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도약 원년' 선언…잠재성장률 반등으로 '2% 성장' 도전
정부가 광복 100주년을 맞는 오는 2045년을 대한민국 경제대도약의 목표 시점으로 설정하고, 올해를 그 출발점인 '경제대도약 원년'으로 삼겠다는 경제성장 전략을 내놨다. 단기 경기 부양을 넘어, 저성장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한국 경제의 경로 자체를 다시 설정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정부는 9일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옛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2.0%로 제시했다. 이는 한국은행 전망치(1.8%)보다는 높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한 2.1%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정부는 "현실적인 중간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 경제는 사실상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음을 수치로 확인한 해였다. 연초 2%대 중반으로 예상됐던 성장률은 분기마다 하향 조정됐고, 연간 성장률은 1.0% 안팎에 머문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이번 전략에서 이 같은 둔화를 일시적 경기 요인이 아니라, 잠재성장률 하락이 실제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국면으로 진단했다.
잠재성장률 2% 초반…"더 떨어지기 전 막아야 할 시점"
2000년 이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5%대에서 1%대까지 꾸준히 하락했다. 재정경제부가 OECD 자료를 근거로 제시한 역대 정부 잠재성장률을 살펴보면 김대중 정부(1998~2003년 2월) 당시 5.4%였던 잠재성장률은 노무현 정부(4.7%), 이명박 정부(3.8%), 박근혜 정부(3.2%), 문재인 정부(2.7%), 윤석열 정부(2.3%)를 거치면서 대체로 1%포인트 안팎씩 하락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오는 2030년에는 1% 내외, 2040년에는 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관측이다. 생산연령인구 감소, 자본 축적 둔화, 총요소생산성 정체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런 흐름을 방치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1%대 저성장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보고, 올해를 구조 전환의 분기점으로 삼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잠재성장률이 하락한 뒤에는 이를 되돌리는 데 더 큰 비용이 드는 만큼, 정책적 대응 여지가 남아 있는 현 시점을 경제대도약 원년으로 삼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2.0% 성장' 산정 근거…건설·반도체·정책 대응 반영
정부는 지난해 두 배 가까운 2.0% 성장률은 단순 목표치가 아니라, 부문별 반등 가능성을 반영해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우선 지난해 성장률을 크게 끌어내린 건설투자 부문은 올해 플러스 전환이 예상됐다. 정부는 지난해 -8~-9% 수준까지 위축됐던 건설투자가 기저효과와 정책 대응으로 점진적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봤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제조업 부문도 성장률 반등의 주요 변수다. 정부는 반도체 매출이 전년 대비 40~70% 증가할 가능성을 전망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총지출 확대와 정책금융 공급, 공공투자 집행 등 거시 정책 대응 효과를 감안해 성장률을 산정했다는 설명이다.
재정경제부 이형일 1차관은 5일 사전 브리핑에서 "이번 경제성장전략에는 정책 효과와 투자, 잠재성장률 반등을 감안해 다양한 아이템을 추가로 담았다"며 "국내성장펀드와 공공기관 투자 확대, 설비투자와 국가전략기술 등 새로운 기술 분야가 성장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4대 정책 방향–15대 과제…"구조 전환에 방점"
이번 경제성장전략은 4대 정책 방향, 15대 핵심 과제, 50대 세부 과제로 구성됐다. 정부는 이 가운데 특히 잠재성장률 반등과 양극화 완화를 전략의 양대 축으로 제시했다.
이형일 1차관은 "2026년을 경제 대도약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거시경제 적극 관리 △잠재성장률 반등 △국민균형성장 및 양극화 극복 △대도약 기반 강화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이번 성장전략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총지출을 전년 대비 8.1% 확대하고, 정책금융과 공공기관 투자를 통해 경기 하방 위험을 완화하는 동시에 물가, 외환시장 변동성, 부동산 PF 등 잠재 리스크 관리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번 전략의 중심은 단기 재정 확대 자체보다 성장 구조를 바꾸는 수단에 있다. 정부는 잠재성장률 반등의 핵심 수단으로 국가전략산업 육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반도체 세계 2강, 인공지능(AI) 글로벌 3대 강국, 방산 세계 4대 강국이 대표적 목표다.
단순한 산업 지원을 넘어, 인프라·금융·규제·인력 양성을 묶은 초혁신경제 전략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반도체·AI·방산 외에도 바이오, 콘텐츠, 녹색 전환(GX)을 차세대 성장 축으로 제시했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녹색 대전환 전략은 중장기 생산성 개선 수단으로 명시됐다.
"양극화, 분배 문제가 아니라 성장 제약"…올해, 실행의 시작
이번 전략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양극화를 성장 전략의 핵심 과제로 공식화했다는 점이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323으로 OECD 평균(0.307)을 웃돌았다. 자산 격차 역시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으로 확대됐으며, 순자산 5분위 배율은 0.62를 넘어섰다.
정부는 이러한 양극화가 소비 기반 약화, 인적자본 형성 저해, 수도권 과밀과 지방 소멸 가속 등으로 이어지며 성장 잠재력을 직접 훼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전략에는 5극·3특 성장 체계 구축, 지역 산업 재편, 노동시장 구조 개선,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 등이 포함됐다. 정부는 성장의 과실을 넓히는 방식으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는 이번 경제성장전략을 중장기 계획의 선언이 아니라, 실행을 전제로 한 첫 단계로 규정했다. 선도 과제를 중심으로 올해부터 정책 집행에 나서고, 이를 통해 2045년 경제대도약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2026.01.09 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