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단돈 천 원에 관람할 수 있는 영화가 관객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유승호·김동욱 주연의 영화 '3일'은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한 아들이 어머니의 소원을 담아 장례식을 치르는 감동적 이야기다. 지난달 19일 CGV에서 단독 개봉해 전국 17개 극장에서 상영 중이며, 누적 관객은 1일 기준 1만 4천 명을 기록했다.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27분, 티켓 가격은 천 원. 100분 이상 상영에 1만 원이 넘는 기존 영화에 비해 파격적이다. CGV 홍대점에서 '3일'을 관람한 김근호(55) 씨는 "짧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충분했다"며 "재미있게 봤다"고 평했다. 또 다른 관객 손모(50대) 씨는 "천 원이라 궁금해서 왔는데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짧고 간편한 영화, 스낵무비 확산
'3일'처럼 짧은 상영 시간과 저렴한 가격이 특징인 '스낵무비'가 극장가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스낵무비는 과자처럼 빠르게 즐길 수 있는 숏폼 영화로, 지난해 6월 손석구 주연의 '밤낚시'(12분 59초)가 첫 신호탄을 쐈다.
이후 CGV는 '집이 없어 – 악연의 시작'(8분), 롯데시네마는 '4분 44초'(44분)를 각각 1천 원, 4천 원에 상영하며 10일 만에 4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성과를 냈다.
AI 기술을 접목한 시도도 이어졌다. CGV는 가상 인간이 주연을 맡은 '엠호텔', 실제 배우의 초상을 활용한 '나야, 문희'를 각각 천 원, 3천 원에 상영하며 콘텐츠 다양성을 넓혔다.
짧고 효율적인 '시성비'… MZ세대에 딱
스낵무비는 '시성비(시간 대비 효율성)'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소비 성향과 맞물린다. 유튜브 쇼츠, 틱톡 등 짧은 콘텐츠에 익숙한 이들에게 스낵무비는 더없이 매력적인 콘텐츠다.
송채현(24) 씨는 "긴 영화보다는 유튜브 요약 영상을 주로 본다"며 "빈 시간에 극장에서 보기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CGV 엄정민 ICECON 기획 파트장은 "AI를 활용한 창작 환경이 확산되고 있으며, 극장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낮은 가격, 지속 가능성은?
한편, 낮은 관람료에 따른 수익성 우려도 있다. '밤낚시'와 '4분 44초'는 각각 5천만 원, 1억 6천만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엔 못 미쳤다.
'3일'을 본 박모(60대) 씨는 "이런 영화가 많아졌으면 좋겠지만, 천 원은 너무 싼 것 같다. 조금 더 받아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업계는 스낵무비가 극장 유입 효과를 낳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CGV 측은 "'밤낚시' 관객의 약 20%가 다른 영화까지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스낵무비가 장편 영화로의 유인책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