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민 10명 중 8명이 이른바 '설탕세' 도입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담배처럼 설탕에도 부담금을 부과하자고 제안하면서 관련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설탕 과다 섭취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설탕세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소비자 부담 증가와 세금의 역진성 우려 속에 사회적 합의가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기업에 설탕세 부과해야" 국민 80% 찬성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은 28일 설탕에도 담배와 같은 방식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 80%가 설탕세 도입에 찬성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며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 억제,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의료 강화에 재투자"라고 밝혔다.
이는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담배에 부과되는 국민건강증진기금 모델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담배 부담금은 금연 교육을 비롯한 각종 국민건강관리사업에 사용되고 있다.
설탕에도 유사한 부담금을 부과해 가격 상승을 통한 소비 억제를 유도하고, 이를 공공의료 강화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다. 과도한 설탕 섭취가 비만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사회적 비용을 부담금 형태로 환수하자는 논리다.
이 같은 제안은 설탕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기업에 설탕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국민 10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0.1%가 설탕세 도입에 찬성했다. 탄산음료 과세에는 75.1%, 과자·빵·떡류 등 가공식품 과세에는 72.5%가 찬성 의사를 보였다.
해외는 이미 도입…"소비 줄고, 제품도 바뀌었다"
연합뉴스해외에서는 이미 설탕세를 도입한 국가들이 적지 않다. 영국은 비만을 유발하는 설탕 섭취를 줄이기 위해 2018년 설탕세를 도입했다. 캔·병·종이팩 등으로 포장돼 판매되는 탄산 및 청량음료가 과세 대상이다.
영국은 도입 이후 과세 대상 청량음료의 평균 설탕 함량이 47% 감소했고, 설탕 함량이 높았던 음료의 65%는 세금 부과 기준 미만으로 성분을 변경했다. 유럽 주요 국가에서도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등 대형 음료 기업들이 일부 제품의 설탕 함량을 30~50%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멕시코의 사례도 자주 언급된다. 멕시코는 2014년 설탕이 첨가된 음료에 약 10%의 세금을 부과했는데, 이후 과세 음료 구매가 첫해에만 약 7% 이상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저소득층에서 감소 폭이 더 컸다는 분석도 있다.
국제기구들도 설탕세 도입을 공중보건 정책 수단으로 검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설탕 과다 섭취가 비만과 당뇨병 등 비전염성 질환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과세를 포함한 가격 정책이 소비를 줄이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평가해 왔다.
국내선 입법 시도 무산…"사회적 합의 부족"
국내에서도 설탕세 도입을 위한 입법 논의가 진행된 바 있다. 2021년 당시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제품 내 설탕 함량에 따라 최대 ㎏당 2만 8천 원의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식품업계의 반발과 사회적 논의 부족 속에 결국 폐기됐다.
설탕세 도입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통계도 있다. 2025년 OECD 통계에 따르면 설탕 소비가 많은 국가일수록 비만율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한국의 일일 설탕 소비량은 140g으로, 권장량(50g)의 2.8배 수준에 달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에서는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2021년 기준 약 16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를 고려하면 설탕세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영호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장(의대 교수)은 "설탕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장치"라며 "개인의 자유에만 맡길 수 없는 '설탕의 유혹'을 부담금으로 해결하고, 이를 지역·공공 의료 강화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부담·역진성 우려"…반대 논리도 만만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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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설탕세를 둘러싼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쟁점은 '경제적 역진성'이다. 설탕세는 소비세 성격이 강해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전체 소득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제조사에 부과된 부담금이 결국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기업의 책임보다는 서민 물가 상승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보건 측면에서도 가당 음료 소비 억제 효과는 분명하지만, 이것이 실제 비만율 감소 등 실질적인 건강 지표 개선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통계적으로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건강을 위해 설탕 섭취를 줄이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견이 엇갈린다"며 "청소년에게 영향을 크게 미치는 식품을 중심으로 하는 등 세부적인 설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대 유호림 세무학과 교수는 "설탕뿐 아니라 과당 등 유사 성분을 '건강 위해 식품'으로 묶어 과세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며 "소비자 부담으로만 이어지지 않도록 공급자에게 부가가치세 매입세액 불공제 등 패널티를 부과하는 방안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설탕세 논의는 세금 확대 여부를 넘어, 건강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정책적 판단과도 맞닿아 있다. 논쟁이 다시 불붙은 만큼, 제도 도입의 필요성뿐 아니라 과세 대상과 세율, 재원 사용 방식 등을 둘러싼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