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디(BYD) 아토3 실내. 박성완 기자"하이 비야디(BYD), 썬루프 열어줘."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의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토3 운전석에 앉아 이 같이 말하자 머리 위로 제주도의 파란 하늘이 펼쳐졌다. 뻥 뚫린 서귀포의 직선도로에서 엑셀을 밟으니 차가 잠깐의 시차도 느끼기 힘들 정도로 곧바로 반응했다.
눈 앞의 계기판 숫자가 빠르게 올라갈 때, 거슬리는 소음은 없었다. 마치 비행기를 탄 듯한 전기차 운전은 내연기관차만 몰아온 이들에게는 흥미로운 경험이다. 동급 전기차에 비해 1천만 원가량 저렴한 가격임에도 준수한 성능을 갖춘 아토3를 타보면 중국 전기차의 무서운 성장세를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9일 이 차를 타고 도착한 제주 서귀포 신화월드에서는 전기차부터 전기선박까지 전기 이동 수단(e모빌리티) 기술의 현 주소와 미래를 한 곳에서 보고, 체험까지 할 수 있는 국제e-모빌리티엑스포가 열 두 번째 막을 올렸다.
미래 이동 수단과 에너지 산업 관련 글로벌 기업들의 최신 기술 등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50개국 150여개 국내외 기업이 참여해 전기차, 버스, 배터리, 충전기 등 핵심 부품은 물론 최신 자율주행, 로봇 등 융복합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가 개발 중인 UAM 기체. 박성완 기자행사장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 중인 도심항공교통(UAM) 기체도 전시됐다. UAM은 도심의 하늘을 날아 사람을 이동시키는 미래 도시 교통 체계다. 실제 크기의 30% 수준으로 축소된 시험 기체는 비행기와 유사한 모습이었는데, 전기를 동력으로 자율 비행하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프로펠러가 달린 또 기체는 사람 1명을 태우고 시험 비행에 성공했는데, 안전하게 더 오래 날 수 있도록 비행기 형태로 진화시키고 있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2030년 운항을 목표로 장애물 탐지와 회피, 원격 영상관제 기술 등이 개발되고 있다.
전기차들이 늘어선 주차장에는 국내 전기버스 제작사 우진산전의 대형 전기 굴절버스 케이트램(K-TRAM)도 전시됐다. 일반 시내버스에 비해 7.5m 가량 더 길어 많은 사람들을 태울 수 있는 케이트램은 100% 전기 동력으로 움직이는 친환경 버스다. 내부에 올라타니 공간이 넓어 마치 지하철에 탄 듯 했다. 운전석도 대형 디스플레이와 간결한 버튼으로 이뤄져 '미래 버스'라는 인상을 줬다.
우진산전의 대형 전기 굴절버스 케이트램의 실내. 박성완 기자
전기 이동수단의 심장인 배터리 관련 안전 기술도 이번 엑스포에서 주요하게 소개되고 있었다. 특히 중소기업 탱크테크는 배터리 화재 시 수압으로 배터리 케이스를 관통해 단시간에 불을 끄는 등의 다양한 진화 기술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번 엑스포에서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위한 일 대 일 글로벌 투자·연구개발 매칭, 기술 실증 등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다양한 전문가들의 컨퍼런스 행사도 열리는데, 전날 엑스포 사전 행사 성격으로 개최된 글로벌 e-모빌리티 네트워크 포럼에서는 국토교통부와 현대차그룹 관계자,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등이 한 자리에 모여 전기차 안전성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에 이상이 생기면 차량의 자동 감지 시스템을 통해 신속하게 소방당국에 신고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전기차 화재 신고 시범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이 자리에서 밝혔다.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기업도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과정에서 '안전 확보'가 핵심 과제라고 보고, 화재 예방 시스템 등 관련 기술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e-모빌리티 네트워크 포럼. 자료사진엑스포에는 한국 뿐 아니라 중국과 영국 등 10여개국의 고위급 인사와 전문가들도 참여한다고 조직위원회는 밝혔다. 김대환 세계e-모빌리티협의회 회장은 "이번 엑스포는 최신 기술 전시를 넘어 정책과 문화, 청년 교육까지 아우르는 융복합 플랫폼"이라며 "탄소중립과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 속에서 글로벌 e모빌리티 산업의 미래 비전을 제주에서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엑스포는 12일까지 열리며,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와 세계e-모빌리티협의회가 공동 주최하며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8개 부처와 제주특별자치도가 후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