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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조현오 "장자연 사건 당시 조선일보가 거칠게 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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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수첩' 조현오 "장자연 사건 당시 조선일보가 거칠게 항의"

    MBC 'PD수첩' 장자연 2부, 조선일보 관계자들 수사 부실 지적
    방상훈-방정오 모두 경찰 아닌 외부 장소서 신문
    방용훈은 신문 안 받고, 방정오 조서엔 이름도 없어
    경찰 관계자들, 조선일보 압박 증언

    지난달 31일 방송된 MBC 'PD수첩-故 장자연 2부' (사진='PD수첩' 캡처)

     

    9년 전 고(故) 장자연 사건의 수사 총책임자였던 조현오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이 조선일보에 거친 항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방송된 MBC 'PD수첩'은 故 장자연 사건을 다시 한번 다뤘다. 故 장자연 사건은 신인배우였던 장자연이 고위층 인사에게 술자리 및 성 접대 등을 강요받았다고 폭로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당시 문건에 접대 자리에 있었던 이들의 이름이 담겨 있었고, 이는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로 불렸다.

    'PD수첩'은 지난주 방송에서 장자연 리스트에 오른 이들의 실명을 밝혔고, 이번 주 방송에서는 방상훈 사장 등 당시 경찰 수사 대상에 올랐던 조선일보 주요 관계자들이 제대로 된 수사를 받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선일보 '방사장'이라는 말은 고인이 죽기 전 남긴 문건에 등장한다. 2008년 9월경 조선일보 '방사장'이라는 사람과 룸살롱에 갔고, 잠자리 요구를 했으며, 몇 개월 후 조선일보 방사장 아들에게도 같은 요구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조선일보 사장이자 최대주주인 방상훈 사장은 주요 피의자였음에도 한 차례만 신문조사를 받았고, 그마저도 경찰서가 아닌 조선일보 회의실에서 이뤄졌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협조적이지 않다고 해서 방문 조사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협조 안 하면 공권력을 동원해 강제해야 하는 것", "피의자를 경찰서에서 조사를 안 하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전직 대통령도 나오라고 하는데"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PD수첩'은 방상훈 사장 신문이 2009년 4월 23일 오후 3시 55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진행돼 35분에 불과했다는 점, 단 한 대의 휴대폰 통화기록만 받았다는 점 등을 짚었다. 대개 언론사 대표 등은 휴대폰을 여러 대 쓰는데, 9월 한 달간 통화량 35건이 전부인 기록을 냈다는 것이다.

    또한 방상훈 사장 신문 다음 날인 경찰은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해 "A 씨(조선일보 방상훈 사장)는 김 대표 및 고인과는 관련이 없고 혐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므로 불기소 처분한다"고 전했다.

    'PD수첩'은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가 대응팀을 꾸려 경찰을 압박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2009년 3월 13일 KBS가 장자연 문건 내용을 단독 입수해 공개했고, 같은 해 4월 6일 이종걸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방상훈 사장 관련 질의를 하자 이 의원뿐 아니라 관련 보도를 한 언론사까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을 당했다는 얘기였다.

    이 의원은 조선일보 기자가 찾아온 일화를 전하며 "호도되는 것은 나쁜 것 아니냐. 질의를 자제해달라는 무언의 요청, 권유, 이런 압박이 있었던 것"이라며 "(소송으로) 거액 청구함으로써 당사자에게 겁주고 입에 재갈 물리는 작용을 했다"고 비판했다.

    'PD수첩'은 故 장자연 문건에 조선일보 방사장이 언급됐다는 게 알려지기 전과 후 조선일보 보도 태도가 확 바뀌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2009년 3월 10일자 보도에는 "피해를 입힌 상대가 그들보다 힘 있는 이들이어서 도리어 손해"라며 "꿈을 담보로 고통을 겪는 무명 여배우"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으나, 방사장 거론이 공개된 후에는 매니저의 자작극이라거나 문건의 진실성을 의심하는 보도가 연일 나왔다는 것이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故 장자연 사건을 수사할 때 조선일보 쪽에서 방상훈 사장 이름을 거론하지 말아달라며 압박을 해 왔다고 밝혔다. (사진='PD수첩' 캡처)

     

    'PD수첩'은 故 장자연 사건에 관해 경찰 수사를 질책하고 진실성을 의심하는 기사를, 사건과 관련된 아버지를 둔 기자가 작성했다고도 밝혔다.

    故 장자연 사건의 수사 총 책임자였던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개인적으로 굉장한 자괴감, 모욕감도 느꼈다. 일개 경기경찰청장이 일을 서투르게 잘못 처리하면 정권 차원에 부담된다고 만들어 가면 제가 부담을 안 느낄 수가 없다. 조선일보가 굉장히 거칠게 항의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조 전 청장은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시킬 수도 있고 정권을 퇴출시킬 수도 있다며 정권 운운하며 제게 협박을 해 댔다"고 주장했다. 조 전 청장은 "조선 방상훈 사장 이름 거론되지 않게 해 달라, 왜 죄 없는 사람이 자꾸 거론되나, 이런 시각을 갖고 우리(경찰)에게 굉장히 거칠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최원일 당시 경기지방경찰청 형사과장 역시 이동한 당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접촉을 해 왔고, 조선일보 측이 '방상훈 씨가 억울하다', '(경찰서에서 조사받는 건) 사람 두 번 죽이는 것과 똑같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PD수첩'은 조선일보가 당시 홍준호 편집국장, 이동한 사회부장, 강효상 경영기획실장 등이 포함된 대응팀을 꾸렸고 경찰과 접촉해 압박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동한 전 사회부장은 "우리가 무슨 압력을 행사하나"라며 "억울함을 풀기 위해 취재한 것"이라고, 강효상 전 경영기획실장(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우리는 압력을 넣을 힘도 없다"고 부인했다. 강 의원은 "장자연 사건은 방 사장과 아무 상관이 없는 사건"이라면서도 이유를 물으니 "방 사장이 결백하다"는 말만 했다.

    고인과 함께 술자리 접대에 자주 참석했던 소속사 동료 배우가 만난 적 있다고 지목한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은 신문을 받지도 않았다. 방용훈 사장은 고인이 참석했던 식사 모임에 대해 "주한 외교 사절, 해외 언론사 한국지사장 등 10여 명 이상이 참석한 매우 정중한 저녁 식사 자리로서, '룸살롱 접대', '잠자리 요구'와는 전혀 무관하다"면서 "망인(고인)의 존재 자체를 전혀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고인 어머니 기일이었던 2008년 10월 28일 술자리에 있던 방정오 현 TV조선 대표의 신문 역시 경찰서 밖에서 이루어졌다. 삼촌 방용훈 사장이 운영하는 코리아나호텔 스위트룸에서 신문을 받았는데, 조서에 담당 경찰 이름이 빠져 있었다. 변호사, 전직 경찰 등 전문가들은 "조사자 이름 없는 조서가 어디 있냐", "법적으로 유효한 조서가 아니지 않나"라고 의아해했다. 방정오 대표를 신문한 경찰은 "제가 실수해서 (계급과 서명이) 기재 안 됐다고 해도 조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박진현 검사는 "통신 영장, 계좌 추적 영장도 압수 영장만 수십 건 청구했다. 그 정도로 뭔가 밝혀내려고 의욕을 가지고 수사했는데 범죄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상당히 부족했다"고 말했다.

    'PD수첩'은 "많은 국민들이 이번에야말로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길 바라고 있다"며 "저희도 재조사 과정을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지난달 2일 인권침해와 검찰권 남용 의혹이 있다며 故 장자연 사건의 본 조사를 권고한 바 있다.

    위쪽부터 故 장자연이 남긴 문건 일부, 두 번째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신문 기록, 세 번째는 방정오 TV조선 대표 신문 장소, 네 번째는 방정오 TV조선 대표 조서. 신문한 경찰관 이름이 빠져 있다. (사진='PD수첩'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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