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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온등의 조화, 재미와 감동의 추상미술''

프랑수아 모렐레, <노쇠한 선>전시회, 갤러리현대 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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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모렐레(François Morellet,프랑스)의 작품은 추상미술을 애완용 동물을 데리고 노는 것처럼 친숙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의 작품에서는 도형적인 차가움과 딱딱함이 아니라, 선과 면의 조형적 아름다움과 함께 따스한 온기와 재미있는 상상의 세계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수학공식처럼 어떤 법칙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우연성으로 이어져 예측불허의 재미를 가져온다.

모렐레의 작업에는 네온등이 등장한다. 이 네온등은 따스함을 불어넣는 효과가 있다. "네온은 항상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것은 나의 작품에 시간과 리듬같은 요소를 포함시켜 주었다"고 그는 말한다. 요즘 화려하고 변화무쌍한 LED조명이 있지만, 모렐레의 단순한 네온 선형은 LED와는 다른 담백하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치 동양수묵화에서 잘 늘어뜨린 가지 하나가 관객의 시선을 압도하듯이.

모렐레의 작품을 대하면 ''예술은 소풍과 같다''는 그의 말을 실감하게 된다. 그의 작품은 즐겁고 유쾌하다. 그는 작업 생활 10년만에 작가의 주관을 배제한 구성주의에 대해 탈피를 선언했다."1960년에 나는 왠지 고전적이고 조화로운 구성주의에 싫증이 났다. 그래서 나는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혹은 적어도 나를 바로크 미니멀리스트(주관주의적이면서도 동시에 미니멀한)에 가깝게 갈 수 있게 하는 구조를 찾으려 노력하였다.이런 노력의 바탕에 놓인 나의 목표란, 예측할 수 없고 비규칙적인 숫자들, 예를 들면 전화번호부에 있는 숫자들이나 파이(원주율)와 같이 불규칙적으로 영원히 지속되는 숫자들 속에 존재하는 단위들의 단순한 규칙들을 통하여 주관적인 결정들을 성취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관객들은 우연성이 발견되는 재미를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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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렐레의 작품에 ''관객과의 소통''을 제일 요소로 삼게 된데는 어떤 계기가 있었다. 그는 작업생활 20년만인 1970년 무렵, 종전 작업방식에 전환을 가져올만큼의 깨달음이 있었다. "나는 진정한 미술 애호가는 작가가 무엇을 말하거나 쓰던지 간에 개의치 않고 가끔은 다른 해설자들의 설명과도 모순되는 의미들을 부여하는 사람들임을 깨달았다." 그 깨달음 이후 작업방식도 바뀐다."시각예술이란 것은 상당부분 관객으로 하여금 그들 스스로가 작품 속에서 원하는 것, 달리 말해 관객이 그들 스스로 가져오는 것을 발견하도록 해주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러한 점에서 예술작품들은 사람들이 스스로 가져온 것들을 먹는 스페인식 술집과 같은 소풍장소이다" 그는 관객과의 소통을 중요시했고, 그로 인해 그의 작품을 대하면 소풍을 온듯이 작품과 함께 마음껏 웃고 까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관객들에게 모렐레의 작품은 저마다 다른 것을 찾아내고 맛보며 즐기는, 더없이 좋은 소풍장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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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렐레는 작업인생의 길이만큼 변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예술적 본질을 현대미술에서 구현한 생존 작가이다.1926년생인 프랑스 작가 모랄레는 올해 85세이다. 24살부터 작업을 했으니 작업인생만 60년이다. 김승덕 평론가는 모렐레를 이단아로 정의한다. "모렐레는 전성기 내내 이단아였다. 그는 자유로워지기 위해 스위스 구성주의자의 모범적인 후계자의 길에서 달아났다. 평각과 정사각형이 대세일때 곡선적 요소를 확립했으며, 원칙상 엄밀하고 매끈해야 할 때 나뭇가지와 네온등, 욕설 같은 요소를 도입했다. 이는 모렐레가 수많은 대형 캔버스, 설치, 조각 작품을 제작하며 구축해온 좌우명이다."

모렐레의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작품세계는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주연화 평론가는 그를 현대미술의 산 증인이자 선구자로 재조명해야 할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모렐레는 비록 특정 조류에 속하지 않았지만 그는 회화란 무엇인가?미술이란 무엇인가? 작품과 관객과의 관계는 무엇인가? 새로운 재료들에 대한 실험 가능성은 어디에 있는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독자적인 세계를 발전시켜왔다. 그리고 그 고민의 궤적들이 현대미술의 다양한 영역들을 두루 섭렵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를 현대미술 자체의 산 증인이자 선구자로 재조명해야 하는 이유를 발견해야 한다"고 했다. 주씨의 이 말에 적극 공감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현대 개념미술에 대해 내가 느끼는 역거움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하다. 나는 요즘 설치 위주의 개념미술 전시를 접하면서 너무 설명적이고, 정보량이 많아 머리가 쥐나고 속이 메슥거리는 경우를 가끔 경험한다. 이는 설명을 들어도 이성적으로도 도무지 이해되지 않고, 감성적으로도 아무런 감흥이 없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이런 작업을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때로는 쓰레기로 채워진 나의 머리를 쓰레기통에 쳐박아넣고 싶을 정도이다. 반면에 모렐레는 현대미술에 대한 나의 이런 거부감을 반감시켜주었다. 관객의 예술적 감성을 건드려 주는 것을 제 1의 신조로 삼고, 그것을 작품을 통해 느끼게 해준 모렐레는 내게 있어서 가히 현대미술에 대한 강력한 비판자이자 현대미술의 진정한 선구자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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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5.11-6.19
출품작품 수:회화, 설치 등 30여점
전시장소:갤러리현대 신관(종로구 사간동 80/전화 02-2287-3500)[BestNocut_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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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死각지대, 고립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