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마리
전통을 무시하고 미국을 방문했다는 이유로 ''살아있는 여신'' 지위를 박탈당한 네팔의 ''쿠마리'' 사자니 샤키아(10)가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고 19일(현지시각) 영국 BBC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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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의 원로들은 사자니가 네팔을 벗어날 수 없다는 율법을 어기고 미국을 방문했다는 이유로 이달 초 사자니의 쿠마리 자격을 박탈, 쿠마리 제도에 대한 논란에 불을 붙였다.
그러나 사찰 원로들은 18일 사자니가 간단한 ''정화의식''을 거치고 난 후 ''쿠마리''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쿠마리는 살아있는 여신으로 추앙받는 네팔의 어린 소녀을 일컫는 말로 불교도와 힌두교도 양쪽으로부터 존경을 받으며 1년에 3~4차례에 한해 처소를 떠날 수 있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 접한 박타푸르의 쿠마리였던 사자니는 네팔 국경을 벗어날 수 없는 3명의 쿠마리 가운데 한 명이었지만 쿠마리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영국의 한 방송국과 함께 지난 달 미국을 깜짝 방문했다.
쿠마리의 외국 방문은 쿠마리 역사상 처음 있는 일.
이에 해당 사원의 원로들은 "사자니가 미국을 방문하면서 고결함을 잃었다"고 부분개하며 쿠마리 지위를 박탈했고 조만간 후임자를 물색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39일간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18일 고향에 돌아온 사자니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 것 처럼 보였으며 사자니의 지인들과 구경꾼들이 몰려 사자니의 귀국을 환영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영국의 방송사 측은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번 다큐멘터리 제작을 총괄한 아이쉬벨 휘태커 감독은 로이터 통신을 통해 "사자니는 보통의 어린 아이인 동시에 살아있는 여신"이라며 "그녀는 두개의 삶을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감독은 또 사자니가 워싱턴을 방문하는 동안 미국 내 거주하는 네팔인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으며 현지 초등학교를 방문해 미국인 어린이들과 소통하는 시간도 가졌다고 전했다.
감독은 "사자니에겐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미국 어린이들은 산자이에게 그들이 사는 방식을 이야기했고 산자이 역시 그녀의 삶을 소개하며 시간을 보냈다" 라고 덧붙엿다.
고대 힌두여신인 ''탈레주''의 화신으로 여겨지는 쿠마리는 국왕까지 찾아와 무릎을 꿇고 축복을 구할 정도로 네팔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신 중 하나. 네팔인들은 쿠마리의 축복을 받거나 심지어 눈길이 한번만 스쳐도 행운이 온다고 믿는다.
''처녀''라는 뜻의 쿠마리는 당연히 어린 소녀들로 구성되는데 석가모니의 ''샤카'' 성을 가진 여자 아이들 중에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검고, 몸에 흉터가 없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32가지 조건을 모두 통과해야한다.
마지막으로 동물의 시체와 피가 낭자한 어두운 방에 갇혀 울지 않고 하룻밤을 무사히 보내면 쿠마리로 선발된다.
쿠마리들은 보통 2~4살 때 쿠마리로 간택되는데 이번 논란의 주인공인 사자니 역시 두살 때 쿠마리로 간택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쿠마리가 아동 학대이자 인권 유린이라는 주장이 끈임없이 제기되면서 지난해 11월 네팔 대법원은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