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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영혼살인'] 초등학교 운동장은 성폭력 위험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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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복되는 '영혼살인'] 초등학교 운동장은 성폭력 위험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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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들에게 확실한 안전지대가 돼야 할 초등학교 내에서 '영혼살인'으로까지 불리는 아동성폭력이 반복되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아동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짚어보고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연속기획, [반복되는 '영혼 살인']을 세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헛구호 그친 '아동성폭력과 전쟁
    ② 초등학교 운동장은 성폭력 위험지대'
    ③ '빈 수레' 아닌 실효성 있는 대책은?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자료사진)

     

    지난 23일 새벽 12살 여학생이 학교 화장실에서 대학생 최모(19) 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서울 강북구 A 초등학교.

    사건이 발생한 지 며칠이 지난 후 해당 학교를 찾았다.

    A 초등학교는 외부 시선을 의식했는지 후문을 굳게 잠그고 정문 앞에서 베이지색 옷을 입은 학교보안관이 아이들의 하굣길을 지도하고 있었다.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게시물도 교문 밖에 내걸렸다.

    정문 앞에는 약 20명의 학부모가 삼삼오오 모여 수업을 마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풍을 갔던 2학년 손녀를 기다리던 송모 씨는 "며느리가 손녀를 잘 데려오라고 신신당부했다"며 "사고 얘기를 듣고 나니 겁이 나서 아이가 오후 4시 반에 오는데도 2시부터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 반복되는 성폭력, "아이에게 조심하라는 말 밖에는…"

    아이들의 안전이 불안한 건 A 초등학교 학부모들만이 아니다.

    서울 서대문구 B 초등학교에 딸이 다니는 박연화(35) 씨는 "여자아이를 키우다 보니 이번 사건처럼 학생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휘두른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정부는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대책을 내놓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냥 지나쳐버리는 것 같다"며 "다른 뾰족한 수가 없어서 아이를 데리러 학교를 오가게 된다"고 답답해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과 유치원생 딸을 둔 남모(38) 씨는 "학교가 끝나고 선생님들이 다 퇴근하면 학교가 위험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밤에 교문을 닫는다지만, 들어가려고 마음만 먹으면 아이들도 담을 넘어들어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들에게 밤늦게 학교에 가지 못하도록 주의를 줄 수밖에 없다"며 "다른 부모들도 다 같은 심정일 텐데 아이들에게 조심하라고 말하는 것 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 초등학교는 성폭력 우범지대… 밤만 되면 무방비

    학부모들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아이들이 마음 놓고 지내야 할 초등학교 현장이 성폭력 안전지대와 거리가 멀어진 지 이미 오래다.

    방과 후나 늦은 밤, 휴일 등은 오히려 외부 출입이 적어 아동 성폭력과 같은 범죄가 일어날 위험성이 더욱 커진다.

    학교폭력을 막고 등하굣길을 지도하기 위한 자원봉사자인 '배움터 지킴이'는 통상 수업이 끝나는 오후 4~5시쯤이면 퇴근한다.

    서울시에서는 2011년부터 보안·경호나 청소년 상담 관련 전문가 출신의 학교보안관을 2교대 방식으로 근무하도록 했지만, 이들 역시 밤 10시쯤 업무가 끝난다.

    이 때문에 상당수 초등학교는 각자 용역회사와 계약해 야간경비원을 두지만, 마찬가지로 밤 9~10시가 지나면 계약상 근무 시간이 끝나기 때문에 숙직실에 들어가 쉬거나 잠이 들기 마련이다.

    실제로 이번 A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아동 성폭행 사건의 경우에도 용역직원이 숙직을 섰지만, 숙직실 안에 머물러 범행을 눈치채지 못했다.

    감시의 눈길이 사라져버린 심야 초등학교는 오히려 범죄가 일어나기 쉬운 조건을 갖춘 우범지역으로 변한다.

    일반인들의 출입이 적어 인적이 드문 데다 창고나 화장실 등 학교 건물 곳곳에 외진 장소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울 종로구의 C 초등학교 지킴이 김모(72) 씨는 "밤 9, 10시만 넘어가면 우리는 근무를 안 해서 학교가 어떻게 되는지 모른다"며 "그 시간에는 경찰들이 알아서 순찰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 경찰마저도 "학교 안까지 진입해 순찰할 수는 없어"

    하지만 야간에 학교를 지킬 것으로 기대받는 경찰마저도 "교내까지 순찰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손을 놓고 있다.

    2010년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8살 여자아이를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경찰은 '성폭력특별수사대'를 발족한 뒤 아동 성폭력 수사에 적극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3개월여 만에 슬그머니 이를 해체하고 여성과 장애인 성폭행을 전담하는 '1319팀'이 새롭게 출범했다고 홍보했다.

    지난해 9월에는 전국 52개 경찰서에 성폭력전담팀을 설치한 데 이어 올해 8월에는 74개 경찰서에서 300명의 전담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야간이나 휴일 등 사각시간대의 초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성범죄에는 속수무책이다.

    경찰 총수가 '아동성범죄와의 전쟁'까지 선포해도 이미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후 진행되는 수사와 범인 검거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이다.

    경찰이 하는 교내 성폭력 예방 활동은 일선 학교에 배움터지킴이 활동을 강화하고 녹색어머니회 등 협력단체들에 협조를 구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내는 게 전부다.

    경찰 관계자는 "방과 후나 야간에 학교 운동장을 점검하는 것은 교육부나 학교 자체에서 할 일"이라며 "경찰이 문 잠긴 학교 운동장까지 진입해 순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이 관계자는 또 "학교 내 성폭행 예방은 교육부나 시도교육청, 학교 등 현장에서 주도적으로 해줘야 한다"며 "이번 서울 강북지역 초등학교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이런 부분을 강화하는 공문을 내려보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경찰의 소극적 예방 활동에 당연히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고유경 상담실장은 "아이들이 친숙한 장소로 여기는 학교조차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는 사실이 무척 놀랍다"며 "학교가 일반 밤거리보다 더 위험한 곳으로 되어가고 있는 셈이어서 학부모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NEWS:right}

    이어 "사후약방문 형식으로 아이들이 범죄에 노출된 후에야 나서는 경찰의 대응이 너무 미흡하다"며 "큰 사건이 벌어질 때에만 우르르 대책을 내놓지 말고, 꾸준히 학교 순찰 등을 강화해 철저히 사건을 미리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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