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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를 보며 나비의 꿈을 키우다
‘나비’
화려한 날갯짓이 연상되는 ‘나비’처럼 올 봄 힘찬 날갯짓을 시작한 가수가 있다.
신인가수 ‘나비’(22, 본명 안지호)다.
데뷔한 지 한 달 조금 넘었지만, 선배가수 이승철, 소녀시대 티파니, 작곡가 김형석 등이 “부드러움과 강함을 동시에 갖췄다”고 극찬하는 등 나비는 뮤지션들이 인정하는 가수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가요계의 유망주라는 평가와는 나비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런 그녀의 인생을 바꾼 이가 바로 스티비 원더.
사춘기 시절, 감미로운 목소리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티비 원더의 음악을 접하면서 그녀의 인생도 180도 바뀌었다.
스티비 원더를 통해 흑인 음악에 심취한 그녀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릎 쓰고 고 3때 인문계 고등학교를 떠나 실용음악과가 아현정보산업고로 전학한 후 동덕여대 실용음악과에 진학했다.
특히 나비는 학교 선배인 가수 ‘거미’가 학과 졸업 공연을 하러 와서 멋진 무대매너로 관객을 사로잡는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키며 가수의 꿈을 키워나갔다.
“대학교 재학 중에 미국으로 유학을 갈 기회가 있었어요. 하지만 유학을 가면 가수의 꿈은 멀어질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유학 대신 실전무대에서 직접 부딪혀보면서 내공을 쌓기로 했어요. 당시 홍대와 대학로 등 언더그라운드 무대에서 무명 가수 생활을 하면서 한 달에 고작 20만원정도 벌었죠. 액수는 작았지만 제 노래를 듣고 좋아하는 관객들을 보면서 마음만은 넉넉했어요”
다양한 모습 위해 자신을 비웠다막 알을 깨고 나온 애벌레였지만, 그녀는 ‘나비’를 꿈꾸며 언더그라운드 무대에서 열정을 불태웠다.
그러다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작곡가 이현승에게 발탁돼 앨범 작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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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비의 꿈’은 녹록치 않았다.
그녀는 자신만의 색깔을 찾지 못했다. 학창시절 흑인 창법을 구사하며 남의 노래는 곧잘 따라 불렀지만 자신의 노래를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해 내지 못했다.
영혼을 울리는 흑인 음악의 짙은 음색을 선보이고 싶었던 나비. 하지만, 그녀는 욕심을 비우기로 마음먹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여전히 고생하고 있는 동료, 선·후배를 생각하면 앨범까지 내게 된 자신은 행운아였기 때문이다.
흑인 음색 특유의 강함과 본인의 욕심을 버리니 차츰 가요에 어울리는 착착 감기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앨범이 바로 데뷔앨범인 ‘I Luv U’ 다.
타이틀곡 ‘I Love you’는 경쾌한 팝 멜로디에 R&B를 가미한 스타일의 곡으로, 그녀의 실제 성격처럼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가 돋보인다.
특히, 에픽하이의 타블로가 ‘I Love you’ 랩 부분을 피처링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나비는 또 다른 수록곡인 ‘길에서’를 통해, 우수에 젖은 목소리로 긴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나비? 나(我)비(飛)
안지호에서 ‘나비’로 탈바꿈하며 다양한 색깔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그녀. 쾌활하고 외향적인 성격의 그녀지만 아직도 방송무대는 그녀를 긴장하게 만든다고 한다.
언더그라운드 시절엔 노래에만 치중했는데 방송에서는 노래뿐만 아니라 표정도 예쁘게 지어야 하는 등 노래 외적으로 신경 쓸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여러 다양한 무대를 통해 음악으로 관객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것은 똑같다는 지혜를 얻었다.
앞으로 나비는 자신이 거미를 보며 꿈을 키웠던 것처럼, 후배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한다.
[BestNocut_L]
“하고 싶은 음악도 있지만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대중과의 소통이 없는 음악은 죽은 음악인 것 같아요. 특히 학교 축제 때 제가 그랬던 것처럼 후배들에게 가수의 꿈을 심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그녀의 이름인 ‘나(我) 비(飛)’처럼 훨훨 날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