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주 러시아를 추가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압박이 통하지 않으면 종전협상을 포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에 은행 제재를 가할 가능성은 낮지만, 협상 테이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지지하는 '30일 조건 없는 휴전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 협상에 염증을 느끼고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외교적 해법이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협상 자체를 포기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의 무차별 공습에 대해 "푸틴은 완전히 미쳤다"고 비판하며 대러 제재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19일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 이후에는 "진전이 없다면 협상에서 물러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변화에는 미국 정치권 내부의 움직임도 영향을 미쳤다.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 등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은 최근 푸틴 대통령이 협상 타결 의지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를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게 만들 유일한 방법은 강한 압박"이라고 설득해 왔다고 WSJ는 전했다.
지난 3월 정상회담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 연합뉴스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싫어한다는 점, 추가 제재가 미·러 경제 관계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점, 푸틴 대통령이 개인적인 호의로 전쟁을 끝낼 수도 있다고 생각한 점 등이 그의 향후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푸틴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을 바탕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관계 개선에 자신감을 보여 왔다. 그러나 러시아가 미국의 중재 노력에도 공습을 멈추지 않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최근 강경 발언을 잇따라 내놓는 점을 보면, 양국 관계가 다시 냉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WSJ는 "트럼프 역시 결국 푸틴과의 협력을 믿었다가 실패한 미국 대통령들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1년 푸틴 대통령과의 첫 회담 후 "그의 눈을 바라보며 영혼을 느꼈다"며 "그는 매우 솔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푸틴은 조지아를 침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