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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성매매 안마소' 신고 후 울린 전화…악몽으로 남은 '그놈 목소리'

사회 일반

    [단독]'성매매 안마소' 신고 후 울린 전화…악몽으로 남은 '그놈 목소리'

    편집자 주

    불법 성매매 안마소 신고 직후, 신고자의 휴대전화로 업소 대표가 전화를 거는 일이 발생했다. 신고자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경찰을 통해 업소 측에 유출됐다며 고소에 나섰다. 신고자와 업소 대표는 모두 시각장애인 안마사로, 대한안마사협회가 성매매 안마소를 눈감아주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신고자의 전화번호를 누가 업소에 넘겼을까. 안마업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3편에 걸쳐 짚어본다.

    A씨 제공A씨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성매매 안마소' 신고 후 울린 전화…악몽으로 남은 '그놈 목소리'
    (계속)

    "네가 뭔데 우리 가게를 자꾸 112에 신고해!"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험악한 목소리에 A씨의 머리가 쭈뼛 섰다. 112에 'S 불법성매매안마소'를 신고한지 15여분만에 걸려온 전화였다.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탓에 번호를 확인 않고 엉겁결에 받은 게 화근이었다.

    놀란 A씨는 "도대체 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아냈느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 익숙한 이름이 들려왔다. "나 B요." 그는 떨리는 손으로 서둘러 통화를 종료했다.

    목소리를 들은 것은 좀 이 처음이지만, A씨는 그 이름 석자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A씨가 몇 년 전 직접 '협박죄'로 고소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왜 신고를 하느냐며 전화를 걸어온 주인공이 그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가 경찰에 신고했다는 것을 도대체 그가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리고 이 번호를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 등골이 서늘했다.

    '만나서 이야기합시다.' 이번에 문자가 왔다. A씨가 답장을 보내지 않자 전화가 이어졌다.  
     

    신고 15여분 만에 걸려온 전화…누가 내 번호를 넘겼나

    불법 성매매 안마소 후기 사이트 캡처불법 성매매 안마소 후기 사이트 캡처
    'S 안마소'는 지도 검색으로는 나오지 않지만, '남성휴식힐링', '강남 클럽식 안마' 같은 문구로 각종 유흥 커뮤니티에서 대대적으로 홍보되는 곳이다. 1층부터 5층까지 건물 전체가 안마 시술소로 운영되며, 성매매 후기 사이트에서는 이미 '유명 업소'로 통한다.

    시각장애인 안마사인 A씨는 안마업계에서 성매매가 퇴출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동안 'S 안마소'를 신고해왔다고 했다. 지난 8월 21일 밤 10시쯤 이뤄진 신고도 그 중 하나였다. 문자 신고 직후 112 상황실에서 신고가 접수되어 삼성2파출소 경찰관이 출동 중이라는 답이 도착했고, 문제의 전화가 걸려왔다.

    A씨는 자신의 정보가 경찰에 의해 '유출'된 것이라고 확신했다. B에게 전화가 온 그 번호는 단 한번도 외부에 노출된 적이 없는 '신고용'으로 마련한 번호이기 때문이다.

    "저조차 이 휴대폰 번호는 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발신도 오직 112에만 했기 때문에 이 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은 112 상황실과 삼성2파출소의 경찰관들 뿐입니다. 그런데 이 번호로 업주가 전화를 걸었습니다. 경찰이 넘겨준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업주가 이 번호를 알 수 있겠습니까."

    그러면서 A씨는 "어느 시점에 휴대전화 번호가 유출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최소 당일 출동한 경찰관들이 같은 번호로 신고가 들어왔다는 정보를 흘린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지 않고서야 경찰이 출동한지 수 분만에 제게 전화를 걸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B씨는 CBS노컷뉴스에 "모텔, 술집 등을 반복적으로 신고하는 신고자들의 번호를 공유받은 적이 있다"며 "그 중 고소·고발을 한 이들의 번호를 제외하고 남은 번호 중 하나로 전화를 건 것 뿐"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출처를 밝히진 않았으나 제3자로부터 전화번호를 받았다고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A씨는 왜 '신고용' 휴대폰을 마련했을까


    성매매 불법 영업으로 적발된 마사지업소.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자료사진 성매매 불법 영업으로 적발된 마사지업소.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자료사진 

    "불법 성매매 안마소를 중심으로 시각장애인계와 대한안마사협회, 안마소를 실소유하는 이른바 조폭들이 결탁되어 있습니다. 현행법상 안마시술소 운영은 시각장애인 안마사만 가능합니다.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단속에 걸리면 '총알받이'가 되겠다고 약조하고 불법성매매 안마시술소에 '바지사장'으로 앉아 일부 수익을 받는 그런 구조죠."

    그는 성매매 업주들과 대한안마사협회의 임원들이 은밀하게 이익을 공유하는 탓에, 과거에도 한차례 자신의 신고 사실이 안마업계에 퍼진 적이 있다고 했다. 이후부터는 신고용 휴대전화를 마련해 신고를 이어왔다는 설명이다.

    A씨는 자신에게 전화를 건 B씨 역시 같은 시각장애인 안마사일 뿐, 실질적으로 업소를 굴리는 업주는 따로 있다고 밝혔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S 안마소' 뒷배에 100억대를 쥐고 흔드는 실업주가 있고, 전방위로 로비를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경찰에 아무리 신고를 해도 업소운영에 제재를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는 B씨와의 과거 악연도 이런 이유로 생겼다고 설명했다. 3년 전 쯤 대한안마사협회 중앙회장에 출마하며 '성매매 업소 근절'을 내걸었던 그에게 B씨가 협박문자를 보냈다.

    2023년 11월 6일
    B씨가 A씨에게 보낸 문자 일부 
    "미친XX. 이런 게 후보로 나온다니 말세네. 너 때문에 시술소 문 닫는 곳 생기면 그쪽에서는 가만히 있을까? 네 집도 알아낸 거 같은데. 네 주변이 다 힘들어 질 수도 있다는 건 생각 안 해봤냐? 잘 생각하고 행동해라. 너 때문에 가족까지 피해보지 않게"

    A씨는 지난 8월 21일 밤 출동한 삼성2파출소의 경찰관을 고소했다. 그는 "시각장애인 안마사를 내세운 불법 성매매 안마소가 수두룩하지만 제대로 된 단속은커녕, 신고자의 전화번호가 업소 측에 넘어가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휴대폰 번호가 어떤 경위로 유출됐는지 밝혀진다면, S 안마소의 실소유주와 대한안마사협회, 그리고 공권력 사이에 어떤 연결 고리가 있었는지도 확인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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