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통일교 교회에서 배부된 교회 주보 일부분 재구성.통일교가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한학자 총재의 소송비용으로 쓰겠다며 신도들에게 헌금을 요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교주 개인의 소송 비용을 신도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일본 법원은 통일교가 일본 신도들에게 고액 헌금을 강요해 왔다며 재차 해산 명령을 내렸다.
"참어머님 모든 법무행정 비용" 특별모금
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통일교의 각 지역 교회들은 지난해 11월쯤부터 '참어머님 법무비용 지원을 위한 특별모금'이란 명목으로 전 신도들을 대상으로 모금을 진행해 왔다.
'참어머님'은 통일교 내에서 교주인 한학자 총재를 지칭하는 말이다. 교단은 최근까지 3개월 넘게 모금을 지속하며 교회 주보 등을 통해 모금의 목적은 "참어머님 법률대리·자문 등 모든 법무행정 관련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통일교는 각 교회 계좌를 통해 헌금하는 방식으로 소송비용을 모은다고 공지를 했으나 '특별모금'으로 성격을 바꿔 다시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금 방식도 교회계좌가 아닌 신도들에게 개별 가상계좌를 발급하는 식을 도입했다. 이는 교단이나 교회 명의의 계좌에서 한 총재 개인의 소송비용을 지출할 경우 횡령·배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꼼수' 모금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종교단체 명의가 아닌 다른 계좌로 모금을 하는 때도 법 위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 경우 기부금품법(기부금품의 모집·사용 및 기부문화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따라야 한다. 기부금품법에선 1천만 원 이상의 금액을 모금할 때 행정안전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는 등 투명하게 모금 및 사용이 이뤄지도록 한다.
서초동의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종교단체가 교인들로부터 받은 헌금을 개인의 소송비용으로 쓴다면 이는 업무상횡령이나 배임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며 "만일 다른 계좌로 모금을 했다고 하더라도 기부금품법상 올바른 목적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이며 이 경우 신고가 제대로 됐는지, 신고된 목적에 맞게 모집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등에 대해서도 검증이 필요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통일교 내부에서도 교단의 한 총재 소송비용 모금에 대해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신도는 "의무가 아니더라도 '헌금하라'는 공지가 나오면 압박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특별헌금도 수시로 걷는데 소송비용까지 일반 교인들에게 내라는 건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모금된 금액이 실제로 어디에 쓰였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없다며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일부 통일교 신도들이 모인 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엔 최근 "참어머님을 보석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 헌금하라고 해놓고 아무런 설명도 없다. 그 돈이 다른 사람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것 아닌지 궁금하다"는 문제제기가 나오기도 했다.
日 법원, 통일교 해산 절차 돌입 "고액 헌금 강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불법 정치 자금을 전달하는 등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통일교 한학자 총재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관련 논란에 대해 통일교는 측은 "(모금된 금액은) 신도분들 개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자발적으로 봉헌하신 성금"이라며 "투명하게 집행한 후 그 결과 또한 철저히 관리해 보고드릴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 성금은 기부금품법 적용대상이 아님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다만 통일교는 가상계좌의 모(母)계좌가 어떤 계좌인지 등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구속 상태인 한 총재는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정원주 전 비서실장 등과 공모해 통일교의 숙원사업 해결 등을 목적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씨에게 명품가방과 목걸이 등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재판받고 있다.
한편 지난 4일 일본 도쿄고등재판소(법원)는 통일교가 도쿄지방재판소의 해산 명령에 대해 제기한 즉시 항고심에서 통일교의 고액 헌금 강요 등 민사상 불법 행위가 피해를 초래했다고 인정하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통일교 수입의 약 97%가 신도들의 헌금으로 이뤄졌으며 헌금 대부분이 한국본부로 간 것으로 추정했다.
판결에 따라 일본 내 통일교 교회 300여 개와 150여 개의 관련 시설 등에 대한 청산 절차와 고액 헌금 피해자 구제 절차가 시작됐다. 피해자들의 잠재적 피해액은 약 1천억 엔(한화 약 9320억 원) 달하는 것으로 일본 언론 등은 추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