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8일 베이징(北京)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황제의 하루’를 선사하며 최상의 의전을 과시했다.
전용기에서 내리는 첫 걸음부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황제 의전’은 시작됐다.
전용기 입구에 모습을 드러낸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붉은색 카펫이 깔린 트랩을 서서히 내려올 수 있었다.
지난해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 항저우 공항에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트랩 자체가 제공되지 않아 전용기 뒷문으로 내려야 했던 장면과 극적으로 비교되는 장면이었다.
공항 영접에서도 통상 장관급인 외교부장이 맞이하던 것과 달리 공산당 정치국원인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나와 격을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공항에 마련된 차편에 탑승해 평소 교통난이 극심한 베이징 중심에 자리잡은 자금성까지 교통통제로 시원하게 뚫린 길을 달려갔다.
시진핑 국가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는 자금성 내의 유일한 서양식 석조 건물이자 황실의 보물창고였던 보온루(寶蘊樓)에서 트럼프 부부를 반갑게 맞이했다.
양국 정상의 첫 만남은 차담회로 시작됐는데, 차의 본고장인 중국이 엄선한 윈난(雲南)성 보이차 등 10여 종의 차가 제공됐다.
차향과 가벼운 담소로 분위기를 끌어 올린 양국 정상은 이날 하루 일반인 출입 통제로 조용해진 자금성 안을 황제가 다니던 길인 고궁 중축선을 따라 둘러보기 시작했다.
자금성의 중심인 태화전을 비롯해 중화전, 보화전을 돌아보는 동안 시 주석이 직접 가이드를 자처해 자금성 곳곳에 대한 문화적 가치와 역사를 설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연신 찬사를 보냈다고 중국 관영 CCTV가 전했다.
자금성 관람 뒤에는 청나라 말기 서태후가 경극을 즐겼던 창음각(暢音閣)에서 중국 고전 서유기(西遊記)의 주인공, 손오공의 이야기를 다룬 경극 ‘미후왕(美候王)’을 관람했다.
경극 관람을 마친 양국 정상은 청나라 전성기의 서막을 연 건륭제(乾隆帝)가 즉위 전까지 거처로 삼았던 건복궁으로 자리를 옮겨 환영만찬에 참석한 것으로 호화로운 환영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중국 당국이 트럼프 방문 이전부터 공공연하게 국빈급 이상의 대접이 돌아갈 것이라고 공언한 것에 걸맞는 ‘황제의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최상급 의전 뒤에는 제19차 당대회를 통해 절대 권력 구축에 성공한 시 주석의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황제만이 경험할 수 있는 대접을 제공하면서 은연 중 자신의 위상이 과거 황제의 권력에 버금간다는 인상을 전 세계에 과시하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