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부산 김해공군기지 의전실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34%, 84%, 125%, 100% 추가'.
지난해 2월 10일부터 시작된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전쟁은 치킨게임이었다. 미국이 관세 인상을 발표하면 중국도 같은 수준으로 보복관세를 매기면서 갈수록 '베팅' 수위가 높아졌다.
이런 와중에 중국은 10월 9일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한달의 말미를 두고 그 다음달 8일부터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겠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100% 추가 관세로 맞불을 놨지만 양측은 같은 달 말 부산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휴전을 맺었다.
미국은 펜타닐 관세를 10%포인트 낮추고 상호관세 24% 부과 유예를 1년간 연장하기로 했다. 중국은 이에 맞춰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조치를 1년간 유예하는 조치를 취했다.
미국이 관세 전쟁에서 먼저 포문을 열며 주도한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 안에서조차 "중국이 조용한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희토류 카드가 중국의 협상력을 크게 끌어 올리는 데 주요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중국은 지난 6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발언'을 이유로 희토류 등 이중용도물자(민간용·군사용으로 동시에 쓰이는 품목)에 대한 수출 제한 발표와 동시에 실행에 옮겼다.
일본은 중국 측에 강하게 항의하면서도 경제 전반에 걸친 악영향을 우려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선례 등을 보면 일본이 당장 맞대응할 마땅한 방법을 찾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이미 중국은 광물 자원 무기화에 대한 효과를 체감했지만, 중국과 대척점에 있는 국가들이 광물분야에서 짧은 시간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희토류는 도대체 어디에 쓰이나
중국이 이번에 일본에 대한 수출 금지를 발표한 이중용도 품목은 대략 700개 정도다. 여기에는 여러 광물 자원과 드론, 반도체 등이 포함됐지만 가장 일본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희토류이다. 중국은 지난해 4월 전체 희토류 원소 17종 가운데 이들 7종을 이중용도 품목에 넣었다.
네오디뮴은 일반 자석보다 10배 강한 자력을 가진 자석(네오디뮴자석)의 핵심 원료로, 이는 전기차 모터, 풍력발전기, 하드디스크, 이어폰 등에 필수적이다. 디스프로슘은 고온에서도 자력을 잃지 않게 해주는 원소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모터의 성능 유지에 절대적이다. 디스프로슘은 군사용 레이저·원자로와도 관련이 있다.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높은 스칸듐은 항공기 합금,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 등에 활용된다. 사마륨으로 만드는 사마륨-코발트 자석은 내열성이 뛰어나 항공우주·군사 장비에 들어간다.
디스플레이의 색감과 선명도를 좌우하는 유로피움은 LED, OLED 패널 제작에 꼭 필요한 원료다. 사마륨은 항공우주·군사 장비 제작에 사용되고, 가돌리늄은 원자로 제어봉, MRI 조영제 생산에 필요하다.
이트륨은 세라믹·초전도체 소재로 활용될 뿐 아니라 의료용 레이저를 만드는데도 쓰인다. 루테튬은 암 치료 등에 활용된다.
이들 희토류는 군수·에너지·의료·항공우주 산업의 핵심 원료가 된다는 점에서 중국의 광물 무기화에서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희토류뿐만 아니라 텅스텐, 갈륨, 게르마늄, 안티몬, 흑연 등 전략 광물들도 산업 전반에 쓰이는 것들이다. 텅스텐은 전차·전투기·폭탄 등 무기류와 반도체, 배터리 등 각종 생산장비 등에 활용된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반도체, 태양광 패널, 레이저, 야간투시경 등에 사용된다. 안티몬은 배터리, 무기 등 제품에 필요하고 흑연은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다.
'광물 무기화'가 가능했던 3가지 이유
연합뉴스희토류가 중국의 가장 예리한 무기가 되는 이유는 단지 매장량 때문만은 아니다. 2023년 기준 중국의 희토류 매장 비중은 전세계의 37%지만, 생산 점유율은 70%에 달하고, 정제능력 점유율은 더 높은 90%에 달한다.
중국의 경쟁력은 사실상 정제·분리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광석에 흩뿌려져 있는 희토류를 높은 순도로 뽑아내는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대표적 방식인 용매 추출은 200단계 이상을 거쳐야 원하는 원소를 얻을 수 있다. 중국은 지난 1980년대부터 40년 넘게 대규모 설비를 운영하면서 화학기술을 축적해 왔다.
미국도 자국에서 채굴한 희토류를 중국으로 보내 정제·가공해야 하는 형편이다.
낮은 인건비와 상대적으로 느슨한 환경규제도 중국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데 한몫했다. 당장 미국, 일본, 유럽 등 다른 국가들이 중국 모델을 따라갈 수 없는 이유다.
위기감이 커진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채굴과 전략적 비축을 늘리는 한편 공급망 협력에도 나섰다. 이런 노력에도 일본의 중국에 대한 희토류 의존도는 50%를 넘었으며, 미국은 희토류 화합물 및 금속의 70% 가량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이 기술, 노동력, 환경규제 등 3개의 산을 한번에 넘지 못하면 당분간 중국의 독점구도를 깨기는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