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의 첫 추가경정예산안 시정 연설에 여야 모두 박수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입장 때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악수를, 퇴장 때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먼저 악수했다. 오랜 인연인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는 파안대소하며, 이 대통령이 권 의원의 어깨를 툭 치는 모습도 보였다.
이 대통령은 26일 오전 10시 6분쯤,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시정 연설을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이 대통령이 입장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기립박수를 보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립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악수한 이는 본회의장 맨 뒤편에 좌석이 있는 민주당 박찬대 의원이었다. 정청래 의원과는 앞서 로텐더홀에서 미리 인사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박찬대 의원과 인사를 나눈 뒤 이어 국무총리 후보자인 김민석 의원을 비롯해 추미애, 진성준, 허영, 박상혁 등 여당 의원들과 인사했다.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인사한 이 대통령은 여야 의원들을 향해서도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연설에 나섰다.
연설 초반 이 대통령은 "외교에는 색깔이 없다.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국익이냐 아니냐가 유일한 선택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첫 번째 박수를 이끌어냈다.
국민의힘 측에서 박수가 없자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응이 없는데 이러면 쑥스러우니까"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는 모습이었다.
이 대통령은 "기득권과 특권, 새치기와 편법으로 움직이는 나라가 아니라 공정의 토대 위에 모두가 질서를 지키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정부의 가장 큰 책무는 바로 국민의 삶을 지키는 일 아니겠는가"라고 말했고, 큰 호응이 쏟아졌다.
약 20분 간의 연설을 마친 이 대통령은 퇴장을 위해 단상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이번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했다. 입장 땐 민주당, 퇴장 땐 국민의힘이었던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이 대통령을 맞았고, 악수와 짧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과 오랜 인연인 권성동 의원과는 크게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크게 웃으며 권 의원의 어깨를 툭 치는 모습도 보였다.
이와 관련해 권성동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총리 임명 안 된다고 두 번 얘기하니 (이 대통령이) '알았다'고 툭 치고 갔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도 이 대통령에게 "(김민석) 총리 지명 재고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는데, (대통령으로부터) '어렵지 않겠어요?'라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차례차례 인사를 나눈 이 대통령은 본회의장 뒤편에서 민주당 당대표 후보자인 박찬대 의원과 정청래 의원의 손을 모아 잡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무소속 김종민 의원 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시정연설이 끝난 뒤 곧장 의원총회를 열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여러 가지 좋은 말씀 주신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대화 상대방인 국민의힘의 목소리를 경청해 주고 귀 기울여 주길 다시 한번 당부한다"고 말했다.
박성훈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이날 시정연설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도와드릴 부분은 협치 차원에서 도와드린 것"이라며 "특히 과거 윤석열 정부 첫 시정연설에도 민주당이 참석해서 기립했던 기억이 있다. 전례에 따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선 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국민의힘을 무시·조롱했다는 격앙된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이날 시정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특히 우리 야당 의원들도 필요한 항목이 있거나, 삭감에 주력하겠지만, 추가할 게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의견을 내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변인은 "소수 야당을 협치대상이 아니라 조롱한 것 아니냐는 발언들이 있었다"며 "애드리브인 것 같은데 우리 당 의원들에 대한 무시·조롱으로 받아들인 의원들이 꽤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