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페 '장동혁 IN 만사혁통' 캡처지금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미국 국무부는 매일 낮 12시에 출입 기자들을 상대로 '눈(noon)' 브리핑을 가졌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정치 외교 안보 사안에 대해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다. 이 눈브리핑의 설명자로 나선 이들이 공보담당 차관보였다. 필립 크롤리, 젠 사키 등 지금 들어도 친숙한 이름들이다.
미 국무부에는 이런 차관보 자리가 20 여개 있다. 기능별, 지역별로 나뉜 국(局)을 이끄는 간부들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중앙 행정부처 실장급이다.
차관보 중 동아시아태평양국 담당 차관보는 북한과 핵 협상에서 미국측 수석대표를 주로 맡아왔다. 로버트 갈루치, 크리스토퍼 힐, 성 김 등은 우리 국민들에게도 익숙한 북핵 실무 협상 대표이자 동아태 담당 차관보(또는 대행)였다. 이처럼 미 국무부 차관보는 현장에서 뛰는 실무 간부들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미국 방문이 여전히 논란거리다. 특히 미 국무부 차관보와 면담은 논란을 넘어 기괴하기까지 하다.
귀국하기 위해 공항에 나가 있던 장 대표는 미 국무부로부터 차관보 면담 통보를 받고 귀국을 취소했다. 명색이 제1야당의 대표인데 예정에 없던 차관보 면담 통보에 귀국 일정까지 즉석에서 취소하는 모양새가 얼굴을 하끊거리게 한다.
장 대표는 어느 차관보를 만났는지,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도 '보안'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자신과 면담하는 차관보의 뒷모습 사진은 공개했다. 국무부 직원들이 보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뒤태 사진을 내밀면서도 보안 운운하고 있으니 기괴할 따름이다.
차관보로부터 브리핑을 받고 대화도 나눴다고 하는데, 알맹이 있는 내용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실무 간부인 차관보가 정치 경력이 일천한 장 대표에게 '알짜' 브리핑을 했을 가능성은 낮다. 만약 면담 내용이 중대했다면 장 대표는 귀국 즉시 정부 관련 부처와 공유했어야 한다. 그것이 장 대표가 방미 기간 내내 강조했던 '국익' 아닌가. 하지만 장 대표가 면담 내용을 정부 관계자와 공유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연합뉴스장 대표 일행의 기괴함은 단체 사진 촬영에서도 묻어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이디 밴스 부통령의 대형 초상화를 배경으로 찍은 단체 사진이다. 두 초상화는 백악관 본관 서편 '아이젠하워이그제큐티브오피스빌딩'에 나란히 걸려 있다. 장 대표 일행의 초상화 배경 사진은 신격화된 권위주의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트럼프를 개인 숭배하려는 의도는 없었겠지만 공당의 대표라면 일반 관광객 수준의 감성은 자제했어야 마땅하다.
당초 2박 4일이었던 장 대표의 방미 일정은 5박 7일로, 다시 8박 10일로 크게 늘었다. '전략적'이라는 설명과 달리 '무계획'에 가깝다. 체류 기간중 만난 인사들도 공화당 내지 보수 세력에 치우쳐 있다. 같은 '야당'인 미국 민주당과 '야당 네크워크'를 만들만도 한데 장 대표는 그러지 않았다.
장 대표는 귀국 뒤 방미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정부의 대미 외교와 대북 정책을 비난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이 겪고 있는 대미 관계의 어려움은 한국만 경험하고 있는게 아니다. 미국의 또다른 동맹인 영국 및 EU 각국과 일본도 똑같이 겪고 있다. 트럼프의 동맹 무시 정책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대미 외교 탓이 아니다. 또한 이재명 정부 들어 대북 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쳐볼 기회도 없었다. 북한의 남한 무시 정책 때문이다.
그런데도 장 대표가 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을 비난하는 것은 자신의 기괴한 여정을 가리기 위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