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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질 것같은 약한 존재들이여, 이 그림을 보라"



공연/전시

    "깨질 것같은 약한 존재들이여, 이 그림을 보라"

    팀 아이텔 개인전, 학고재갤러리, 9.2-10.23, 16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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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색 뒤로 또 검은색.그림의 배경도 검은색,그림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검은색 옷차림.독일의 40대 남성화가 팀 아이텔의 작품 <테이블을 둘러싼="" 다섯="" 남자="">(바로 위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탁자에 빙 둘러앉아 있다.등을 보이고 앉은 두명의 남자,그 맞은편의 고개숙인 두명의 남자, 그리고 오른쪽 가장자리에 옆모습을 보이고 있는 남자 한명. 손을 이마에 괴고 있는 남자와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남자, 뭔가 심각한 얘기를 꺼내고 있는 듯한 남자. 도대체 무슨 얘기를 나누길래 저리도 지치고 피곤하고 가라앉은 분위기일까. 검은색의 미세한 변주로 관객의 시선을 끌어들이는 팀 아이텔의 작품들은 매우 특이한 힘을 발산한다.

    학고재갤러리에서 전시되고 있는 팀 아이텔(40세)의 작품은 16점에 불과하지만, 2000년 이후 그의 초기작품부터 최근작까지 펼쳐보여,그의 전체적인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다. 각 작품마다 풍부한 얘깃거리로 관객에게 말을 걸고 있어, 어느 새 그 작품속 풍경 속에 들어가 있거나 그 작품 속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전시장의 하얀 넓은 벽면에 A4용지 두장을 합쳐놓은 크기로 덩그렇게 걸린 작품 두 점은 관객의 시선을 강렬하게 빨아들인다. 한 작품은 묶은 검은 머리의 고개숙인 여성, 다른 작품은 푸른 상의를 입고 검은머리를 묶은 여성의 뒷모습을 담고 있다. 무슨 고민이 있길래, 저런 모습일까. 다가가서 물어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 들판을 걷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담은 <모래>는 한 남자가 왜 도시에서 입을 법한 복장으로 인적이 드문 들판을 방황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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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아이텔 작품의 크기는 30cm미만으로 작거나 2미터가 넘는 대작으로 나뉜다. 색상은 검은색이 주조를 이룬다. 대작 중 앞에서 언급한 작품 <다섯남자>를 비롯해 짐보따리를 실은 쇼핑카트를 힘겹게 밀고 가는 노숙자의 모습을 담은 <베지츠(재산)>(바로 아래 작품),세련된 도시여성의 고민에 잠긴 모습을 그린 (맨 아래 작품)는 검은색의 변주를 통해 그 고단함과 고민의 깊이를 더 깊이있게 전달한다. 그런가 하면 파란 하늘과 바다, 검은 모래 해변을 그린 <검은 모래="">(바로 위 작품)는 8할을 푸른 하늘로 배치하여 가까운 곳은 더 연하게, 저 멀리 높은 곳은 더 진하게 파란색을 입혀 공기의 층이 갈수록 깊어가는 아득한 진공의 신비함을 잘 드러내고 있다.

    운동장 트랙을 다양한 선분할과 색상으로 변주해 10개의 작은 작품으로 표현한 <경기장>은 신비하고 낯선 풍경의 경기장을 연출한다. 곡선 트랙에서는 순천만 갯벌의 S라인 장관이 느껴지고, 직선트랙 너머로 일(-)자로 펼쳐진 크고작은 나무들의 미세한 윤곽선은 운동장을 거대한 자연공원으로 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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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노숙자의 잠에 곯아떨어진 표정과 그의 간이침대, 그리고 그의 소지품 보따리를 그린 세점 연작은 신자유주의체제에서 누구라도 이런 상황을 맞을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쓰레기처럼 버려진 소지품 보따리는 노숙자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살림살이임을 느끼게 한다. 간이침대는 노숙자가 자고 난 후 막 떠난 자리의 온기가 전해지고, 또 다른 노숙자를 맞기 위한 기다림의 공간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깨질 것 같은, 약한 존재를 느끼도록 하는데 촛점을 맞췄다"고 했다.

    팀 아이텔의 작품은 붓터치를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매끄럽다.현대인의 불안과 소외, 외로움과 누추함을 다루고 있지만, 매끄러운 화면 처리로 차분하고 정제된 느낌을 준다. 팀 아이텔이 외로운 인간을 담은 이유는 뭘까? 그는 "인간은 독립된 공간에서 외로움을 느낀다. 그 외로움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된다. 관객들에게 그런 시간을 보여주고자 소외된 인물을 작품에 등장시켰다"고 했다. 그렇다고 특정한 장소의 특정한 얘기를 그린 것은 아니다. 관객에게 해석가능성을 열어놓는 것,관객이 생각하게 하는 것이 작가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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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슈투트가르트 대학교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한 팀 아이텔은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 이유는 "그림이 더 적성에 더 맞았기 때문이다. 철학은 수동적이고, 더 능동적인 미술로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철학적인 주제를 그림이라는 매체를 통해 전달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가 작품 한 점을 완성하는데 3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고 했다. <다섯 남자="">는 작년 9월에 시작해 올 8월에야 완성했다. 생각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1년씩 걸린다는 것이다. 그의 깊이있는 성찰과 공들임이 있기에 관객들은 그의 작품을 보면서 낯선 또는 익숙한 사색의 공간으로 초대되는 것이다.[BestNocut_R]

    전시기간:9.2-10.23
    전시장소:학고재갤러리 본관(서울 종로구 소격동 70) 02-72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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