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정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국민의 뜻입니다.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한치도 국민의 뜻에 벗어나지 않도록 그 뜻을 잘 받들겠습니다. 저부터 앞으로 더욱 분골쇄신하겠습니다"
어느 전직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 결론이다.
국민의 뜻을 강조했던 이 대통령은 취임 1년 여 뒤부터 '비상대권'을 운운하기 시작했다.
소탈한 소통의 상징으로 내세웠던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는 작당모의를 하던 안가의 안주거리로 나왔다.
이 대통령은 끝내 시대착오적, 상황착오적 비상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 군 병력을 투입하는 등 국민의 의사와는 동떨어진 선택을 하고 말았다.
국민적 저항에 부딪힌 그는 결국 '위헌적 계엄'으로 파면당했고 지금은 내우외환 혐의 피의자로 재판과 수사를 받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례에서 보듯이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그의 말이 아니라 행동, 그리로 성과로 판단해야 한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갈수록 진영 논리가 심해지면서 간과되고 있다.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30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 이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민생과 개혁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회견'이라고 호평했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자화자찬'이라고 혹평했다.
보통 취임 100일 즈음에 기자회견을 하던 관례에 비춰보면 이번 기자회견은 이른 감이 없지 않다.
당장 평가하기가 조심스럽다.
물론 이재명 대통령의 민주주의와 민생 회복, 사법 개혁과 남북관계 복원 등에 대한 의지를 최소한도로 확인할 수 있었던 회견이기는 했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 '백문불여일결(百聞不如一結)'이다. 백번의 말보다 한번의 실제 결과가 중요하다.
여대야소 정국이지만 국정을 헤쳐가기가 녹록치 않을 것이다.
갈라진 정치 지형과 종잡을 수 없는 대외 환경, 무너진 사회 신뢰 등은 이재명 정부 정책 추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과를 내오기 위해서는 정권 주체들이 대단히 유능하고 끈기있고 세심하면서도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
패가망신하는 로또 벼락부자처럼 권력을 주체할 수 없이 남용하려는 어리석음부터 경계해야 한다.
현실의 복잡함을 간과해 이상적 개혁을 준비없이 추진하는 것도 금물이다.
개혁 과정에서 좌고우면을 반복하는 유약함 역시 피해야 한다.
자수성가형 인물들의 오류도 조심해야 한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나는 했는데 너는 왜 못하나'는 독불장군식 소통은 안하니만 못하다.
이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이고 유연하면서도 과감한 정책 추진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 국민주권정부가 이런 난제를 회피하지 않고 국민의 뜻에 맞게 풀어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