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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본 한주간]"42억5천"…전 국민 미술교육은 비자금 수사로부터



사회 일반

    [숫자로 본 한주간]"42억5천"…전 국민 미술교육은 비자금 수사로부터

    미술품 경매 시장과 주식시장의 닮은 꼴…부자들의 제2의 금고

    지난 18일 오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 소유의 출판사가 있는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 내 시공사에서 검찰 관계자들이 포장된 미술품들을 옮기고 있다.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CBS '좋은 아침 김윤주입니다']

    ■ 방송 : FM 98.1 (06:10~07:00)
    ■ 진행 : 김윤주 앵커
    ■ 출연 : 미디어 오늘 이정환 기자

    김윤주(앵커)> <좋은 아침="" 김윤줍니다=""> 토요일 첫 순서는<숫자로 본="" 한="" 주간="">입니다. 미디어 오늘 이정환 기잡니다.

    이정환(미디어 오늘 기자)> 안녕하세요?

    ◈ “42억 5000만”…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빨래터’ 가격

    김> 이번 주의 숫자는 뭔가요?

    이> 42억 5000만 원.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싸게 팔렸던 박수근 화백의 그림 빨래터의 가격입니다. 가로 72cm, 세로 32cm 그림인데 2007년 5월 경매에서 42억5000만원에 팔렸습니다. 수근 화백의 그림은 호당 평균 2억 750만 원이라고 하죠. 국내 작가 가운데 1위입니다. 지난 16일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자택과 아들들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전 재산이 29만원인 분인데 박수근 화백의 그림을 비롯해서 유명 미술품이 쏟아져 나왔죠.

    김> 어떤 작품들이 있나요.

    이> 박수근 화백을 비롯해 이대원 화백, 천경자 화백 등의 작품이 있습니다. 모두 한 점에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그림들입니다. 박수근 화백의 그림은 작은 엽서 한 장 크기인 평균 호당 가격이 2억 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아들 전재국 씨 소유의 연천군 허브빌리지는 거의 미술관을 옮기는 것 같았습니다. 어마어마한 작품들이 차량에 실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옮겨져 검증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고미술품은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졌습니다. 2미터 짜리 태국 불상을 들고 나가는 사진이 신문에 많이 실렸는데요. 방콕 인근에서 만들어진 17~18세기 정도의 불상으로 추정됩니다. 진품이라면 수십억 원이 나갈 거라고 하죠. 전재국 씨가 해외에 나갔다가 들여온 건데 고가 명품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검찰은 이밖에도 병풍 2점과 그림 10여 점, 도자기 80여 점을 확보했습니다. 파주 시공사 사옥에서도 미술품 수백점이 나왔습니다. 모두 550점에 이릅니다.

    ◈ 정재계 비자금 추적 수사 때마다 전 국민 미술 교육 시킨다는 지적도

    김> 이대원 화백,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진 이름은 아닌데 갑자기 관심이 집중되고 있죠?

    이> 200호(200×106cm)짜리 그림 한 점이 공개됐습니다. 생존 당시 작품 값이 가장 비싼 화가였다고 하죠. 밝고 따뜻한 원색의 점묘법을 쓰는 농원의 화가, 서양물감으로 그린 동양화라는 평가를 받는 화가입니다. 전 씨 덕분에 국민들이 모처럼 그림 공부를 하게 됐습니다. 전 씨는 선물로 받았다고 밝혔지만 일단 전 씨 소유인 것으로 확인된 이상 압수됐습니다.

    김> 그나저나 엄청난 컬렉션인데요. 가족들이 원래 미술품에 관심이 많았던 걸까요?

    이> 전 전 대통령이 원래 예술에 남다른 관심이 있다고 합니다. 붓글씨가 취미라고 하고요. 아들 전재국 씨가 운영하는 시공사는 예술 관련 책을 많이 냈습니다. 화집도 많이 냈고요. 적자를 감수하고서 꾸준히 연구 출판을 지원해 학계 평판이 좋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둘째 아들 전재용 씨는 실제로 그림을 잘 그린다고도 하고요.

    ◈ 비자금과의 연결고리가 밝혀져야 압수가 가능해

    김> 진품 여부도 관심인데요.

    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술품 압수가 전 씨에는 압박용, 국민들에게는 과시용 쇼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비교적 공개된 장소에서 손쉽게 찾아낸 것을 의아하게 보기도 합니다. 압수수색에 대비해 갖다놓은 미끼일 수도 있다는 의혹인데요. 올해 초 사흘 동안 미술품 포장, 무진동 트럭에 싣고 모처로 이동됐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미술품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검찰도 이번 압수수색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집에 돈을 쌓아두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림보다 서류가 중요하다“라고 검찰 관계자가 말하기도 했습니다.

    김> 일단 이 그림들의 진품 여부를 가리는 것 못지않게 전 전 대통령 소유의 그림인지를 밝혀내는 게 과제겠네요. 아들들 소유라고 한다면 자금 출처를 확인해야 할 거고요.

    이> 감정 평가를 해봐야겠지만 지금까지 거론된 목록만 해도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에 이를 거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비자금과의 연결고리가 드러나면 미술품들은 자산관리공사에 넘겨 공매를 거쳐 국고로 환수됩니다. 구입 자금이 전 씨에게서 나왔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만약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모두 돌려줘야 합니다. 그동안 전 씨 아들들이 그림을 사들인다는 이야기는 돌았는데 이들이 화랑가에 얼굴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고 합니다. 직접 그림을 사지는 않았을 거라는 이야기인데요.

    김> 미술품이 비자금 은닉 수단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이런 일이 과거에도 많았죠?

    이> 뇌물이나 편법 증여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최근 구속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수백억 원 규모의 미술품을 구입해 해외에 보관해 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앤디 워홀의 마오쩌둥 초상화 연작은 2점에 115억 원이라고 하죠.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가 이 회장의 해외 미술품 구매를 대행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2007년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 때도 미술품이 논란이 됐죠. 미국에서 715만 9500달러에 팔린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라는 그림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집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지금은 200억 원 이상 나간다고 하죠.

    김> 작품성 있는 미술품은 현금이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도 하죠.

    이> 미국 드라마 보면 마약 밀매하는 마피아들이 미술품이나 보석으로 대금을 결제하는 장면이 가끔 나옵니다. 미술품은 시장가가 정해지지 않아 거액을 현금화하기에 편리합니다. 자금 추적도 쉽지 않고요. 당사자 사이에 얼마든지 가격 조작이 가능하고 실제 가격과 영수증 가격 차이를 이용해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비자금 조성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100억 원짜리 그림을 아들에게 1000만 원에 팔 수 도 있고요. 작품을 사고파는 고객과 이를 대행해주는 화랑이 손잡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상속이나 증여 등 재산이동과 증식이 가능합니다. 뇌물로 받은 그림을 팔아서 현금을 만들 수도 있고요. 재산신고를 하지 않으면 사정당국의 추적으로부터도 자유롭습니다.

    ◈ 고무줄 감정가에 거액의 현금화가 용이하고 가격조작까지 가능

    김> 그래서 비자금 사건이 터질 때마다 미술품이 꼭 끼는 거죠. 불법 증여나 탈세, 뇌물 사건에도 고가 미술품이 이용되고요.

    이> 현금을 만들려면 비자금을 만들어야 하지만 미술품은 기업들이 건물 장식 등을 목적으로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유명 미술품을 갤러리에 그대로 걸어둔 채 허위 거래를 하거나, 아예 실존하지도 않는 작품을 사고팔았다면서 비자금 창구로 활용하는 경우에도 당사자들끼리 입을 맞춰버리면 주장을 깰 도리가 없다는 겁니다. 김민영 전 부산저축은행 대표는 그림은 23점을 담보로 잡고 362억 원을 빌렸는데 서류만 작성했을 뿐 은행 직원들은 그림을 구경조차 못했습니다. 그대로 집에 걸려 있었죠. 감정가는 84억 원이었는데 감정가라는 것도 그때그때 다릅니다. 미래저축은행의 김찬경 회장이 퇴출 저지를 위해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에게 그림 로비를 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죠. 현금보다는 뇌물의 성격이 옅어 보인다는 점에서 그림을 비롯한 고가의 미술품이 뇌물로 등장한 사례가 종종 있었습니다.

    김> 미술품은 사고팔아서 이익이 나도 세금을 안 내나요?

    이> 올해부터 6000만 원 이상의 미술품 매매에는 양도세가 부과됩니다. 차익의 20%를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그런데 미술품 거래가 대부분 현금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얼마에 사들였는지를 입증할 방법이 없습니다.

    ◈ 주식시장과 미술품 거래 시장이 유사하다는 지적도

    김> 재테크 수단으로도 주목을 받았는데요. 비자금 사건이 터지고 나면 한동안 거래가 얼어붙는다고 하죠.

    이>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치솟게 되죠. 미술품의 수익률이 주식의 두 배 이상이라고 하죠. 박수근 화백과 이중섭 화백의 그림을 많이 비교하곤 하는데 가격이 매겨지는 게 주식시장하고 비슷합니다. 거래량이 많은 화가의 작품이 아무래도 환금성이 좋고 가격도 더 잘 오른다고 합니다. 이중섭 화백은 그림이 많지 않아서 그만큼 위작도 많고 그래서 더 거래가 잘 안 되죠. 참고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은 바로 폴 세잔의 수채화 ‘카드놀이하는 사람들’, 2억 5000만 달러입니다. 세계 최고가 경매기록은 지난해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팔린 에드바르드 뭉크의 절규, 1억 1992억 달러였습니다.

    김> 숫자로 본 한 주간 이번 주의 숫자는 42억 5000만원, 전두환 전 대통령도 갖고 있다는 박수근 화백의 그림 가격부터 시작해서 미술품과 비자금의 상관관계까지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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