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부경찰서. 광주경찰청 제공전 남자친구를 흉기로 협박한 혐의로 체포돼 경찰서에서 조사를 기다리던 중 약을 먹고 쓰러져 숨진 20대 여성 피의자의 소지품과 혈액에서 독극물 성분이 검출됐다.
애초 '암 투병을 하던 피의자가 처방 약을 먹고 쓰러졌다'는 경찰들의 설명과 달리, 숨진 피의자의 인체 조직과 소지품에서 극약 성분이 검출되면서 경찰의 피의자 관리가 소홀했던 아닌지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광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경찰은 숨진 20대 여성 피의자 A씨에 대한 인체 조직·소지품 약물 검사 소견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구두로 전달 받았다.
경찰이 제출한 A씨의 위 조직과 혈액에서 청산염 성분이 검출됐고, 가방에 소지하고 있던 휴대용 물통에서도 같은 성분이 발견됐다.
국과수는 해당 성분 검출에 근거해 A씨가 청산염에 의한 중독으로 숨진 것 같다는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다만 구체적인 부검 결과서 등이 나오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독극물 고용량 섭취하면 수분 내에 증상 발현…언제 섭취했을까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8일 오후 5시 이후 광주 동부경찰서 1층 형사당직실에 도착했다.
경찰서에 도착해 조사를 기다리던 A씨는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고 몸을 가누지 못하겠다'고 호소했다. 이에 경찰은 구급대원을 불렀다. 오후 5시 43분쯤 119 구급대가 경찰서에 1차 출동했다.
당시 구급대원이 혈압이나 맥박 등 A씨의 활력징후를 확인했지만 이상이 없어 다시 돌아갔다.
그러나 15분 뒤인 오후 5시 58분, A씨가 의식을 잃어 구급차 2차 출동이 이뤄졌다. A씨는 얼마 안 가 오후 7시쯤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량의 독극물은 인체에 퍼지는 속도가 빠르고 수분 내 증상이 나타나는 만큼, 1·2차 구급차 출동 사이 15분 안에 A씨가 독극물을 섭취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A씨가 정확히 언제 독금물을 섭취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경찰은 이에 대해 CCTV 분석을 하는 등 추가 조사를 진행하는 중이다.
경찰 "무색무취한 독극물 어떻게 살피나" 해명
논란의 핵심은 당시 경찰 수사관들이 A씨의 소지품을 제대로 확인했는지, 구급차가 출동한 사이 수사관들이 A씨를 제대로 밀착 관리했느냐다.
경찰은 현행범 체포 직후 A씨의 가방을 수색해 위험 물품을 압수했고 그 이후 가방을 돌려줬다고 밝혔다.
경찰은 당시 가방 안에 약 봉투가 있었고 휴대용 물통도 들어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물통 안에 독극물이 들어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입장이다.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물통 안을 봐도 독극물은 무색무취라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현장 수사관들이 소지품 검사 등 피의자 관리 매뉴얼을 제대로 준수했는지에 대해 자체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