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일 재정경제부 차관이 1월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 경제성장전략 상세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제공정부가 '생산적 금융'에 투자하면 각종 세금 혜택을 제공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새롭게 내놓고, 올여름 출시 예정인 '국민참여형펀드'의 혜택도 강화해 국내 주식시장으로의 투자를 유도하겠다고 나섰다.
나아가 외국인이 원화를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원화국제화 로드맵'을 마련하고,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추진해 외환·금융시장 접근성을 개선함으로써 외국인 투자를 적극 끌어들일 계획도 거듭 확인했다.
정부는 9일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옛 경제정책방향)에서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부문에 묶인 시중 자금을 국내주식 장기투자, 첨단산업 지원 등 생산적 부문으로 끌어오겠다는 정책 방향을 다시 한 번 천명했다.
가계 자금 '생산적 금융'으로…신설 ISA·'국민참여형펀드' 세제 혜택 대폭 강화
정부는 6천억 원 규모로 조성될 '국민참여형펀드' 출시 시점을 올 2~3분기로 못박았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혁신산업·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공모 정책펀드로, 손실을 보더라도 정부가 후순위 재정을 최대 20%까지 투입해 손실 위험을 분담한다.
특히 펀드에 장기투자하면 투자금액에 대한 소득공제를 제공할 뿐 아니라, 펀드를 통해 받는 배당소득에는 현행 세율(15.4%)보다 낮은 저율 분리과세 혜택도 함께 부여해 투자 매력을 높인다.
생산적 영역으로 돈을 끌어들일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정부는 금융회사 등이 벤처기업이나 정책펀드 등 생산적 부문에 자금을 공급할 경우, 부실 대출에 대비해 쌓는 적립금인 대손충당금의 세법상 비용 인정 한도를 확대해 금융회사가 보다 부담 없이 대출에 나서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아울러 일반 시민의 국내 주식시장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국내 주식·펀드와 국민성장펀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에 투자할 경우 일반 ISA보다 강화된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생산적 금융 ISA'를 새롭게 출시한다.
재정경제부 이형일 1차관은 5일 사전 브리핑에서 "가계 자금을 생산력 부문에 유입시키겠다는 취지로, 국내 주식과 국내 주식형 펀드, 곧 출시될 국민성장펀드, BDC에 투자할 경우 혜택을 주기로 했다"고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생산적 금융 ISA는 '국민성장형'과 '청년형'으로 나뉜다. 우선 국민성장형은 기본 ISA보다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일반 ISA는 수익 200만 원까지 비과세하고, 초과분에는 9.9% 분리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새로 도입되는 국민성장형 ISA는 비과세 한도를 상향하거나, 납입 한도 내 전면 비과세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청년형 ISA는 총급여 7500만 원 이하인 만 34세 이하 청년의 중·장기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다. 기본형 ISA와는 중복 가입할 수 있지만, 청년미래적금이나 국민성장형 ISA와는 중복 가입이 제한된다.
정부는 ISA를 통해 발생한 이자·배당소득에 대해 과세 특례를 적용하고, 납입금에 대해서는 소득공제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 차관은 "구체적인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최대한 확대하는 방향으로 조속히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한편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화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둔 가운데, 정부는 자사주 관련 세제 합리화 방안도 올 상반기 중 마련하기로 했다.
자사주(자기주식)는 기업이 발행한 주식을 다시 사들여 보유하는 주식으로, 회사가 보유할 경우 의결권은 없다. 다만 오너 등에게 우호적인 제3자에게 넘어가면 의결권이 부활해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당 가치가 높아져 주주 이익이 확대되지만, 실제로는 경영권 강화나 시장 매각에 활용돼 주주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주주 환원 확대와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위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자사주 취득·소각·처분을 자산 거래가 아닌 자본 거래로 일원화해 혼선을 줄이고, 관련 세법도 정비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자사주 처분 이익에 대해 익금을 전면 불산입할 전망이다.
외환시장 24시간 개방…한국 금융 '메이저리그' 도약할까
한국 금융 시장이 세계 '메이저 리그'로 발돋움하기 위한 '원화 국제화'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계획도 경제성장전략에서 언급됐다.
우선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손쉽게 원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관련 수요를 늘리기 위한 '원화 국제화 로드맵'을 상반기 중 마련할 계획이다.
이 차관은 "(원화가) 국내외 무역과 금융 거래에 널리 활용되면 기업의 거래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원화 기반의 금융상품이나 금융시장이 발전하게 되고, 그에 따라 외국인들의 원화 투자 수요도 확대되고 국민들도 그 편익을 누릴 것"이라며 "대외 여건에 취약한 달러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서 원화 기반으로 대외 충격에서 복원력을 갖는 경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다만 이 차관은 로드맵에 담길 구체적인 정책은 아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아이디어를 모으는 단계라고 소개했다. 이 차관은 "기본적으로 외국인, 외국 기업이 원화를 자유롭게 보유하고 결제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준비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무역결제 등에서 원화 사용이 확대될 수 있는 방향도 더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며 "원화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도 함께 추진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로드맵도 애초 계획대로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MSCI 지수는 세계 1위 지수 산출 업체인 미국 MSCI가 발표하는 글로벌 주가지수로,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기준으로 널리 활용된다. 한국은 경제 규모나 시장 유동성 측면에서는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지만, 시장 접근성이 낮다는 평가로 MSCI 지수에서 '신흥국시장'에 머물러 있으며, 아직 '선진국시장'으로 도약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오는 6월쯤 '관찰대상국'(Watchlist)에 오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최소 1년 이상 관찰대상국에 등재돼야 선진국 편입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데, 한국은 2014년 이후 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리지 못해 관련 제도 개편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외환시장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그동안 새벽 2시면 문을 닫던 국내 외환시장을 오는 7월부터 24시간 운영 체제로 전환해 외국인 투자자들도 언제든지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해외 지점 및 전자외환거래(eFX) 인프라와의 연계도 추진한다.
특히 원화 국제화 방침에 발맞춰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을 오는 9월부터 시범 운영하고, 내년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이 경우 외국 금융기관이 24시간 자유롭게 원화로 결제할 수 있어 한국 금융시장으로의 진입 문턱이 한층 더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거래 과정에서 반복돼 온 복잡한 절차도 대폭 개선한다. 정부는 올 상반기 중 해외 자본거래 시 한국은행에 신고해야 했던 의무를 자본거래 유형에 따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중복 신고 절차도 일원화할 계획이다.
그동안 수천 개에 달하는 펀드가 각각 계좌를 개설하고 서류를 제출해야 했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글로벌 수탁은행(GC)이 개별 펀드를 대표해 국내 수탁은행(LC)에 결제계좌를 개설·관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외국인 통합계좌(개인투자자)의 경우 개설 주체에 대한 제한을 폐지하고, 해외 금융투자업자의 최종 투자자별 거래내역 보고 주기도 기존 월 단위에서 분기 단위로 완화한다. 이를 통해 해외 중·소형 증권사도 한국 주식시장에 보다 손쉽게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작업에 의존해 왔던 거래 시스템도 CTM·ALERT 등 국제 표준 시스템과 연계해 자동화한다. 그동안 팩스나 이메일을 통해 펀드별 매매 내역을 확인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GC 역시 한국예탁결제원에 직접 연결돼 거래·결제 정보가 자동으로 집계·전달될 전망이다.
아울러 외환동시결제(CLS) 자금을 당일 증권결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올 상반기 중 관련 인프라와 제도를 정비한다. 그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CLS로 환전해도 오후에야 원화를 확보할 수 있어, 증권결제 시한을 맞추기 위해 전날 미리 환전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이를 개선해 오후에 유입된 원화도 당일 증권결제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시간표를 조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한국거래소 지수 사용권을 단계적으로 개방하는 계획도 내놓았다. 우선 오는 2월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가 산출한 한국 지수선물(FTSE Korea)이 미국 파생상품 거래소 ICE Futures US에 상장되고, 올해 1분기 안에 유럽 파생상품거래소(Eurex)와 미국 ICE 등과 연계해 거래 시간을 전면 개방해 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