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에게 미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과 협업하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대만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중국시보와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들은 14일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당국이 최근 TSMC 측에 '인텔과 협업' 등이 포함된 3대 방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안은 TSMC의 미국 내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 미국 정부 및 여러 파트너와 함께 인텔 파운드리에 출자, 인텔의 TSMC 미국 고객사 관련 패키징 주문 직접 인수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세계 각국 대상 '상호 관세' 부과를 발표하며 "우리는 반도체가 우리나라에서 제조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이 사용하는) 반도체가 대부분 대만에서 생산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 회사들이 우리나라에 오기를 원한다"며 "대만은 우리 반도체 사업을 가져갔다. 우리는 그 사업이 돌아오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도 "우리는 (한때) 모든 반도체를 자체 생산했지만 지금은 90%가 대만에서 생산된다"며 대만 반도체 산업에 대해 불만을 표시해 왔다.
이에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의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TSMC를 상대로 미국 현지에서 첨단 반도체 공정을 늘리고, 미국 기업인 인텔에 기술을 이전하는 등의 요구를 한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은행 베어드도 최근 보고서에서 인텔이 웨이퍼 파운드리 사업을 분할한 다음 TSMC와 합작 투자로 전환할 것이라며 "TSMC가 일부 반도체 엔지니어와 전문 지식을 제공해 미국에서 3nm 또는 2nm 공정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대만 언론에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성장해 온 TSMC의 고객사 관련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TSMC의 기술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대만경제연구원(TIER)의 류페이전 연구원도 TSMC와 인텔은 줄곧 경쟁 상대였으며 장중머우 TSMC 창업자와 웨이저자 회장이 인텔과 협력에 대한 의지가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앞서 웨이 회장도 지난해 10월 자사의 3분기 법인실적설명회에서 인텔 반도체 공장 인수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미국 빅테크 등 미국 기업을 주 고객으로 두고 있는 TSMC가 미국 정부의 압력을 물리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수혜자인 인텔의 주가가 급등했다.
자유시보는 "시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TSMC와 인텔의 웨이퍼 파운드리 사업 협력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면서 인텔의 주가가 지난 4거래일간 30% 가까이 급등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과 TSMC의 탈대만 우려가 커지면서 대만 정부는 라이칭더 총통 주재로 14일 고위급 국가안전회의(NSC)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라이 총통은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대만은 세계 최고의 반도체 강국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반도체 산업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과 관련해 신중하게 대응할 것"라며 트럼프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면서 "향후 몇 년간 정책적 변화는 있을 수 있지만 대만과 미국 간 상호 신뢰와 긴밀한 협력은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므로 국민들은 안심해도 된다"고 강조했다.