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납치된 김선일씨는 미국계 회사 직원과 유럽기자 등 10여명과 함께 억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생사는 22일 새벽이 중대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된 김선일씨는 미국 회사 핼리버튼 계열 KBR 소속의 제3국 직원 등 10여명과 함께 팔루자 지역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북부 모술에 머물고 있는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은 "지난 17일쯤 바그다드에서 200여㎞ 떨어진 미군 캠프에 출장갔던 김선일씨가 회사로 돌아오지 않아 확인해 보니 같이 갔던 이라크인 직원 1명과 함께 납치된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또 "김씨와 함께 이동했던 미국 KBR 소속의 제3국인 직원 여러명도 함께 납치됐으며 이 회사의 부식 수송 트럭과 트레일러 3대, 가나무역의 차량 1대도 압류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현재 "팔루자 지역에 이라크인 현지 직원을 보내 석방 교섭을 하고 있으며 납치범들로부터 김선일씨는 안전하게 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석방 교섭을 위해 팔루자에 갔던 직원이 유럽인 기자와 경호업체 직원 여러명도 함께 납치돼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면서 "팔루자에 억류 중인 사람은 모두 10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 사장의 말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김선일씨의 인질극 파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선일씨, 美 KBR사 직원 등 10여명과 함께 억류김씨를 납치한 무장단체는 24시간 안에 한국이 파병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김씨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알 자르카위 소속이라고 밝힌 납치범들은 우리 시각으로 21일 새벽 5시 아랍 위성방송 알 자지라를 통해 비디오테이프로 김씨의 모습을 공개했는데 24시간의 요구시한을 제시함에 따라 22일 새벽이 김씨 생사의 중대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장단체가 정한 시한이 24시간 밖에 되지 않는데다 앞서 납치된 미국인들이 납치가 공개된 뒤 살해된 바 있어 김씨 신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알 자지라 방송은 21일 새벽 긴급뉴스로 한국인 김선일씨라며 2분 정도 길이의 화면을 내보냈고 화면에서 김선일씨는 울먹이면서 영어로 "살려달라"고 절박함을 호소했다.
방송은 이어 복면을 한 무장세력 3명이 무릅을 꿇고 있는 김씨를 앞에 두고 아랍어로 성명서를 읽는 모습을 방영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이라크에서 철군하라는 강력한 메세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24시간 안에 파병 철회하지 않을 경우 살해 위협미국 CNN과 폭스TV 등 외신들은 김선일씨 납치사건을 시시각각 속보로 전하면서 한국정부의 입장발표와 추가파병에 미칠 영향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 언론들은 특히 한국 내 이라크 파병반대 여론도 많다는 점도 소개하고 납치범들은 한국이 곧 추가병력을 보낼 예정이기 때문에
한국인을 납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면서 한국정부측의 파병 불변입장 등을 소개했다.
또 한국정부가 납치범들과 협상은 없다고 하지만 한국인 납치 이전에 러시아인 납치와 일본인 납치도 있었으나 풀려났다며 김씨의 석방을 위한 물밑협상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일본 민간인 4명은 이라크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무사히 풀려났는데 당시 일본정부는 중국과 러시아 억류자 석방에 영향력을 발휘한 이슬람종교위원회와 이라크 전국부족협회 등 현지 지도층들에게 인질 석방에 대한 적극적 협조를 호소했고 이슬람종교위원회는 무장세력에게 석방을 촉구하는 문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는등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일본인 인질 다섯명은 모두 무사히 풀려날 수 있었다.
또한 인질들의 가족과 민간 단체 등이 아랍 미디어와 잇따라 회견을 갖고 석방을 호소한 것도 이들의 석방에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도 이슬람종교위원회 등 현지 종교지도층 등과 신속하고 긴밀한 협조체계 구축에 나서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CBS국제부 황명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