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가드. 한국프로축구연맹K리그1 FC서울의 '캡틴' 제시 린가드가 재치 있는 세리머니로 '연고지 더비'를 수놓았다.
서울은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라운드 홈 경기에서 FC안양을 2-1로 제압했다.
선제골의 주인공은 린가드였다. 후반 2분 페널티 아크 앞에서 안양 리영직이 걷어낸 볼을 그대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린가드는 득점 후 특유의 '피리 세리머니'로 팬들의 환호를 유도했다.
분위기를 탄 서울은 후반 33분 루카스의 추가골로 승기를 잡았다. 문전에서 린가드의 패스를 받은 야잔이 루카스에게 볼을 건넸고, 루카스가 곧바로 환상적인 발리슛으로 안양의 골문을 열었다.
추가골의 주인공 루카스는 린가드와 함께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 2에 나온 '얼음 세리머니'를 선보여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후 서울은 후반 추가시간 안양 최성범에게 만회골을 내줬으나,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1점 차 리드를 지켜내 승리했다.
이날 경기는 '연고지 이슈'로 얽힌 안양과의 K리그1 첫 맞대결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안양이 지난해 K리그2(2부리그) 우승으로 승격해 이날 K리그1 무대에서 처음 맞붙었다.
객관적 전력을 떠나 라이벌 매치였던 만큼 모든 선수들에게 부담이 되는 경기였을 터.
경기 후 린가드는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안양이 롱볼에 의존하는 팀이라는 걸 알고 대비했다"면서 "마지막 실점은 아쉽지만 전체적인 경기력은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경기장에는 4만1천415명의 구름 관중이 운집했다. K리그1에서 펼쳐지는 서울과 안양의 첫 '연고지 더비'였기 때문. 이는 K리그1 역대 홈 개막전 최다 관중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린가드는 "많은 관심을 받는 경기에 뛰는 건 좋은 일"이라면서도 "선수들에겐 '라이벌 매치'에 몰입하지 말자고 했다. 많은 경기 중 하나일 뿐이니 우리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안양의 경기력에 대해서는 "명확한 플레이 스타일은 있는 것 같다. 모따 같은 큰 선수를 잘 활용하는 건 긍정적"이라며 "안양이 위협적인 모습도 자주 보였기 때문에 올 시즌 잘 치를 것 같다. 앞으로 안양에게 압박받을 팀이 많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린가드 얼음 세리머니. 한국프로축구연맹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출신인 린가드는 라이벌 매치의 열기에 익숙할 터.
그는 "잉글랜드는 더비 성향이 많이 바뀌었다. 과거 폴 스콜스, 웨인 루니 등 영국 선수들이 맨유에 많을 땐 선수들이 많이 거칠었지만, 최근에는 외국인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더비는 더비다. 많이 뛰어야 하고,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득점 상황에 대해서는 "운이 좋았다"며 껄껄 웃었다.
그는 "요즘 골을 넣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려 하고, 매사에 감사함을 느끼려고 한다"면서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려고 한다. 최근 2주 동안 긍정적인 에너지가 오고 있는 것 같다"며 씨익 웃었다.
이어 "충분히 넣을 수 있는 골이었다. 운이 좋았지만 골을 넣었다고 놀라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린가드가 선보인 세리머니 중에선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나오는 '얼음' 동작을 따라하는 모습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그는 "오징어게임을 너무 좋아해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따라하려 했다"면서 "팬들도 내가 오징어게임 좋아하는 걸 아셔서 장난감도 많이 보내주신다. 그래서 오늘 그 세리머니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