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채상병 사고, 안전장비 無 재차 증명…수색 방식도 '도마'
고(故) 채수근 상병 순직 당시 영상에는 사고에 이르게 된 원인을 유추할 단서가 담겨 있다. 영상 속 해병대원들은 빨간색 상의 차림으로 강 한가운데를 거닌다. 안전 장비 없이 수중 수색을 감행했다는 것이 또다시 증명된 셈이다. 이들이 의지할 곳은 동료뿐이었지만 수색 과정에서 서로의 거리는 점점 벌어졌다. 이러한 수색 방식을 누가 지시했는지, 논란이 된 '바둑판식 수색'이 원인이었는지 등 특검의 진상 규명이 주목되고 있다.
28일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2023년 7월 19일 채상병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당일 오전 8시55분 해병대원들은 강 한가운데에서 수색 작업에 나선다. 당시 수색이 이뤄진 내성천의 좌우 폭은 최대 80m에 달했는데, 작업이 이어지면서 이들은 몸을 피할 수 있는 육지로부터 점차 멀어졌다.
이처럼 위험한 환경에서 작업이 시작됐지만 해병대원을 물살로부터 지킬 안전 장비는 없었다. 영상 속 대원들은 대부분 붉은색 상의 차림이었다. 수색 작업에 참여한 한 해병대원도 해병대 수사단 조사에서 "구명조끼나 튜브 등 안전 장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렇다 할 안전 장비 없이 강 한가운데에 놓인 해병대원들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동료뿐이었다. 그러나 영상 속 대원들은 서로에게 도움을 청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수색 시작 직후인 오전 8시56분경부터 대원들 간 거리는 점점 벌어졌고, 사고 직전 채상병이 속한 선두 그룹은 다른 대원들로부터 멀리 떨어지게 됐다.
영상은 150m 떨어진 곳에서 촬영됐지만 유속은 빨라 보인다.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기록에 따르면 강가 수색을 이어가던 채상병은 발아래 지반이 무너지며 수심 약 2~2.5m, 유속은 시간당 2㎞ 달하는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결국 사망한 채 발견됐다. 다른 대원들이 물살을 가르며 쫓아가거나, 뭍으로 올라가 뛰어가도 쫓아가긴 역부족이었다.
대원들 간 거리가 벌어진 건 구조가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는 논란이 됐던 '바둑판식 수색' 지시 때문이라는 증언이 있다. 또 다른 해병대원은 "4인 1개조 바둑판식 수색 정찰을 실시하라는 지시가 전파됐다"며 "간격을 두고 수색하라고 해서 간격을 벌리다 보니 자연스레 가장 끝에 있던 해병은 물살이 세고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 바둑판식 수색 지시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으로부터 하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임 전 사단장을 수사한 경북경찰청은 바둑판식 수색 지시를 사고의 원인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사고는 물살이 빠른 곳에서 안전 장비 없이 수중 수색을 해 발생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수중 수색은 다른 지휘관에 의해 지시된 것이고, 임 전 사단장은 군사 교범상 꼼꼼한 수색을 지시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수색 지침은 사단장이 지시하고 결정한 내용이 아니"라며 "수색 지침을 보고받은 사단장이 꼼꼼히 하라는 취지로 한 지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혹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1열식으로 붙어 수색을 했다면 구조가 가능할 수 있지만, 바둑판식은 서로 떨어질 수밖에 없어 '위험한 지시'였다는 주장이 여전하다.
결국 경찰 수사 결과에 채상병 유족들은 이의신청을 냈고, 대구지검이 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보며 수사하던 중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했다. 특검은 대구지검으로부터 수사 기록을 넘겨 받는 대로 본격 수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특검은 위험한 수색 방식을 누가 지시했는지, 논란이 된 '바둑판식 수색'이 원인이었는지 등 사고의 인과 관계를 다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생존 장병 측 법률대리인 강석민 변호사는 "특검의 취지는 순직 해병의 사망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주는 것"이라며 "사망 경위를 분명히 하고 누가 수중 수색 지시를 했는지, 구명조끼가 아닌 장화를 왜 신게 됐는지 수사가 면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06.2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