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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세가 하루 5시간 영어'…도 넘은 영·유아 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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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3세가 하루 5시간 영어'…도 넘은 영·유아 사교육

    [도 넘은 영·유아 사교육 ①] 영유아 월 평균 사교육비 최대 140만원

    학부모들의 사교육 열풍이 점입가경이다. 초.중.고등학생 자녀를 넘어 이제는 생후 한 달된 아이에게도 두뇌 발달을 촉진해 준다는 교구와 학습지는 물론, 영어.음악.미술 등 각종 사설학원에 보내고 있다. '어릴 때는 노는 게 최고'라는 말은 옛 말이 돼버린 지 오래다. 이에 CBS는 하루 5시간씩 공부에 매달려야 하는 영.유아 사교육 실태를 살펴보고, 제도적 문제와 대안을 3차례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 주]

    시리즈 연재 순서
    1. '만 3세가 하루 5시간씩 영어수업…' 도 넘은 영.유아 사교육
    2. '부모들의 극성이 문제(?)'…실태 파악도 못한 정부
    3. "가계 부담으로 이어져…정부 나서야"


     

    #1. 1교시 : Language, 2교시 : Phonics, 3교시 : Grammar, 4교시 : Story Telling, 5교시 : Writing, 6교시 : Good Manners….'

    초.중.고등학생의 영어 수업 시간표가 아니다. 다름아닌 만 3세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어느 어학원의 '영어유치부' 수업.

    서울에 본점을 두고 있는 이 어학원은 오전과 오후 수업으로 나뉘어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6교시 과정으로 영어유치부를 운영하고 있다. 각 수업은 40분씩.

    만 3세 유아들은 주말을 제외한 주 5회씩 이른 아침 일어나 오후 3시까지 5시간 동안 영어를 배운다. 각반 정원은 10명으로 소수 정예이며, 수강료는 80만 원 선이다.(교재비 비포함)

    이 어학원의 광고지에는 '인성, 지성, 창의성의 총체적 개발과 전인교육의 실현을 목표로 당신의 자녀를 세계속의 아이로 키워주세요'라고 써있다.

    원어민 강사와 한국인 강사가 함께 강의에 참석하지만 모두 영어로만 말하도록 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지점에서 내년도 수강 인원 접수가 마감됐다.

    #2. 경기도의 한 놀이학교. 오전 9시30분부터 30분씩 종이접기와 독서, 영어, 미술 등의 활동이 진행된다. 오후 2시까지 진행되는 이 수업의 한달 수강료는 75만 원.

    일반 어린이집에 비해 2~3배나 비싸지만, 깨끗한 인테리어와 전문 보육 교사들, 수입교구와 다양한 수업을 한다고 광고해 영.유아 부모들에게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수원에 사는 주부 이 모(32.여)씨는 "요즘은 놀이학교가 대세"라며 "여러가지 교구가 많아 아이가 재밌어하고 엄마들도 집에서 잠시나마 쉴 수 있다"고 말했다.

    영.유아 사교육 열풍이 요즘 가히 최고라 불릴 만하다.

    '괜찮다' 싶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원생 모집 공고가 뜨자마자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고, 그 종류도 정규 유아교육기관을 넘어 사설학원과 학습지, 문화센터 등 다양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에서 눈에 띄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경기도내 3세 미만 영아의 30%가 사교육을 받고 있고, 교육비는 평균 10만3천 원, 최대 월 140만 원까지 지불하는 가정도 있다는 것.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송정 연구위원은 지난 8월 도내 취학 전 영.유아 자녀를 둔 800가구, 9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는 정규 유아교육 기관인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제외한 특별활동이나 사설학원, 학습지, 방문과외, 문화센터 및 동 주민센터 등에서의 사교육 활동에 대해 실시됐다.

    공공기관이 정규 유아교육기관이 아닌 곳의 영.유아 사교육 이용실태를 조사한 사례는 전국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36개월 미만 영아를 둔 478가구 중 사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가구는 144가구(30.1%)로, 월 평균 사교육비는 10만3천 원이었으며, 최대 140만 원을 부담하는 가구도 있었다.

    사교육 이용 시기는 평균 19.1개월이었으나, 생후 1개월부터 사교육을 시작한 영아도 있었다. 평균 1.58개의 사교육을 받았지만, 최대 5개까지 수강하는 경우도 있었다.

    2009년 7월 출생한 A 영아는 현재 한글과 수학, 영어 등 학습지 3개를 하고 있고, 문화센터에서 미술과 카드활동 등 2가지를 배우는 등 5개의 사교육을 받고 있었다.

    사교육 형태는 문화센터 및 주민센터 이용이 44.1%로 가장 많았고, 학습지 29.2%, 미술이나 음악 등 특별활동 21.5%, 사설학원 17.4%, 방문과외 5.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프로그램은 한글이 29.2%, 교구활동 26.4%, 체육 24.3%, 종합 활동 22.2% 등이다.

    한편 취학하지 않은 36개월 이상의 유아는 86.8%가 사교육을 실시 중이었고, 사교육비는 월 평균 18만9천 원, 최대 금액은 150만 원으로 조사됐다.

    최대 150만 원으로 조사된 유아는 2006년 6월 생으로 경기도 성남에서 영어와 체육학원에 총 130만 원을 쓰고, 학습지 2개에 8만 원, 방문과외로 약 10만 원을 지불하고 있었다.

    유아 1인당 평균 사교육 개수는 2.7개로 최대 8개를 수강하는 유아도 있었다.

    이 유아는 2005년 10월 생으로 영어, 음악, 미술, 체육, 논술 등 사설학원을 5군데 다니고 학습지를 3가지 수강하고 있었다.

    조사결과에서 영.유아 부모들은 사교육을 선택할 때 자녀의 적성과 흥미, 소질 등을 고려한다고 답했지만, 실제로는 한글과 영어, 수학 등 학업 관련 사교육을 주로 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모순된 모습을 보였다.

    만 2세 여아를 둔 신 모(34.여)씨는 "아이 교육비로 한 달에 80만 원까지 써봤다. 놀이학교와 한글 학습지, 발레 문화센터까지 애한테 할 수 있는 건 다 시켜봤다"고 전했다.[BestNocut_R]

    이어 "요즘 엄마들은 아이 사교육을 고3 수능생의 대입입시처럼 생각하고 있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고 사교육을 안시키는 엄마는 왕따를 당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송정 위원은 "영.유아 사교육이 도를 넘고 있다. 조사를 하면서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느꼈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아이들은 지쳐가고 부모들은 경제적 부담에 휘청이며, 저출산 문제는 심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입시위주 교육과 부모들의 경쟁적 심리 때문에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치열한 교육현장으로 내몰려 또 다른 아동학대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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