서 대량으로 생산 체제로 맞춤 제작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섹스 로봇을 제조하고 있거나 개발 중인 업체는 어비스 크리에이션 외에 슬럿에버(Slutever) 등 10여 곳에 이른다.

    어비스 크리에이션(Abyss Creations)의 인공지능(AI) 섹스 로봇 '엑스 모드(X-Mode)'

     

    X-모드는 '섹스 로봇'이라는 특성때문에 동작이나 고차원적인 대화보다는 사용자의 터치나 말, 행동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로봇의 종류는 여러가지지만 단순 성관계를 넘어서 인간 배우자를 대체하는 수준까지 넘보고 있다.

    중국 IT기업 화웨이에서 근무하던 엔지니어 정지아지아(郑佳佳·32)는 '여자 사람'과의 관계 실패로 힘들어하던 중 인공지능을 탑재한 '여자 로봇' 잉잉(Ying Ying)을 만들었다. 그는 외모나 성격, 재산 등 사회적 조건이나 복잡한 인간관계에 시달리지 않고 함께 살 수 있어 만족스럽다며 잉잉과 결혼식을 올렸다.

    일본에서는 2009년 7월 출시돼 폭발적인 인기를 끈 보컬로이드 리듬게임 '하츠네 미쿠'의 가상 아이돌 캐릭터 '하츠네 미쿠'를 이용해 만든 인공지능 3D 홀로그램과 올 연말 결혼식을 올리겠다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3D 프린터로 만든 로봇과 결혼할 것이라고 밝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녀는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소니가 최근 인공지능 애완로봇 '아이보(Aibo)'를 일본에 출시해 뜨거운 인기몰이를 한데 이어 9월 미국 시장에도 진출하겠다고 밝히는 등 인공지능의 진화로 인간 생활 환경 깊숙한 곳까지 인간이 인간을 대체해 인간과 교감할 수 있는 로봇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과연 섹스 로봇이나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 배우자, 파트너를 대체할 수 있을까.

    어비스 크리에이션의 섹스 로봇 'X-모드'는 인체해부학적으로 다양한 신체구조와 특징을 담아 사용자 주문방식으로 제작된다.

     



    ◇ "섹스 로봇, 자위행위 도구일뿐…왜곡된 성착취와 성범죄 우려"

    2015년부터 섹스 로봇 반대 캠페인을 해온 영국 드몽포르 대학(De Montfort University) 로봇윤리 및 문화학부 캐슬린 리처드슨(Kathleen Richardson) 교수는 데일리 스타 온라인과의 인터뷰에서 "섹스 로봇과 같은 장치는 성 착취와 학대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포르노를 비롯한 상업적 성 산업은 인간의 성 문화를 왜곡하고 강간과 아동학대와 같은 부정적인 행위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리처드슨 교수는 "섹스 로봇이나 섹스 토이와 실제로 성관계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위행위를 하는 것"라며 "이것이 성관계의 대체재로 분류되어 새로운 성관계로 인식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비스 크리에이션과 인터뷰한 유투버 '브릭 돌뱅거(Brick Dollbanger)'가 "여성들은 성관계를 자신들의 전유물로 생각한다. 여성들이 자신들의 성 역할이 대체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섹스 로봇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데 대해 리처드슨 교수는 "그의 주장은 매우 비논리적"이라며 "여성을 그저 '뚫고 들어가는 구멍(penetrable orifices)' 정도에 불과한 성 도구로 볼때나 가능한 인식"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섹스 로봇은 남성용뿐 아니라 여성용도 생산되고 있다.

    로봇공학재단(Foundation for Responsible Robotics)은 2017년 내놓은 '로봇의 성적 미래(Our Sexual Future with Robots)' 보고서에서 "섹스용 로봇이나 인형은 다른 성 생활에 비해 사회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로봇학회에서는 "인간을 모방한 에로틱한 안드로이드(섹스 로봇)가 전쟁에서 대량 살상을 저지르는 AI 살인 로봇보다 더 시급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배송을 위해 사람 크기의 섹스 로봇 'X-모드'를 나무상자에 포장하고 있는 모습

     


    ◇ "섹스 로봇, 미래 가정의 생산성 높이는 보조 장치 될 수 있어"

    그러나 성 전문가인 미국 컬럼비아 대학 마리나 아드쉐이드(Marina Adshade) 교수는 자신의 저서 '로봇 성: 사회 윤리적 의미(Robot Sex: Social and Ethical Implications)에서 "섹스 로봇에 의한 사회적 변화가 임박했다. 현실은 결혼이 언제나 기술의 변화와 함께 진화해왔다"며 "가정의 전자화(electrification in the home)가 어떻게 여성이 일하는 시간의 낭비를 줄이고 결혼생활의 질을 향상시켰는지 돌이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드쉐이드 교수는 "인공지능에 기반한 실리콘 러브 인형인 섹스 로봇의 부상이 가계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서 "반대급부로 결혼에서 성적 친밀감을 얻는 대신 비 성적 방식에서 제공할 수 있는 가사 해결의 문제로 옮겨갈 것"이라며 "이미 대화를 하고 심지어 식기세척기를 장착할 수 있는 섹스 로봇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섹스 로봇의 인기로 인간의 결혼률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아드쉐이드 교수는 섹스 로봇의 기술이 오히려 결혼률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이유로 아드쉐이드 교수는 결혼생활에 있어 더이상 부부간 성관계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며, 섹스 로봇이 이같은 보완을 통해 결혼의 질이 향상되고 이혼률을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혼 사유에 있어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부간 성관계 문제가 미치는 비중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섹스 로봇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잠재적으로 섹스 로봇을 결혼 보조원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며 결혼생활에 있어 섹스 로봇에 대한 기술적 접근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섹스 로봇 기술이 이성애자 부부가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함께 키우는 전통적 가치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부부의 성 욕구를 충족시켜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며, 일례로 동성애자의 경우, 아이를 키우는 일반적인 가정 환경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생식과 관련한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性 산업계 '섹스 로봇' 장점 부각 vs 의학계 "더 건강하다는 근거 없어"

    하지만 섹스 로봇에 대한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의학 전문가들은 최근 리얼 돌이나 섹스 로봇 사용의 증가로 성병 전염이 증가하고 발기부전을 악화시키며 성전환 수술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세인트 조지 대학병원 NHS재단 트러스트의 샹탈 콕스 조지(Chantal Cox-George) 박사와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의 수잔 벌리(Susan Bewley) 교수는 BMJ 성 및 생식건강 학술지(BMJ Sexual & Reproductive Health)에 발표한 논문에서 "섹스 로봇 팬들이 섹스 로봇이 보다 청결하고 건강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것이 사실이라는 증거는 없다"며 "섹스 로봇 시장의 발전이 성 폭력과 성병 감염의 위험을 감소시킬지, 아니면 성 산업 종사자들의 더 많은 착취로 이어질 것인지는 가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논문은 "많은 광고상품이 그렇듯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건강하다'는 주장은 다소 그럴듯하다"며 "오히려 "(성범죄 등)불법적 행위를 사회적으로 정당화시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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