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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규의 영어와 맞짱뜨기]

영어

 

프랑스에 살 때 들은 이야기지만 프랑스인들은 손으로 말을 한다는 농담이 있다.

가뜩이나 불어가 서툰데 총알같이 빠른 파리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떤 때는 말을 끝까지 하지 않고 그냥 손짓으로 의사전달을 하니 불어가 너무 어려워 악몽까지 꾼 적이 있다.

그런데 어디 가나 공통적으로 쓰이는 제스처는 있게 마련이다. 죽음이나 해고를 뜻할 때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목에 대고 긋는 시늉을 한다.

프랑스인들에게는 이런 제스처가 결코 장난은 아니다. 1980년대까지 모든 사형을 단두대로 했으니 목이 잘리는 것은 사형이다.

군인이라면 총살형도 당할 수 있지만 이 나라는 교수형이 없고 참수형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1980년대 초 사회당의 미테랑 대통령이 사형제를 폐지하면서 이 끔찍한 기계는 박물관으로 직행했다.

그런데 사람의 머리를 자르는 방식의 사형은 오랫동안 존재한 것으로 머리를 나타내는 수(首)자도 잘린 머리의 상투를 나무에 매달아 보여주는 무서운 형상이다.

영어에서 사형을 통해 머리가 잘리는 것은 ''decapitate''나 ''behead''라는 말을 쓴다. 다 머리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데 머리가 몸과 영영 이별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요즘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목을 잘라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어졌다.

[BestNocut_R]일본에 있을 때 우연히 살인범의 사형장면을 참관한 적이 있는데 일본도 교수형을 하길래 사무라이 정신이 어디 갔는지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현대에도 목을 자른다는 표현이 언어 속에 남아있다. 대부분은 실제 사람을 죽인다는 의미는 아니고 직장에서 해고를 당한다는 의미이다.

''I don''t want to cut my throat. Then, I am politically dead''라는 표현을 보자. 정치인 가운데 당을 위해 스스로 몸을 바쳐 욕을 얻어먹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다고 당이 구제해준다는 보장도 없다. 스스로 목에 칼을 대고 긋는 식이고 그 결과는 정치적인 죽음이라는 말이다.

요즘은 영어에서 목을 자른다는 말보다는 총살을 의미하는 ''to fire''를 해고를 뜻하는 말로 사용한다. 칼의 시대가 가고 총의 시대가 온 셈이다.

※필자는 영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 토박이로,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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