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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가 깬 '현역불패 신화'…임명에서 사퇴까지 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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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정당

    강선우가 깬 '현역불패 신화'…임명에서 사퇴까지 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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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 보좌진, 전직 장관, 민주당 일부 비판에 '백기'

    강선우, 현역 첫 인사청문 낙마 기록 세워
    임명 초반부터 '역차별' 발언에 여성계 비판
    '보좌진 갑질' 폭로 나오며 치명타
    버텼지만 文정부 출신 장관의 갑질 폭로
    연일 악화하는 여론에 결국 백기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윤창원 기자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윤창원 기자
    인사청문 제도 도입 이후 단 한 번도 깨지지 않았던 '현역의원 불패' 기록이 깨졌다. 갑질 논란에 휩싸인 강선우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가 물러난 것이다.

    여론의 뭇매 속에도 버티던 강 후보자는 거세지는 비판 여론에 더해 같은 당 의원들조차 하나 둘 비판에 나서자, 결국 지명 한 달 만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재명 정부서 깨진 '현역 불패'…강선우 "사죄"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신경전을 벌이며 회의가 정회되고 있다. 윤창원 기자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신경전을 벌이며 회의가 정회되고 있다. 윤창원 기자
    2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00년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25년 동안 현역 의원 출신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낙마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래서 '현역 불패'란 말이 생겼다.

    이 기록이 전날 강선우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의 사퇴로 사상 처음 깨졌다. 보좌진 갑질에 이어 정부기관 갑질 의혹에 휘말린 강 후보자가 지명 한 달 만에 물러난 것이다.

    강 후보자는 전날 2시 30분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사퇴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이어 오후 3시 48분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저로 인해 마음 아프셨을 국민께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한없이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기까지였던 것 같다. 성찰하며 살아가겠다. 죄송했다"며 자진사퇴했다.

    약 한 달 전인 6월 23일, 대통령실은 여가부장관 후보자에 강선우 의원을 지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6월 26일 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첫 출근하면서 한 발언으로 여성계로부터 큰 비판을 받았다. 

    강 후보자는 "선택하지 않은, 태어나면서 주어진 것들로 차별이나 '역차별'을 받지 않게 입체적이고 경도되지 않은 시선으로 살피겠다"고 말했는데, 역차별이란 단어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윤석열 정부가 여가부 폐지론에 힘을 실으며 앞세운 논리가 '역차별론'이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에 적합한 인사가 맞느냐는 의심의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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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7월 9일, 보좌진 갑질 논란이 터지며 강 후보자는 치명타를 입었다. 강 후보자가 의원 시절 보좌진에게 고장 난 집 변기 수리, 쓰레기 버리기 등 각종 사적인 업무를 시켰다는 것이다.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직원 갑질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그로부터 닷새 뒤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강 후보자는 "(집) 비데 노즐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지역 보좌진에게 '제가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조언을 구하고 부탁을 드렸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등을 시켰다는 의혹에 대해선 "전날 밤에 먹던 것을 아침으로 먹으려고 (차에) 가지고 내려갔던 적이 있다. 그것을 다 먹지 못하고 차에 남겨놓고 내린 것은 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지만, 성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버티자…민주당 보좌진에, 文 정부 장관까지 반발 


    하루짜리 청문회가 끝났고, 강 후보자는 버티기에 들어갔다. 그러자 이틀 뒤 민주당 보좌진 사이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먼저 터져 나왔다.

    민주당 보좌진 협의회 역대 회장단은 이달 16일 입장문을 내고 "보좌진의 인격을 무시한 강 후보자의 갑질 행위는 여가부장관은 물론 국회의원으로서의 기본적 자세조차 결여된 것"이라며 "무엇이 잘못인지 모른 채 갑질을 반복한 자가 공직을 맡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도, 시대정신에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사과하고 자진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자당 보좌진들이 이례적으로 들고일어났음에도 강 후보자는 버텼다. 그러던 중 이달 21일 문재인 정부에서 여가부장관을 지낸 정영애 전 장관이 강 후보자가 초선의원 시절 여가부에 한 갑질을 폭로했다.

    정 전 장관에 따르면 강 후보자는 지난 2021년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구에 성폭력 피해자 지원 기관인 '해바라기 센터' 설치를 요구했다. 여가부가 검토에 나섰지만 산부인과 의사 등 전문인력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이러한 상황을 강 후보자에게 설명하자, 강 후보자가 "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이 많냐"고 했다는 것.

    그러더니 2021년 11월 강 후보자는 "국회 관련 업무 수행 노력이 부족해 징벌적 예산 삭감"이 필요하다며 여가부 예산 삭감에 나섰다. 정 전 장관은 "부처 장관에게도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지 못했다고 관련도 없는 예산을 삭감하는 등 갑질하는 의원을 다시 여가부장관으로 보낸다니 정말 기가 막힌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도 비판 합류…결국 백기


    이 와중에도 민주당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보좌진 중에서도 열심히 그런 일을 하면서도 불만 없이 잘 해내는 보좌진도 있다", "일반적인 직장 내 갑질과 보좌진과 의원 간의 관계에 있어서 갑질은 약간 성격이 좀 다르다. 식구 같은 개념이 있다"고 말하는 등 강 후보자를 옹호하다가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통령실 역시 22일 국회에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는 등 임명 강행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 중에서 하나하나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민주당 김상욱 의원은 전날 "최소한 국민 수용성에서는 과락 점수를 받는 상태"라며 "후보자가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좀 직접 나서주셨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강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소영 의원은 강 후보자를 옹호한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를 향해 "민주당에 걸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남희 의원도 강 후보자를 옹호한 이들을 겨냥한 듯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것이 우선"이라는 글을 남겼다.

    결국 여론의 뭇매와 보좌진들의 반발, 같은 당 정부 출신 전직 장관의 폭로, 민주당 의원들의 사퇴 촉구에 강 후보자는 '현역 의원 최초 인사청문회 낙마'라는 불명예 기록을 쓴 인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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