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에 위치한 'S 불법성매매안마소'. 박준현 기자| ▶ 글 싣는 순서 |
①[단독]'성매매 안마소' 신고 후 울린 전화…악몽으로 남은 '그놈 목소리' ②[단독]파출소 1㎞ 옆 'S안마소' …120여번 신고에도 자리 지킨 비결은 (계속) |
강남의 한 불법 성매매 안마소가 지난 1년 동안 120여 차례 신고를 당했음에도, 같은 자리에서 최소 17년째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안마소에서 약 1㎞ 거리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파출소가 있고, 신고자가 사용한 번호가 업소 측에 알려지는 일이 발생하며 유착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8월 25일 시각장애인 안마사 A씨는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삼성2파출소의 경찰관을 검찰 고소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A씨는 나흘 전 강남의 'S 불법성매매안마소'를 신고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안마소 사장인 B씨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해당 번호가 신고 전용으로 사용돼 외부에 노출된 적이 없었다며, 정황상 경찰이 B씨에게 자신의 전화번호와 신고 내용을 유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관련기사 : '성매매 안마소' 신고 후 울린 전화…악몽으로 남은 '그놈 목소리')
이와 함께, A씨는 해당 업소를 1년 간 120여 차례 신고했지만 여전히 성업 중이라며 경찰과 유착 가능성을 언급했다.
파출소 1㎞ 옆 'S 안마소'…"120여 차례 신고에도 멀쩡히 영업 중"
'S 안마소' 외관. 박준현 기자 지난달 26일 낮, 취재진은 'S 안마소'를 찾았다. 지하철역에서 고작 10분 거리에 위치한 안마소는 회사가 즐비한 거리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붉은 벽돌 외관의 5층 건물 전 층이 안마시술소로 운영되고 있었다. 벽면에 난 창문에는 내부를 볼 수 없게 짙은 시트지가 붙어있었고, 간판이 걸려 있는 출입구에는 오가는 사람들의 신원이 특정되지 않도록 커튼 가림막이 설치돼 있었다.
인근 건물 관리인은 해당 안마소의 정체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성매매) 업소가 맞다"며 "현금다발이 들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가방을 들고 드나드는 사람들도 종종 본다"고 답했다.
A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S 안마소'는 "강남에서 가장 잘나가는 업소 중 하나"다. 성매매 예방·모니터링 업무를 하는 서울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 역시 지난 2023년 강남권 불법성매매안마소를 조사하고 일부 업소를 고발하는 과정에서 'S 안마소'를 파악한 바 있다고 했다.
실제 취재진이 머문 30여 분 동안, 고가의 차량 여러 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이곳에서 직선거리로 약 1km 떨어진 곳에 삼성2파출소가 위치해 있지만, 해당 업소는 별다른 제재 없이 공공연하게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 파출소는 A씨의 신고를 받고 현장 출동에 나섰던 곳이다.
A씨 제공이에 대해 A씨는 "경찰과 업소간의 유착 의혹을 조사해달라고 고소까지 했지만 S 안마소가 멀쩡히 운영 중이라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지난 1년간 120차례나 신고했음에도 해당 업소에 실질적인 제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신고용으로 사용한 휴대전화 번호가 업주에게 넘어간 점을 볼 때, 경찰이 단속 정보를 흘린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성매매 알선 행위가 적발될 경우 최대 3년의 징역형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으며, 업소는 영업정지·폐쇄 명령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A씨는 "고소건도 핑퐁대며 뭉개지는 중"이라고 씁쓸해 했다. 그에 따르면, 8월 27일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된 고소 건은 지난 9월 2일 서울강남경찰서로 배정됐고, 이후 서울청으로 이관된 뒤 다시 서초서로 넘겨졌다.
답답함을 견디지 못한 A씨는 몇 차례 서울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강남경찰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관련 보도가 나가자 경찰 관계자는 "해당 신고자 정보 유출 고소 사건은 현재 수사 진행 중이며, 아직 경찰과의 유착 여부는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S안마소는 지난 11월 19일 서울청 풍속범죄수사팀에서 단속했으며, 성매매 알선 혐의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소 17년째 자리 지켰다…'S 안마소' 비결은
2009년 6월 촬영된 로드뷰 화면. 현재 'S 안마소' 운영 중인 건물에서 과거 'C 안마소'가 영업했던 정황을 확인할 수 있다. 최소 2009년부터 불법 성매매 안마소가 운영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 로드뷰 캡처'S 안마소'는 2020년 7월 21일부터 현재까지 같은 건물에서 영업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5년간 1년 단위로 폐업과 개업을 반복했지만, 대부분 폐업 신고한지 며칠 내로 개업신고를 하며 연속적으로 운영해오고 있었다.
해당 건물을 기준으로는 최소 2009년부터 17년째 불법 성매매 안마소가 유지된 것으로 추정된다. 포털 로드뷰에 따르면 로드뷰 서비스가 시작된 2009년부터 해당 건물에서는 '콜X안마', '산X 안마'가 운영됐다. 2016년~2019년에는 '월X 안마', 이후 '에XX 안마'로 간판을 바꿔 달았고, 2020년 7월부터는 'S 안마소'로 영업 중이다.
다시함께 센터 측은 "성매매 안마소가 한 자리에 생기면 통상 오래 존재한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운영됐던 불법 성매매 안마소와 'S 안마소'의 실업주가 같을 개연성이 존재한다.
이처럼 오래 불법 성매매 업소를 운영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폐업과 개업의 반복'에 있다. 불법 성매매 안마소는 통상 1년 단위로 '바지사장'을 갈아치운다. 성매매 단속에 걸리면, 1차 경고, 2차 영업정지, 3차 폐쇄조치를 받는데 2차 처분부터는 직전 처분 1년 이내 적발될 경우만 해당된다. 업소가 경찰에 단속되더라도 업주 명의가 바뀌면 '다른 업소'가 돼 영업을 이어갈 수 있다.
건물주의 처벌 가능성이 낮아 '같은 장소'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장기 영업을 가능하게 했다. 다시함께 센터 측은 "성매매 처벌법에 건물주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없다"며 "건물주가 성매매 업소인지 몰랐다고 일관하면 해당 장소(업소)는 유지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업소가 처벌로 없어지기는 어려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성매수자들이 성매매 과정을 상세히 묘사하고 평가하는 '후기'를 공유하며 사실상 업소를 홍보·알선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를 처벌할 법적 근거는 없다는 점도 문제다. 다시함께 센터 측은 "성매수자들이 쓴 자백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후기는 증거 등의 법적 효력이 없어서 '풍문에 의한 것'이라고 보며 불송치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며 "성매매 현장은 이미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광고(알선)이 변화되었으므로, 현 상황에 맞춰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