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상호관세' 폭탄을 던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사용하는 '부가가치세'까지 문제삼고 나서면서 우리나라의 통상 환경이 더 악화될까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소셜'을 통해 상호관세 부과 결정을 재확인하며 "우리는 관세보다 훨씬 더 가혹한 부가가치세(VAT·이하 부가세) 시스템을 사용하는 나라들을 (대미) 관세를 가진 나라와 비슷하게 여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13일에도 상호관세 부과를 결정하는 대통령 각서에서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무역 상대국이 미국 기업, 근로자,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불공정하고 차별적 세금이나 역외 부과 세금"이라고 주장하며 상호관세를 책정할 때 부가세를 문제삼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부가가치세'는 상품(재화)이나 서비스(용역)의 거래 과정에서 생기는 부가가치(이윤)에 대한 세금으로, 통상 부가세로 부른다. 전세계 170여 개 나라에서 사용하지만, 미국은 주정부 차원에서 상품에 매기는 판매세 제도를 사용한다.
판매세는 최종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 내지만, 부가세는 그 제품의 부품 등이 생산·유통되는 단계 내내 과세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제조·유통비용에 부가세가 포함돼 거래되기 때문에 결국 최종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
부가세는 원산지에 관계없이 해당 국가에서 판매되는 모든 상품·서비스에 적용되지만, 트럼프는 판매세를 과세하는 미국과 부가세를 과세하는 국가 간에 통상할 때 미국이 차별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 판매되는 미국산 상품에는 부가세가 부과되지만, 반대로 미국에 판매되는 유럽산 상품은 본국 정부로부터 부가세가 환급되고 비교적 세율이 낮은 미국 판매세만 적용되기 때문에 그만큼 미국이 손해라는 논리다.
실제로 유럽은 관세율이 낮은 대신 부가세는 독일이 19%, 영국과 프랑스는 20%, 덴마크와 스웨덴은 25%에 달한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최대 11.5%, 평균 6.6% 수준이다. 미국 제조업과 경쟁이 붙을 선진국들은 대부분 관세율이 낮은 상황에서 부가세가 트럼프의 새로운 통상 카드로 끌어들여진 것이다.
한국 역시 부가세율이 10%로 고정돼 미국보다 높은 편이다. 그동안 한국은 트럼프의 상호관세 압박에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로 대미(對美) 관세가 대부분 0%로 수렴됐기 때문에 큰 고비를 넘길 것으로 기대됐지만, 부가세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실무 책임자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지명자는 부가세 등을 포함한 국가별 관세 및 비관세 장벽에 대한 연구 결과를 오는 4월 1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이르면 같은 달 2일부터 상호 관세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부가가치세 세율 평균치는 2024년 1월 현재 19.3%다. 우리나라는 일본·호주와 같은 10% 세율이다. OECD '2024년 소비세 동향' 보고서 캡처.다만 부가세 제도가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제도인 마당에 미국이 실제로 부가세를 빌미로 '상호관세 장벽'을 세우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한국은 유럽·중국에 비해 부가세율이 낮고 미국의 판매세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관세 협상에서 다른 나라보다 크게 불리해질 가능성도 높지 않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미국 소비자에게 부가세를 매기지 않기 위해 한국의 수출품에서 부가세를 환급하는 것일 뿐, 보조금 개념이 아니다"라며 "미국산 제품에 부가세를 매기는 것 역시 부가세 제도를 적격하게 운용하기 위한 것으로, 수입 물품에도 국산품과 같은 세율로 과세하기 때문에 차별적 대우라고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부가세 관련 업급에 다양한 이견이 있고, 한국보다 부가세율이 훨씬 높은 나라들도 많다"며 "당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문제제기가 실제로 어떻게 미국 정부의 정책으로 작동할 것인지, 또 한국은 물론 다른 나라의 부가세 제도 상황은 어떠한지부터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