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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메르스…'최악상황' 대비해야 하나



보건/의료

    구멍뚫린 메르스…'최악상황' 대비해야 하나

    [국가방역체계 긴급 점검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구멍 뚫린 국가방역체계의 대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메르스는 전염력이 약하다”는 기존 의학계의 진단은 안이했던 정부의 '오판'으로 연결돼 초기 감염 의심자에 대한 느슨한 통제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단순노출자로 처리한 밀접접촉자 가운데 메르스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환자는 15명까지 늘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메르스 전파력 판단 미흡과 최초 메르스 환자 접촉자 그룹의 일부 누락 등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와 불안을 끼친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자가·자진'에 기대다 뒷북 대응…융통성 없는 매뉴얼도 지적

    보건당국이 이날 ‘메르스 고위험자’에 대한 시설 격리 조치를 결정했지만, 그동안 사실상 자가 격리에만 기대어 온 점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자가 격리자들은 독립된 공간에서 혼자 생활하고, 가족 등과 대화를 할 때도 서로 마스크를 쓰고 2m 이상 거리를 두게 하는 등의 지침을 받았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도 사실상 제재나 처벌을 받지 않는데다 뒤늦게 꾸려진 보건당국의 점검반 활동은 한발 늦을 수밖에 없었다.

    한 환자는 보건당국에 격리와 검사를 요청했지만 ‘매뉴얼 요건’인 38도 이상의 발열과 급성 호흡기 증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했다.

    융통성 없는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 뒤에야 보건당국은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옮기는 고열 기준을 37.5도로 낮췄다.

    환자나 의료진의 신고에만 의존하다보니 최초 환자와 접촉한 이가 중국으로 갔다가 확진 판정을 받는가하면, 병문안을 다녀간 사실을 신고하지 않아 일상생활을 했던 환자도 나왔다.

    허점투성이인 보건당국의 대응은 바이러스 변종 가능성과 공기 중 전파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도 역부족이다.

    보건당국의 대응은 여전히 '메르스는 침이나 가래 등 비말이나 근접 접촉에 의해 주로 전파된다'는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 그룹 일각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견해도 나온다.

    ◇변종·공기 전파 가능성…희박해도 최악 가정해야

    중앙대 약학대학 설대우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밀접 접촉자가 아닌데도 감염이 됐다고 하면, 어떤 변이가 일어나서 공기 중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것을 상당히 강력하게 시사한다”고 우려했다.

    같은 병실을 쓰지 않은 병동 환자의 전염 사례 등에서 이런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감염 경로를 보면 이번 메르스 파문은 그 전염력이 굉장히 강한 특이한 사례로, “바이러스로 변이돼 감염력이 강해지고 사람 간 전파가 잘 되도록 바뀌었을 가능성도 크다”고 설 교수는 진단했다.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는 RNA를 유전자로 가진 바이러스로, DNA 바이러스보다 돌연변이를 훨씬 잘 일으키는 점이 특징인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어서, “메르스 바이러스 변이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확진자의 유전자를 지난 3년 동안 중동 환자에게서 분리된 유전자 배열과 일부 비교해봤는데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도 “3년 동안 없었던 변이가 갑자기 우리나라에 와서 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 같다”면서 “공기 매개 가능성도 100%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은 상당히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내 바이러스 검체를 유럽 전문기관에 보내 대조할 예정이다.

    변종 가능성과 공기 전염 우려에 대한 논란과는 별개로, 뒷북 대책의 한계가 곳곳에서 드러난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는 지적은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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