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으로 전국이 눈에 파묻혀 버렸습니다. 대전에서는 기상관측이래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하는데요. 지붕이 내려앉고 사람이 다치는 등 이미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3월에 내린 폭설을 아름답다고만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겨우내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다가 3월에 와서야 많은 눈이 내리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지 환경연합 에너지대안센터 이상훈 국장을 연결해 보겠습니다.
이상훈 국장(환경연합 에너지 대안 센터)
-어제 오늘 내린 눈으로 온 나라가 소란스러운데요. 이번 눈은 도대체 어떻게 해서 내리게 된 겁니까?
"기상청 설명자료를 봤더니 여름에 게릴라성 호우라고 큰 비가 내릴 때가 있죠. 지표와 대기층의 온도차이가 많아지면 수직으로 거대한 구름이 형성돼서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는 것인데요. 예외적으로 겨울에 그런 현상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게릴라성 호우에 버금가는 게릴라성 폭설이군요. 지난 겨울은 비교적 따뜻한 날씨 아니었습니까?
"네. 전반적으로는 따뜻했고, 며칠동안은 냉 추위가 닥쳤었죠."
-3월에 기온이 뚝 떨어지고 폭설까지 내리는데 이것을 이상기후로 봐야 되나요?
"하나의 현상을 가지고 기상이변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지만, 그 동안 우리가 겪었던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이것도 한반도 기후 체계가 바뀌는 과정에서 생긴 하나의 이변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작년 같은 경우, 태풍 매미가 있었죠. 태풍 매미가 비는 많이 몰고 오지 않았지만 역대 최강의 바람을 몰고 왔습니다. 초속 65m였습니다. 바람이 일본에서는 초속 70m가 넘어서 대형 구조물들이 마구 쓰러졌습니다.
그리고 작년은 일조량이 가장 적은 해였습니다. 연중 부슬부슬 비가 내렸습니다. 그래서 런던처럼 서울에서 맑은 하늘을 보기 힘들었구요.
2002년에는 태풍 루사가 왔었죠. 그 때는 하루만에 강릉에 870mm의 비가 왔습니다. 최근에 우리가 겪은 기상현상들은 과거에는 없던 것이죠. 일련의 과정을 보면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기상현상이라는 것이 전 지구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겨울에 추워서 고통스러웠는데 최근에는 난방기구도 안 팔릴 정도로 따뜻했습니다. 그렇다면 한반도 기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 겁니까?
"기상청에서 지난 해 한반도 기후를 장기간 분석해서 기후 변화의 방향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지난 80년간의 기상관측 자료에 따르면 한반도의 평균기온이 약 1.5도 올라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름에 비오는 횟수는 줄어든 대신 비가 올 때는 많이 와서 전체 강수량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름이 더욱 더워지기보다는 겨울이 전반적으로 따뜻해지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과거의 기상관측자료와 최근의 것을 비교해서 만든 실측자료이기 때문에 한반도에서도 뚜렷하게 기후변화, 지구 온난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죠."
-그렇다면, 온대성인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 쪽으로 가는 겁니까?
"제주도에는 아열대 식물들이 많이 자랍니다. 그런데 제주도와 내륙의 온도차가 2∼3도 밖에 안 납니다. 예년에 비해서 1.5도 올랐으니까 남부지방에서는 제주도와 비슷한 아열대 기후가 나타난다고 봐야되고 비가 연중 내리면서 한꺼번에 확 내리는 패턴들이 아열대 지방에서 나타나는 기상현상이기 때문에 아열대 기후대에 진입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분명히 기후가 변하고 있는 건데요. 원인은 뭡니까?
"전지구적인 지구 온난화,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인류가 산업혁명 이후 석유, 석탄,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땅 속에서 캐내서 굉장히 많이 태웠습니다. 그것이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에너지였지만 그것을 태우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가 발생합니다. 온실가스라는 것은 대기층에 올라가서 태양으로부터 오는 에너지는 통과시키고, 다시 지구로부터 우주로 보내는 에너지는 가둬두는, 마치 온실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태양에서 들어오는 에너지만큼 우주로 에너지가 나가야 에너지 균형이 이뤄지는데 들어오는 에너지는 일정한데 나가는 건 줄어드니까 지구 전체가 조금씩 더워지는 거죠.
지구온난화라는 표현보다는 국제적으로는 기후변화라는 말을 씁니다. 그래서 국제협약이름도 기후변화협약입니다. 더워지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를 많이 받아서 수만년동안 안정돼 왔던 지구의 기후체계가 교란되고 더 나아가서 붕괴될 조짐이 있다는 거죠."
-올 겨울을 지내면서 어떤 분들은 날씨가 따뜻해서 좋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전반적인 우리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좋아할 일이 아니군요.
"그렇죠. 만약 예측 가능하고, 지구 전체가 고르게 따뜻해진다면 추운 지방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고, 사람도 살기 편하니까 좋을 수도 있지만, 인간의 활동 때문에 갑자기 지구의 기후 시스템이 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 어떤 상황이 닥칠지 아직 예측이 안됩니다."
-기후변화가 가져올 문제점, 재앙도 있습니까?
"이미 우리가 매년 겪고 있는데요. 작년 8월, 유럽에 2주동안 굉장히 큰 더위가 닥쳤습니다.
40도에도 못 미치는 더위였는데도 유럽사람들이 익숙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수만명이 죽었습니다. 프랑스 정부의 공식 통계로 1만 5천명이 더위 때문에 죽었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현상에 불과하구요. 재작년에는 유럽에 대홍수가 닥쳐서 프라하, 드레스덴 같은 유서 깊은 도시들이 잠겼죠. 독일이 통일 후에 경제가 어려워서 경제부흥을 위해 굉장히 많이 노력을 했는데 홍수때문에 독일 경제가 다시 어려워지는 것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선진국에서 벌어진 기상 변화인데요. 더워지면 전염병이 많이 확산됩니다. 그리고 가뭄과 홍수가 발생하기도 하니까 농사가 잘 안됩니다. 그래서 저개발국의 상당한 인명이 기후변화 때문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전세계 전염병의 10%이상이 기후변화때문에 생겼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재앙을 막기 위해서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직접적인 실천보다는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지구온난화와 그에 따른 기후변화라는 것이 굉장히 심각한 생태위기라는 것을 시민들이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생태위기라는 것은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만드는 화석 연료를 많이 쓰는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중장기적으로 석유, 석탄,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고 에너지를 줄이는 생활로 가야된다는 것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이해가 있으면 생활상의 실천방법은 많으니까 시민들이 스스로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행:김근식교수(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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